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펜션, 저기도 펜션 ‘펜션이 판친다’
1. 난개발 부르는 펜션
계곡·강변마다 펜션 ‘포화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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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우후죽순으로 늘어선 펜션들 사이로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펜션까지 더해진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 인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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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계곡과 강이 흐르는 절경지라면 어김없이 펜션이 점령, 가히 펜션 공화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들어선 펜션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안전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등 그 역작용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본보는 가평·양평 등 경기북부지역과 서해안 일대에 무분별하게 조성된 펜션 건립 실태와 문제점, 대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농어촌정비법상 별다른 자격요건·규제 없어 / 도내 2천500여곳 성업… 무허가 업소도 판쳐
8일 오전 찾은 가평군 상면 행현리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부터 임초리까지 4km에 이르는 구간의 도로 양쪽으로 60∼70여 곳의 크고 작은 펜션이 각기 자태(?)를 뽐내며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또한 펜션 신축공사로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황토색 연기를 뿜어내는 공사현장도 1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펜션 열풍이 불고 있다.
도로에서 차량 통제를 하던 근로자 A씨는 “6개월 내내 이 일대서만 3곳의 펜션 공사장에서 일했다”며 “진행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지 2개 공사장에서 더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내 대표적 청정지역인 경기북부지역에 펜션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다.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농어촌정비법’에 규정된 연면적 230㎡ 이하의 농어촌 민박시설인 펜션은 모두 2천153곳에 달한다.
현재 도내에 펜션이라고 칭하고 영업을 하는 대부분은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한 민박형태로, 이 중 가평군이 881곳(41.0%)으로 가장 많고, 양평군 563곳(26.1%), 포천시 163곳 순이다.
특히, 펜션이 집중된 양·가평에는 지난 2009년 75곳, 2010년 109곳, 2011년 272곳이 새롭게 생기는 등 가파른 증가세까지 보이고 있다.
대부도와 제부도 등 서해안 일대 펜션 밀집지역이 있는 안산시(136곳)와 화성시(117곳)도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펜션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는 데는 농어촌정비법상 별다른 자격요건이나 규제가 없는데다, 소방점검만 받고 230㎡이하의 연면적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숙박업으로 분류된 230㎡ 이상의 기업형 대형펜션까지 합치면, 도내에만 2천500여 곳의 펜션이 성업 중이어서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금을 피하거나 무단 증·개축 목적으로 신고조차 하지 않은 무허가 업소까지 판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가평 51곳, 양평 33곳, 이천 16곳, 광주 10곳 등 모두 120곳의 펜션이 적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또 무허가 펜션과 음식점 200여 동이 난립한 화성 제부도 펜션 역시 시에 적발돼 벌금과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지자 이에 업주들이 반발, 결국 시에서 양성화 계획 등을 수립키도 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펜션(민박)이 숙박업에 비해 규제가 덜한 탓에 신청자가 많아 포화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됐다”며 “이 문제로 군도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히 규제할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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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펜션으로 흥할 줄 알았더니 펜션으로 망해
난립 펜션의 후유증 / 잘나갈줄 알았던 펜션… 줄도산 위기
규제의 허술함을 틈타 경기지역에 우후죽순격으로 펜션이 난립하면서 펜션 포화상태가 발생, 줄폐업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펜션연합회에 따르면 펜션 붐 초창기인 2003년 40%대 수준이던 펜션 가동률이 현재는 20%대로 급락했으며, 3.3㎡당 객실요금도 1만원대에서 7천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운영난 등의 문제로 1년 이상 펜션 영업을 하지 못해 등록이 취소되거나 자발적으로 폐업을 신청한 곳이 늘고 있다.
도내 펜션의 40% 가량이 있는 가평군이 83곳으로 가장 많고, 양평 42곳, 안산 20곳, 화성 15곳 등으로 모두 171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업한 펜션의 70∼80%는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2년여 동안 신고된 것이어서, 앞으로 폐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농어촌정비법이 완화된 후 양평, 가평 등을 중심으로 펜션 붐이 일면서 과잉공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퇴인구 늘면서 ‘급팽창’ 과잉 공급에 수익성 악화…
‘자본력’ 기업형 펜션에 밀려 폐업신고 170여곳 달해
또한 고객 유치를 위해 실내장식을 화려하게 바꾸거나 카페, 수영장, 천문대 같은 부대시설을 확보하는 등 투자·공사비를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L씨(42)는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대출금 4억5천만원을 들여 펜션을 시작했다.
이후 L씨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아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미니 천문대와 영화관을 추가 설치했다.
하지만 펜션 간 경쟁 심화와 유난히 잦았던 태풍과 폭우 등의 영향으로 성수기(7~9월)동안 매달 10여건의 객실예약을 받는데 그쳐 막대한 손실을 봤다.
L씨는 “아직 사업 초기로 노하우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주변 펜션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치 않고 쉽게 예단해 사업에 뛰어든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자책했다.
또 양평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P씨(58)는 6억원을 들여 올해로 3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전년 대비 고객이 30%가량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해마다 커져 올해 2천여만원을 은행 신규 대출을 받는 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평 계곡과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형 펜션과 대단위 펜션 단지까지 생겨나고 있어 중소형 펜션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후 안정을 위해 펜션에 투자하는 은퇴자가 늘면서 가평, 양평 지역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출혈경쟁과 더불어 세무조사나 위생 점검 등의 행정적 압박도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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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험천만한 펜션
산비탈에 위태위태… 큰비 오면 ‘시한폭탄’
위험한것 알면서도 경치 좋으면 산 깎고 우후죽순
소방시설만 갖추면 영업… 산사태 등 재앙 키워
11일 오전 가평군 북면의 한 펜션 밀집지역.
이정표가 없으면 찾기조차 힘든 산골짜기 사이로 10여동에 달하는 고급 펜션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절경을 자랑하지만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급해 폭우나 홍수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가평소방서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 중 한 곳이다.
이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급경사와 절개지 등이 펜션과 인접해 있어 집중호우 시 산사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펜션 단지 가장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C펜션의 뒤쪽으로는 경사 60도 가량의 절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절개지 부분에는 이미 한 차례 쓸려 내렸는지 녹음이 우거진 다른 곳과는 달리 황토색 흙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깊이 1.5m가량 깊게 파인 자국도 있었다.
더욱이 절개지 주변으로 가로세로 1m 크기의 암석 덩어리 20여개가 펜션과 절개지가 인접해 있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위태롭게 보였다.
또 다른 산사태 취약지역인 가평군 북면 적목리 B펜션 단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4동의 펜션이 입지해 있는 이 단지의 경우 가장 위쪽으로 박스 모양의 펜션은 뒤쪽으로 수직에 가까운 절개지가 건물과 거의 붙어 있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펜션 단지 앞쪽으로 경사가 급한 계곡이 놓여 있었지만, 별도 축대나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듯 1∼2명의 근로자가 펜션 주변으로 식재돼 있는 나무를 잘라 실어 나르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B펜션 업주 H씨는 “지반 안정성 점검과 배수시설을 완벽하게 해놔 사고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다”며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주인이 1년 내내 거주해 살고 있겠냐”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이외 가평 지역 산사태 취약지역 중 펜션이 있는 6곳을 살펴본 결과, 펜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1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5곳 모두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히 취약지가 아닌 곳에 있는 펜션들도 산사태 발생 우려가 크거나 아예 낭떠러지에 펜션을 지어 놓은 곳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처럼 도내 산간지역에 위치한 상당수 펜션은 자연 재해·재난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이와 관련된 안전 점검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흔히 말하는 펜션은 ‘농어촌정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소방점검 이외 건물 안전점검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경관이 수려한 곳 대부분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급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 많다”며 “이 같은 위험에도 펜션 특징상 이런 지형에 주로 들어서고 있지만 규제가 없어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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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난립하는 펜션, 탈출구는 없는가
“과잉공급 막고 농어촌관광 거점 키워야
펜션의 어원은 ‘연금’을 뜻하는 프랑스어 ‘팡시옹’에서 유래한다.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한 은퇴 직장인의 여망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법의 허술함을 틈 타 펜션이 난립하면서 경영난 등 고통을 호소하는 펜션주가 늘고 있다. 게다가 시설점검에서도 배제돼 관광객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펜션 실무자를 중심으로 해결책에 대해 논의해봤다.
■ ‘펜션’에 대한 별도 법안 마련
전문가들은 펜션을 농어촌 민박의 범주에서 분리해 ‘숙박업’으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펜션은 일반주택과는 달리 위치적으로 위험성이 있다고 해도 주변경관만 좋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선다는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의 용도를 따져 일반주택인지 펜션인지 구분할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규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숙박업’으로 별도 관리 과잉경쟁 억제 법 필요
농어촌 체험마을 연계 지역문화 활성화 필요
또 펜션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수변지역과 절개지 등 산사태 위험 지역 등의 펜션 옹벽이나 석축에 대한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내 담당 공무원들도 “펜션의 개념 자체가 모호한 탓에 관리 매뉴얼도 없는 상황으로 법적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과잉공급 억제를 취한 ‘최소거주연한’ 도입 필요.
농어촌 민박(펜션)의 본래 취지는 농어민의 소득향상을 위한 일종의 민생법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및 귀촌과 함께 수익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펜션이 급부상하면서 많은 은퇴자들이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법 취지대로 자신의 주택을 이용해 민박을 시작한 농·어민의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한 펜션과의 경쟁에서 밀려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게다가 펜션 간 경쟁심화로 운영난이 가중되면서 빚더미에 앉거나 폐업이 속출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과잉경쟁을 억제하는 동시에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최소 거주 연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단순 숙박시설에서 지역문화의 첨병으로
프랑스에는 우리의 민박과 비슷한 개념의 지트(Gites)가 있다.
지트 운영자는 농가 자체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지역 문화유산 소개나 자연탐방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해 이 곳을 방문한 관광객만 200만명에 육박한다.
경남 남해군에도 지난 2003년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과 설천 문항마을을 체험마을로 시작해 현재 15곳으로 늘었고, 지난해만 약 40만명이 체험마을을 거쳐 갔다.
경기도에도 펜션과 연계된 체험마을이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홍보와 관광 콘텐츠 부족 등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펜션 등급제를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펜션 과잉공급 억제와 농어촌관광사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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