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공포'에 숨죽인 증시
2013-05-26
20년 채권 강세장 끝나면 아시아 신흥국에 몰린 자금 일시적으로 빠질 가능성
"한국 증시 급등락 반복될 것"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2008년 이후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택했던 비정상적인 ‘돈풀기 정책’이 정상 상태(Nomality)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식 채권 등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물가 등 경제 불안이 확대되는 이른바 ‘N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N의 공포는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상 복귀로 유동성 장세 위축 가능성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하는 N의 공포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첫째는 미국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철회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공포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의 공포다. 각국 중앙은행의 무제한 화폐 살포에도 그동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물가가 경기 회복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경기를 옥죄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세 번째 공포는 미국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신흥국 등의 제조업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중 양적완화 정책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특히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적완화와 낮은 물가의 결합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 장세를 야기했다. 하지만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이 정상 상태로 회귀하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미 국채금리다. 지난 22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2.0439%까지 상승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미 국채 10년물 평균 실질수익률은 연 2% 정도였다”며 “현재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가 연 5%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여년간 계속돼온 미국의 금리 하락이 끝날 가능성도 문제다. 이 경우 신흥국이나 고위험 채권에 몰렸던 자금들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글로벌 시장에 퍼져있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급격히 돌아가면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 변동성 커질 듯
미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제조업이 되고 있는 것도 N의 공포를 낳는 또다른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전 글로벌 경제 회복은 미국 소비가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무역수지는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며 “미국 제조업 회복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등 신흥국의 미국 수출 및 실적 감소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N의 공포는 길게는 올 연말까지 해외는 물론 국내 채권 및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향후 몇 달간 미국중앙은행(Fed)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일본 증시와 환율이 급격히 등락을 반복하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엔저 우려가 완화되고 유럽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양호한 유동성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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