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 합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마음 편히 릴랙스할 수 있는 공간.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즐겁겠죠.
이렇게 아지트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남자들은 나이 들지언정 절대 늙지 않습니다. 나만의 네버랜드인 아지트를 하나씩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소개하는 일곱 곳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 즐기는 것도 좋을 겁니다.
바이크족의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 라이딩 하우스 ]
지롤라모가 BMW 모토라드의 바이크를 타고 찾은 이곳은 바이커들의 성지라 불리는 라이딩 하우스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카페 같지만, 울타리의 'Motorcycle Parking only'라는 팻말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죠. 카페뿐 아니라 오토바이 정비소도 갖추어 바이커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서울 외곽 지역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어, 투어링을 나서기 전 바이커들이 모여 간단히 오토바이를 정비하고 커피도 마시는 집결지의 역할도 하고 있죠. 그래서 주말이면 오전부터 열정적인 바이커들로 북적입니다. 또한 라이딩 하우스는 프로 레이싱 팀을 후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바이커의 문화를 후원하고 만들어나갑니다. 꼭 바이크를 타지 않아도 되니, 스피드를 즐기는 사나이라면 커피나 한잔 마실 겸 찾아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충무로가 사진 마니아들의 성지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죠. 그중 반도카메라는 라이카와 핫셀블라드를 공식으로 취급하는 매장입니다. 1층에는 라이카 전시장 및 매장과 AS 센터, 2층에는 사진 갤러리,
3층에는 핫셀블라드 매장과 사진 및 아트 서적 서점 그리고 카메라 박물관이 있고, 4층은 휴게실로 꾸몄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매장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단순히 카메라를 사고파는 '매장'이 아니라, 카메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적 모델들의 박물관이자 유저들의 커뮤니케이션 현장입니다.
라이카는 중고 시장이 더욱 활발한 브랜드입니다. 100년 전에 나온 렌즈도 호환이 가능한 카메라 시스템 덕분에 지금은 단종되어 구할 수 없는 렌즈나 부속품 등도 상태만 좋다면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도카메라에서는 중고 제품의 위탁판매를 맡아 하며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 시장을 만들어 라이카 유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예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거나 매장에 정기적으로 들러 제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르는 곳인 만큼 곳곳에서 고객을 위한 배려가 묻어납니다.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스낵과 커피, 음료 등을 구비해놓은 것은 물론, 4층 휴게실에는 누구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고, 당구대와 탁구대 등 간단한 즐길 거리도 마련해놓았죠. 이곳은 손님과 직원이 친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교류하는 사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단지 카메라를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카메라를 알고 싶은 사람, 사진에 대한 열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까지 환영한다는 것은 2층에 위치한 사진 전문 갤러리 일룸갤러리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사전 신청을 통해 스케줄을 조정하기만 하면 자신의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 수 있죠. 꼭 라이카나 핫셀블라드를 구매한 고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전시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위치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51-13 문의 02-2266-5903~41
4층에 위치한 휴게실 전경.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현재 시판 중인 제품뿐 아니라 과거에 나온 모델, 역사적인 한정판 모델 등 박물관에 가까운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33층 카메라 박물관에서는 카메라 외에도 그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다.
그윽한 시가 향이 진동합니다
[ 피에르 시가 클럽 ]
지난달 시가 특집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시가는 그 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피울 때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흡연이 허락된 공간이라도 피우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해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죠. 이런 연유로 시가 마니아들은 언제든 마음 놓고 시가를 즐길 수 있는 비밀 아지트를 한 군데씩 갖고 있습니다. 남산에 위치한 피에르 시가 클럽은 시가 마니아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죠. 국내에 쿠바산 시가를 독점 수입하는 피에르 시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쿠바산 1등급 시가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리빙룸처럼 꾸민 공간에서 편안하게 시가를 피울 수 있습니다. 시가를 보관하거나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도구를 갖춰놓은 것은 물론이고요. 시가의 맛을 더욱 돋우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 간단한 주류와 커피 등의 음료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피에르 시가의 피에르 코엔 아크닌 대표를 비롯해 국내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며 시가를 즐기는 프랑스 시가 모임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시가를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는 남자들의 모임이죠. 자유롭게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면 프랑스 사람이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는 파티입니다. 또한 피에르 시가에서는 쿠바에서 시가 마스터를 초청하는 등 시가 마니아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습니다. 시가의 구입부터 테이스팅, 사교, 정보 교류 그리고 편안한 휴식까지. 진정한 시가 마니아들의 아지트라 할 수 있습니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272 남송빌딩 402호 문의 02-790-4522
더 젤을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음식과 서비스의 퀄리티에 더욱 신경 썼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토종 소인 칡소를 산지에서 직접 들여와 칡소 특유의 육질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참나무 장작으로 구워 제공하고 있다. 2010년 미국 < 타임 > 에 소개된 이후, 2014년 루이 비통 시티 가이드북 서울 편에도 실리는 등 국내외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대중에게 개방했지만 연회원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회원이 되면 시음 행사를 통해 더욱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와인 고수들은 이곳에서 마십니다
[ 더 젤 ]
지난 2010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인물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 온 < 타임 > 기자가 그의 편집장에게 연락했습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류 스타, 세계적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와인 바의 대표 3명 중 누구를 인터뷰할지 정해달라는 거였죠. < 타임 > 편집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와인 바의 대표를 지목했습니다. 그들에게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그 지역의 외식 수준, 문화, 예술, 생활 방식 등을 모두 반영한 라이프스타일의 지표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기적'이라는 주제로 < 타임 > 에 소개된 사람이 바로 경리단길에 위치한 와인 바 & 다이닝 더 젤의 이제춘 대표입니다.
한국 와인 문화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더 젤은 1992년에 문을 열어 무려 21년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그 오랜 역사에도 사람들이 더 젤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은 그동안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해왔기 때문이죠. "처음 오픈한 당시 한국에는 와인 문화가 전무했어요. 해외에 거주하다 온 사람이나 외국계 회사의 임직원이 주요 멤버였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류층의 사교장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어요." 그리고 1년 전, 더 젤은 일반인에게도 공간을 개방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와인을 구입하고,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죠. 그만큼 와인 문화가 대중화된 영향도 있지만, 성숙한 와인 문화에 더 젊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젤에 처음 온 사람들은 그 규모와 시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옥상까지 5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안에 지하 카브와 와인 숍, 프라이빗 룸, 다이닝 공간, 바, 테라스 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철저하게 맛과 퀄리티 위주로 선정한 300여 종의 와인 리스트와 지하 카브 안에 소중히 보관한 슈퍼 빈티지 와인들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동안 조금씩 건물을 개조하고 수리했는데, 그 횟수가 600번은 되는 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 완벽한 와인의 성지를 완성해나가는 중이죠. 제 눈에는 아직도 모자란 곳이 많이 보입니다."
이제춘 대표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매장에는 대표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대표에게 와인을 추천받기도 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안부를 묻기도 했죠. 숍에 온 손님들끼리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원한 분위기입니다. 언제든지 오면 함께 와인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와인 애호가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죠. 단골손님들이 오면 늘 테이블로 찾아가 인사하고, 새로운 와인이 있으면 테이스팅도 권합니다. 이웃의 주민들도 와인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죠."
물론 더 젤에서는 포도 품종이나 빈티지 등을 수학 공식처럼 외우지는 않습니다. 이제춘 대표가 중요시하는 것은 와인을 한국인의 식생활에 맞게 그리고 가장 맛있게, 가장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한국 식자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인지, 디캔팅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가장 마시기 좋을 시기는 언제인지 등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용적인 팁을 전해주죠. 마치 모든 생활이 와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제 인생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을 마시면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피노 누아 와인을 통해 '섬세하고 우아한 것'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다고나 할까요? 그 후로 옷 입는 스타일, 선호하는 그림과 좋아하는 음악 등 모든 취향이 피노 누아의 우아함을 닮은 쪽으로 바뀌어갔죠. 그래서 와인이 위대한 겁니다. 그 안에 자연과 문화와 예술이 모두 들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와인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밀레 밀리아를 꿈꿉니다
[ 올드 타이머 ]
검은 철문에 아무런 설명 없이 '올드 타이머'라는 이름만 적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카페도 아니고 바도 아닌데, 매일 멋진 자동차를 타는 남자들이 모여듭니다. 실내는 편안한 소파와 고급 오디오 시스템, 당구대 그리고 빈티지 페라리와 바이크 등으로 꾸며져 있고, 사람들은 당구를 치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시가를 피우기도 합니다. 서양에서 흔히 말하는 '배철러 룸'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이곳은 패션 & 시계 브랜드를 수입하는 설민호 대표를 비롯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프라이빗 사교 공간입니다. 그저 남자들이 즐겁게 시간을 때우는 휴게소 같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클래식 카죠. 올드 타이머가 유럽에서 클래식 카를 일컫는 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올드 타이머의 멤버들이 앞으로 꼭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밀레밀리아 같은 클래식 카 레이스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꾸며놓고, 멤버라면 누구나 찾아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 그것이야말로 남자들의 낭만과 여유가 깃든 진정한 아지트의 모습입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4길 18 문의 070-8866-1746
1위스키와 자동차 미니어처. 자동차를 사랑하는 소년 같은 남자들의 아지트를 대변하는 두 아이템.
2하이 퀄리티의 오디오 시스템, 카메라 등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놀거리로 가득하다.
3남자들의 드림 카인 페라리 F40, BMW의 최신 바이크 등 탈것이라면 어떤 것도 환영.
좋은 술을 즐겁게 마시는 것이 아지트의 완성
[ 메종 페르노리카 ]
임페리얼, 시바스 리갈, 로얄 살루트, 앱솔루트 보드카, 멈 샴페인 등 다양한 주류를 수입하는 주류 전문 회사 페르노리카 코리아에서 최근 VIP 고객을 위한 공간인 메종 페르노리카를 오픈했습니다. 페르노리카의 주류를 수준 높은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프라이빗한 공간이죠. 평소에는 VIP 고객이나 페르노리카 관계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 고객을 초청하는 칵테일 클래스나 파티 등을 열기도 하는 다용도 공간이죠. 실내 바와 외부 테라스로 나뉘어 있고, 위스키부터 샴페인, 럼, 보드카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류에 대한 다양한 서적까지 갖춘 이곳은 진정 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죠.
물론 이곳은 평소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지만, 마음 맞는 사람과 좋은 술만 있다면 어디든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퇴근 후 잠시 들러 칵테일을 마시는 단골 바, 혹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회사원들이 퇴근 후 친구들과 모여 소주 한잔 기울이는 단골 식당처럼 말이죠.
이렇게 나만의 아지트를 갖는 건 뭔가 대단한 취미나 특별한 관심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술을 제대로 즐기는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거나하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윤활제로서 술을 즐기는 것. 사람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로서 술이 제 역할을 할 때 더 멋지고 아름다운 나만의 아지트가 완성될 겁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2 6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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