춘천의 명물, 호수·닭갈비 그리고 '올댓뮤직'
2013.05.23 03:01
[전국으로 電波 타는 지역 방송… KBS춘천 '이한철의 올댓뮤직' 100회 맞아]
MC 이한철 - "처음엔 100회까지 갈까 걱정"
오직 'made in 강원도' - 경춘선 공연·폐광촌 콘서트
관객 연령도 20~50代 다양… "TV판 라디오스타" 호평
호반(湖畔)의 도시에 신선한 저녁 바람이 불자 고요했던 강원 춘천시 퇴계동 KBS 춘천방송총국 로비가 시끌벅적해졌다.
꽃단장하고 나온 40~50대 아주머니들, 20대 커플, 히잡을 두른 이슬람권 유학생까지…. 좀체 '취향의 공통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200여 관객들은 모두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이한철의 올댓뮤직'을 보러 온 사람들. 선물상자와 촛불 모양의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린 무대 앞 객석(일명 '열광석')을 가득 메우자 오후 7시10분 녹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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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댓뮤직’100회 녹화에서 MC 이한철(왼쪽)이 축하 손님 이현우와 이야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음악계 선후배면서 음악 프로 진행자로도 선후배다. 이현우는 이한철의 출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한달음에 춘천으로 달려왔다. /KBS춘천방송총국 제공
2010년 10월 첫 방송 된 '올댓뮤직(연출 이호)'의 100회(6월 방송 예정)를 자축하는 자리다. 비슷한 음악프로(MBC 수요예술무대)를 오랫동안 진행했던 가수이자 첫 손님 이현우는 "친정집에 온 것 같다"고 한 뒤 "한대수 선생님의 특별 허락을 받았다"며 강렬한 록으로 바꾼 '행복의 나라로'로 객석에 불을 지폈다. 뒤이어 나온 밴드 불독맨션이 그 불꽃 위에 기름을 부었다.
20대들의 헤드뱅잉이 아줌마 부대의 '묻지마 댄스'에 압도당하면서 녹화장은 홍대 클럽과 전국노래자랑을 합친 것 같은 풍경으로 바뀌었다. 줄리아하트와 한희정의 무대에서도 관객들은 푸근하고 넉넉한 박수와 함성으로 뮤지션들에게 기(氣)를 불어넣어줬고 함께 춤추고 어울렸다.
◇'진짜 음악프로'에 의기투합
'춘천 방송국'과 '라이브 음악'의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황국찬(현 열린음악회 연출부)·염정원 PD 등 젊은 PD들이 낸 기획안을 선배들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제작팀장이던 전보원 PD는 "지역 음악 행사라곤 죄다 트로트나 7080시리즈 일색이었고, 지역 방송국 자체 제작 프로는 향토색 강한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뭉쳤다"고 했다.
제작진은 홍대 앞 클럽과 페스티벌을 훑으면서 진흙 속에 묻힌 보석들을 찾아냈다. MC 이한철은 "첫 방송을 앞두고 '100회까진 가보자'고 파이팅을 외칠 때에도 속으로 '그게 가능할까'라고 되뇌며 큰 기대를 안 했었다"고 말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두 회치를 한 번에 녹화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 제작진은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관객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라이브 콘서트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사전 연습과 리허설은 꼼꼼하게, 그러나 녹화는 최단시간 내에 끝내기. 둘째 출연자들과의 스킨십이다. 그래서 출연팀들은 녹화가 끝나면 인근 닭갈비 집에서 끈끈한 뒤풀이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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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올댓뮤직’이 경춘선 전철을 통째로 빌려 콘서트장으로 꾸몄던 특집 방송 장면. /KBS춘천방송총국 제공
이렇게 쌓은 정(情)은 출연가수가 전국적 스타가 된 뒤에도 출연 요청을 받으면 한달음에 춘천까지 오게하는 원동력이 됐다. '올댓뮤직'은 '강원도산(産) 프로'라는 특성을 충분히 살려낸 이벤트들도 꾸몄다. 작년 가을에는 경춘선 전철을 통째로 빌려 콘서트장으로 삼고 녹화를 진행했고, 지난겨울엔 정선 폐광촌을 찾아 지역민을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탄광촌 관객들은 공연을 본 적이 없으니 앙코르를 외칠 줄도 모르더라. '올댓뮤직'을 통해 뜻깊은 인생경험을 한다."(이한철)
◇인디음악에 반한 강원도민
젊은 관객과 음악 마니아 위주였던 관객층은 가족과 중장년층으로 다채로워지기 시작했고, 제작진과 눈인사를 나눌 만큼 여러 번 찾는 단골도 많아졌다. 중학생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녹화장을 자주 찾아 '인성이 엄마'라고 이름난 관객은 "우리 아들이 윈디시티(레게밴드) 리더 김반장에게 직접 젬베도 배웠고, 난 칵스(록밴드) 팬이 됐다"며 "이 나이에 인디음악 팬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웃었다.
KBS는 작년 9월 음악계와 지역사회에서 호평받은 이 프로그램을 월요일 밤에 정규 편성했다. '열린음악회'와 '스케치북' 같은 쟁쟁한 프로그램과 함께 당당히 '전국구 라인업'에 포함된 것이다. 21일 녹화가 끝난 뒤 제작진과 출연진은 닭갈비 불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케이크를 자르고 '올댓뮤직 파이팅'을 외쳤다. 이호 PD는 "세대간의 벽,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이끄는 춘천산(産) 음악의 힘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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