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빈익빈 부익부 더 심해진다
저소득층 소득 감소폭 커… 부채 늘려 소비수준 유지
은퇴 이후 자산이나 소득이 적은 계층은 의식주 비용을 모두 줄인 반면 고소득층은 옷차림과 여가를 즐기는 데 더 많은 지출을 감수했다. 은퇴로 인한 자산 양극화가 가난한 은퇴자는 더욱 가난하게, 부자 은퇴자는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퇴가구의 경제행태 분석’ 보고서를 최근 펴낸 보험연구원 경영보고서에 게재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의 국민노후보장패널과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화연구패널 자료를 토대로 동일 가구의 은퇴 전·후의 소비 및 자산보유 변화를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 계층에 걸쳐 은퇴 전·후 가계 소비지출 수준은 비슷했다. 그러나 소비지출 항목이 달라 식비와 교육비 지출은 감소했고, 보건의료비 항목은 늘었다. 특히 계층별 소비지출 변화는 확연히 달랐다.
자산 하위 20%인 가구는 먹고·자고·입는 데 쓰는 비용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상위 20% 가구는 옷을 사 입는 데 돈을 더 썼다. 상위 40% 가구는 문화생활비 등 여가생활을 위한 지출이 증가했다.
은퇴 이후 소득은 월평균 16만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이 작은 이유는 근로소득이 없어졌지만 퇴직금과 임대소득 등 기타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폭이 컸다. 이는 주로 근로소득에 의지했던 저소득 계층에서 은퇴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은퇴 즈음인 60대 초반에 부채 규모가 가장 커진다는 점이다. 이후 부채가 감소하는데 65세 이후에는 빚이 가장 많았던 60대 초반의 30.7%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질병 등으로 의료비 지출이 확대되면 부채도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60세 전후로 부족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창업 등을 목적으로 부채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은퇴 이후 총소득이나 소비 수준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빚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직후에는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65세를 전후해 자산 규모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주식투자 행태’의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건강상태가 양호할수록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높고,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은행예금 비중이 높고 주식 비중은 낮았다.
유 교수는 “연구 결과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4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 빈곤층 규모가 크게 증가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은퇴 빈곤계층의 자산형성 및 근로지원이 필요하고 은퇴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쉽게 유동화시킬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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