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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양주·연천·포천

전재국 ‘연천 허브빌리지’

by SL. 2013. 7. 25.

2013.07.24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2004년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부지를 매입할 당시 시공사 직원을 내세워 차명 계약을 맺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부지 일부는 대금 지급까지 완료하고도 1년 가까이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몰래 보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국씨는 2004년 2월 김모(88)씨와 경기도 연천군 북삼리 221번지 땅 1만2873㎡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명의자는 재국씨가 아닌 시공사 직원 장모(55)씨였다. 장씨는 계약 후 지분이전 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등기에 착오가 발견됐다”며 돌연 소유권경정 등기를 냈고, 재국씨는 1년 뒤인 2005년 4월 소유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

주변 땅도 장씨를 통해 차명 계약됐다. 장씨는 2004년 3월 11일 조각가 이모씨에게서 연천군 북삼리 222, 223, 225번지 땅 1만1616㎡와 건물 2채를 매입했다고 등기했다. 그는 이후 가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두 달 후 등기를 말소했다. 그 무렵 재국씨는 해당 부지와 건물 소유권을 부인과 딸 명의로 바꿨다.

땅 주인 이씨는 “재국씨 측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바로 땅을 사면 주변에서 말이 나온다’며 직원을 내세워 가등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다 받았는데 1년쯤 후 재국씨 측이 다시 찾아와 등기 절차를 밟자고 했다”며 “해당 지역이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명의를 돌려놓으려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도 직원들이 나와서 재국씨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땅값 18억원가량은 모두 1억원짜리와 1000만원짜리 수표로 지급됐다고 한다.

당시 연천 땅 거래는 모두 재국씨 측 미술품 구매 대행자 중 한 명인 큐레이터 한모씨와 파주시 부동산업자 오모씨의 주관 아래 이뤄졌다고 한다.

2003~2004년은 차남 재용씨가 167억원 괴자금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다. 재국씨는 그해 7월 조세회피 지역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세우고 돈을 송금하기도 했다. 재국씨는 검찰 수사가 잠잠해진 이듬해 연천 땅 8753㎡를 부인 명의로, 2007년에는 5921㎡를 본인 명의로 사들였다.

임진강 인근에 자리잡은 허브빌리지는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재국씨가 부지 매입을 시작할 때인 2003~2004년 북삼리 221번지 공시지가는 ㎡당 892~1140원이었다. 그러나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고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이면서 현재 공시지가는 ㎡당 11만원으로 100배가 뛰었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땅 매입 자금의 원천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땅 매입 자금이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땅값 상승으로 늘어난 부분까지 환수가 가능해 수백억원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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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 집무실에 비밀창고… 불상 등 30여점 쏟아져

시공사 등 가족회사 ‘미술관’ 방불… 檢, 전두환 비자금으로 구매의혹 추적
연희동 집에선 10여점밖에 못 찾아… 추징 대비 고가품 숨겼을 가능성도

 

검찰이 16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운영하는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에서 불상 한 점을 압수해 옮기고 있다

 

 

검찰이 16일 집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의 동산(動産) 압류와 시공사 등 가족 관련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고가의 미술품과 도자기, 불상 등 130여 점이 발견되면서 실소유주와 매입 자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경기 연천군의 전재국 씨(전 전 대통령 장남) 소유 허브빌리지였다. 약 20개의 건물 가운데 3번 건물이 회장(재국 씨) 집무실이었는데 이곳에 직원들도 그 존재를 몰랐던 창고가 있었다. 창고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열쇠는 재국 씨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열쇠공을 불러 창고문을 열었다. 불상 1점과 그림, 도자기, 자수, 공예품 등 30여 점이 나왔고 검찰은 물품들의 포장을 찢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포장한 뒤 5t짜리 무진동 화물차를 불러 싣고 갔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외에 경기 파주시 시공사 사옥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국미술연구소 등 11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미술품과 도자기 100여 점을 확보했다. 압수된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류 및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미술품이 쏟아져 나올 줄은 검찰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날 연희동 사저 내 동산에 대한 압류에서는 검찰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압류된 물품은 그림 1점 등 10여 점에 불과했다. 이 그림은 나무를 소재로 한 고 이대원 화백의 200호짜리 그림으로 시가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은 홍익대 총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미술계의 거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금 미납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동안 전 전 대통령 측도 시간 여유가 충분했을 것”이라며 “추징에 대비해 사저에 있는 고가의 물품들을 미리 숨겼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사옥과 허브빌리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량으로 나옴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측이 사저 압류에만 대비하고 가족 관련 회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공사 대표인 재국 씨는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담 큐레이터까지 채용해 고가의 미술품을 집중 매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시공사 파주 사옥 지하 1층 창고에도 미술품들을 보관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이곳을 수색해 미술품들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국 씨 등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이날 압수수색한 17곳 외에도 별도의 수장고를 마련해 전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보관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미술품들이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나 비자금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전 전 대통령 일가와 화랑들의 거래 명세를 추적하고 있다.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해 돈세탁을 하는 방식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비자금을 숨길 때 쓰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차명 재산을 세탁하기 위해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다수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했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재국 씨가 소유한 미술품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인지를 가려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전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 일가에게 돌려줘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됨에 따라 압수수색까지 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라며 “전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완벽히 입증해야 추징이 가능한 만큼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