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을 닮아가는 가을 주왕
단풍 명소 청송 주왕산
경북 청송 주산지에 가을이 들었다. 일출 무렵, 물안개 내려앉은 주산지엔 단풍 빛이 그득히 배어 고요한 물결마다 울긋불긋한 빛이 출렁댔다.
아쉬운 소식부터 전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그리 곱지 못합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하여 단풍 드는 나무가 예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올가을은 아무래도 가을 가뭄 탓이 큰 듯합니다. 울긋불긋한 때깔이 다 올라오기 전에 말라가는 잎사귀를 그저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만 볼 따름입니다.
그래도 전국의 도로는 단풍놀이 차량으로 이미 꽉꽉 들어찹니다. 우리 강산이 지금 한창 단풍 절정기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지요. 설악산·오대산 등 강원도에 있는 산은 이미 단풍 절정기가 지났지요. 그래도 아직 단풍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내장산·가야산 등 남도의 단풍 명소는 11월 초순이 돼야 절정을 맞습니다. 아마도 이달 중순까지는 도로마다 단풍놀이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룰 듯합니다.
올가을 week&이 내놓는 단풍 명소는 경북 청송의 주왕산입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전국 명소를 놓고 왜 호들갑이냐 하시면, 주왕산도 주왕산 나름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주왕산에서도 절골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절골은 밀려드는 인파를 피해 주왕산 단풍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마지막 비경이라 할 만했습니다. 신비로운 풍경 자아내는 주산지도 마침 절골 어귀에 있어 오랜만에 눈이 호강을 했지요.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입니다. 아니 얼마 남지 않은 가을입니다. 서두르십시오.
몰라서 못 가는 청송 주왕산 단풍 ‘비밀의 정원’
절골 … 모퉁이 돌면 절경, 또 한 모퉁이 돌면 비경
경북 청송은 대표적인 오지다. 그러나 오지 청송이 품은 주왕산 국립공원은 누구나 손꼽는 명승지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해마다 주왕산 자락 안으로 들어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 주왕산만한 곳이 많지 않아서다. 주산지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아침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주왕산을 이루는 기괴한 형상의 봉우리는 바라보기만 해도 정기를 받는 듯하다. 단풍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사 탐방로 입구는 단풍 계절이 돌아오면 서울 지하철역마냥 긴 줄이 늘어선다. 그러나 주왕산의 깊은 속내까지는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산 어귀에서 맛만 보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왕산이 숨겨놓은 비경을 찾아 week&이 사흘 동안 주왕산 자락을 헤집고 다녔다. 이른바 주왕산 완전정복 단풍 산행이다.
1 절골 바위벽 틈틈이 붉은 단풍이 들었다.
절골엔 인적이 드물어 여유로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절 사라지면서 사람 발길도 끊겨
“주왕산은 알아도 절골은 모르지요? 주왕산 단풍은 절골이 진짠데….”
한 달쯤 전 만난 한동수 청송군수는 자신 있게 절골을 추천했다. 주왕산 단풍은 대전사로부터 3폭포(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주 탐방로가 전부인 줄 알았다. 언론은 물론이고 사진작가도 주왕산 단풍 풍경은 데크로드 이어진 3폭포까지의 주 탐방로를 연신 중계할 따름이었다.
지도를 펼쳐 보니 주왕산 산행 코스는 크게 세 개였다. 대전사와 가까운 상의주차장으로부터 폭포 세 개를 차례로 지나며 오르는 방법, 달기폭포 쪽에서 출발해 너구마을을 거쳐 진입하는 방법, 그리고 부동면 방면에서 절골을 따라 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주왕산 탐방객 대부분은 첫 번째 방법만 알고 있었다.
“열이면 아홉은 대전사 쪽에서 올라가요. 절골 코스가 경치도 좋고, 한적해서 단풍 산행으로는 최고인데 아직 많이 안 알려졌어요. 정말 주왕산을 아는 사람만 절골에 들어가죠.”
주왕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 김동민(32)씨의 답변도 한동수 군수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골은 옛날에 절이 있던 골짜기라는데, 절이 사라지면서 사람의 발길도 끊겼다고 한다. 덕분에 천혜의 계곡이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만한 단풍 비경도 없는 셈이었다. 주왕산 단풍이라면 곱기로 전국에서 손에 꼽고, 그 주왕산이 여태 숨겨놓았다니 아무리 험해도 도전할 만했다.
2 가메봉 정상에서 바라본 왕거암의 모습. 왕거암은 정상부터 산 아래로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잠복’ 이틀째 … 주산지 물안개를 만나다
절골로 들어서는 첫 관문은 주산지다. 절골 어귀 근처에 주산지가 있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때인 1721년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다. 지금도 인근 논밭에 물을 댄다. 그러나 주산지는 그 유구한 역사보다 20여 그루 왕버들 고목이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풍경으로 더 유명하다. 김기덕 감독의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면서 전국 명소로 떠올랐다. 이후로 사진작가 사이에서는 차라리 성지 대우를 받고 있다.
주산지에 도착하니 오전 6시가 안 된 시간이었다. 주산지는 일출 무렵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렀다. 물속의 왕버들과 물가의 나무가 수면에 반사되는 순간이 이때부터이기 때문이었다. 물안개까지 수면을 덮으면 말 그대로 그림이 된다.
마침 주산지 주위로 단풍이 가득했다. 수면은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붉게 일렁였다. 저수지 주변으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저수지 끄트머리에는 주산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있었다. 물속에 반쯤 잠긴 왕버들이 저수지의 고요한 물결에 비친 모습은 역시 신비로웠다.
물안개는 일교차가 크고 날이 맑을 때 피어오른다. 하나 자욱한 물안개를 만나는 건 복권 당첨만큼 어려운 일이다. 운 좋게도 week&은 이틀 만에 주산지 물안개를 만날 수 있었다.
절골 단풍구경은 한낮이 황금시간
절골 종주라는 게 있다. 절골에서 단풍놀이만 즐기려면 3.5㎞ 길이의 계곡만 들어갔다 나오면 되지만, 계곡에서 가메봉(882m)을 오른 뒤 능선을 타고 주 탐방로로 내려오는 종주도 가능했다. 전체 길이는 13.1㎞, 산행 시간만 6시간이 훌쩍 넘는 길이었다. week&은 종주를 선택했다.
절골 초입은 이미 단풍으로 붉었다. 붉은 그늘 아래에서 절골로 들어서니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었다. 5층 건물만한 바위가 병풍처럼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바위 틈틈이 단풍 든 낙엽송이 한 가득이었다. 폭 50m가 채 못 되는 계곡이 굽이굽이 이어져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단풍은 본디 물가 단풍이 예쁜 법이다. 공기에 수분이 많아야 잎이 마르지 않고 때깔이 진하게 올라온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단풍 명소도 가만히 보면 주위에 물을 품고 있다. 단풍 산행 대부분이 계곡 산행인 까닭이다. 절골이 바로 그러했다.
절골 단풍놀이는 의외로 한낮이 최적의 순간이었다. 계곡이 워낙 깊어 해가 기울면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다. 첫날 아침에 절골에 들어갔다가 실패한 뒤 이튿날 정오쯤에 다시 한번 들어갔다. 바위 벽 넘어 중천에 떠오른 해가 반대쪽 바위에 비치니 단풍이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단풍잎이 나풀나풀 계곡물로 낙하하는 모습은 흡사 나비떼의 군무 같았다.
3 절구폭포는 2단을 이루고 있는 폭포의 모습이 절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주왕을 한눈에 … ‘고생끝에 낙’ 가메봉
절골에서 가메봉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팔랐다. 대문다리로부터 2㎞ 거리였는데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수고에 비례해 얻은 기쁨도 컸다. 가메봉 정상엔 열댓 명이 겨우 설 수 있는 바위가 있었는데, 바위에 올라서니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만들어낸 단풍 능선이 두 눈에 가득 찼다. 가메봉은 왕거암(907m)의 출입이 제한된 뒤로 주왕산 국립공원의 최고봉 노릇을 하고 있었다.
가메봉을 하산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가파른 내리막이 3.6km 이어져 잡아끌리듯이 1시간10분 만에 내려왔다. 후리메기 삼거리를 지나자 다시 평온한 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주왕산 주 탐방로와 겹쳤다. 하산길에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한 탐방객을 마주치니 묘한 활력이 돌았다.
주 탐방로는 3폭포에서 상의주차장까지 3.4km 이어져 있었다. 길이 잘 닦여 있어 1시간에 지날 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주왕산의 대표 풍경인 폭포 세 개가 연이어 나타났다. 지금도 1폭포·2폭포·3폭포라고 불리는데, 주왕산국립공원 측이 최근 각각 용추·절구·용연폭포라고 새 이름을 붙였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생김새가 기이했다. 거대한 바위 병풍의 절경은 주 탐방로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단풍나무 숲을 발끝에 둔 것처럼 우뚝 솟은 확소대의 늠름한 모습은, 주왕산이 단풍 시즌이면 국민관광지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절골에서 가메봉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팔랐다. 대문다리로부터 2㎞ 거리였는데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수고에 비례해 얻은 기쁨도 컸다. 가메봉 정상엔 열댓 명이 겨우 설 수 있는 바위가 있었는데, 바위에 올라서니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만들어낸 단풍 능선이 두 눈에 가득 찼다. 가메봉은 왕거암(907m)의 출입이 제한된 뒤로 주왕산 국립공원의 최고봉 노릇을 하고 있었다.
가메봉을 하산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가파른 내리막이 3.6km 이어져 잡아끌리듯이 1시간10분 만에 내려왔다. 후리메기 삼거리를 지나자 다시 평온한 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주왕산 주 탐방로와 겹쳤다. 하산길에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한 탐방객을 마주치니 묘한 활력이 돌았다.
주 탐방로는 3폭포에서 상의주차장까지 3.4km 이어져 있었다. 길이 잘 닦여 있어 1시간에 지날 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주왕산의 대표 풍경인 폭포 세 개가 연이어 나타났다. 지금도 1폭포·2폭포·3폭포라고 불리는데, 주왕산국립공원 측이 최근 각각 용추·절구·용연폭포라고 새 이름을 붙였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생김새가 기이했다. 거대한 바위 병풍의 절경은 주 탐방로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단풍나무 숲을 발끝에 둔 것처럼 우뚝 솟은 확소대의 늠름한 모습은, 주왕산이 단풍 시즌이면 국민관광지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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