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이자소득 4년새 절반 줄어…앞이 깜깜"
종잣돈 마련 묘수가 없네… 결혼 앞둔 직장인들 한숨만
4%대 은행빚 갚는게 재테크 지난달 가계대출잔액 줄기도
◆금리2% 재테크 혼란 ◆
대기업에 다니다 5년 전 퇴직한 백 모씨(62)는 요즘 취업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부동산 시세 차익과 이자 수입으로 노후를 즐겨보려던 계획이 물거품됐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당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사들였으나 가격 하락으로 본전도 못 건지게 됐다. 게다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0년짜리 연금보험으로 손에 쥐게 되는 2억원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다. 백씨는 "소득 확보를 위해서는 재취업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견기업 1년 차인 최 모씨(28)는 "결혼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직장을 구하면 월급으로 재테크를 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지만, 재테크 수단이 깜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금 등의 상품도 눈여겨 보았지만, 계산기를 들고 이자를 계산하면 몇 푼 안 된다"며 안타까워한다. 최씨는 KDB다이렉트 등 고금리 상품에 미리 가입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최근 들어 KDB다이렉트 등도 이자가 뚝뚝 떨어지면서 매력이 크게 줄었다. 새마을금고ㆍ신협 등의 상호금융 상품들의 비과세 혜택 일몰조항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소문도 들려 최씨는 마음만 조급하다.
사회초년생부터 은퇴자들까지 너나 할 것이 없이 `재테크 멘붕 상태`다. 결혼을 앞둔 사회 초년생들은 종잣돈을 마련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울상이다.
은퇴자들은 이자 수입 급감으로 생활고를 하소연한다.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재테크 암흑기다.
제조업체 7년차 직장인 김 모씨(36)는 최근 적금이 만료돼 은행을 찾았다. 적금으로 모은 목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은행 객장에서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35%라는 것이었다. 그는 "만기된 적금 금리는 4.1%였는데 정기예금 금리가 3.35%라는 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어떻게 1년새 0.75%포인트나 하락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공장 일이 바빠 시중 금리를 챙길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금리가 떨어졌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다 싶은 상품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대우를 받는다. 고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며칠이면 절판이 된다는 것.
워낙 절판 속도가 빨라 은행원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대형 시중은행의 10년차 행원인 신 모씨(39)는 은행 금융상품 트렌드에 대해서는 `빠꼼이`로 통하지만 최근 고금리 상품은 수시로 놓쳤다고 아쉬워한다. 신씨는 "4%대 특판 상품이 간간이 나와서 알아보려고 하면 어느새 절판이 돼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몇차례 특판 상품에 대한 타이밍을 놓친 끝에 최근 펀드에 투자했으나 5%의 손실만 입었다. 그는 "2금융권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장기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일한 재테크라고 생각해 펀드에 투자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다"고 우울해 했다.
최근 신용협동조합이나 우체국으로 예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저금리로 0.1%포인트라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저금리시대 14%가 넘는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줄여주는 협동조합 등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시대가 장기화하면서 대출금을 갚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직원인 강 모씨(34)는 최근 대출금리가 떨어져 빚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갚기로 결심했다.
강씨의 대출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2%포인트를 가산한 수준.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덕분에 대출 금리가 4.07%까지 하락했다.
이 정도 금리는 강씨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지만, 빚을 갚는 게 최선의 재테크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씨는 “최근 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세인 만큼 대출 금리인 4%를 넘는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따라서 보유 자금으로 빚을 갚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458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0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서 은행 가계대출 월별 추이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올해 1월에 2조8000억원, 3월에 4000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박정림 KB국민은행 본부장은 "가계 디레버리징 움직임이 현명해 보인다"며 "굳이 빚내서 투자할 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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