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될까 걱정되는 세종시
현재의 부동산시장 침체 원인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경기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는 통상적인 경기순환론의 시각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고, 그 후 공급이 많아져서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언젠가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게 되고 시장이 회복된다는 예상이 뒤따른다.
이와 다른 시각은 고령화나 인구 감소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장상황은 장기 침체의 초기일 뿐이다.
얼마 전 일본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 일본 학자에게 의견을 물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한국 주택시장 침체가 남북한 대치상황에 기인하는가?"라고 반문하였다. 남북 대치는 분명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지지만, 변하지 않는 상수이므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학계에서 중ㆍ단기 부동산시장 변동을 인구 변화와 연결짓는 것은 소수의견일 뿐이라는 답이었다.
인구학적인 변화는 다른 경제변수들에 비해 훨씬 서서히 진행되며,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변화가 주택 수요와 가격의 단기 변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2008년 이전의 수도권, 최근 몇 년간의 지방광역시들이 주택시장 활황을 누렸던 것은 인구가 갑자기 불어난 때문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부동산시장 침체 원인을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는 것은 무리이다.
다만, 주택시장을 길게 조망하여 인구변화가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최근만 해도 KDI, 국토연구원, 통계개발원 등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나왔다. 이들은 2020년까지 연간 35만~40만호의 주택 수요가 있다는 공통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고령화나 인구 감소 때문에 주택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충격은 주택 수요 감소보다 국토공간상 인구의 분포가 달라지고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지방, 대도시-농촌, 도심-도시외곽 등을 대비시켜 보면 전자에 비해 후자 지역들이 더 빠른 인구변화를 경험하면서 급격히 활력을 잃을 전망이다.
이런 효과는 오래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2010 센서스에 따르면 전국 동(洞) 지역의 공가율(空家率)이 4.22%인 데 비해 면(面) 지역은 무려 13.28%이다. 시ㆍ도별로도 강원, 충남의 공가율이 각각 10.78%, 9.15%에 달하며 전남과 경북이 모두 8%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인구가 증가하고, 언제나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하다`는 가정 아래 개발되는 신도시나 신시가지는 그 자체가 실패로 귀결될 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악영향을 준다.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세종시로 옮겨가는 일자리는 1만5000개에 미치지 못한다. 파생적 고용효과가 있겠지만, 다른 한편 상당수 사람들은 기존의 생활본거지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런데 행복도시에 무려 20만호의 집을 지을 계획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많은 집에 들어가서 살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허허벌판에 공공기관 건물들과 일부만 입주된 아파트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반(半)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
한편 세종시 입주민 중 상당수는 주변 도시나 농촌지역에서 더 나은 생활여건을 위해 이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는 주변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여 지역생활권의 쇠퇴 요인이 된다. 세종시뿐 아니라 혁신도시들도 사업 자체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고, 주변지역을 황폐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 지방에 퍼주기 공약이 난무하지만, 일부는 독배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포인트 > 공지사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지고’, 다세대 ‘뜬다’ (0) | 2012.10.27 |
---|---|
'0% 유령'이 서성댄다 (0) | 2012.10.26 |
“선진국發 인플레 내년 亞 경제 강타” (0) | 2012.10.24 |
인플레이션 압박이 내년 아시아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0) | 2012.10.24 |
"부동산시장 침체라더니 땅 잘팔리네 (0) | 201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