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에 강남 오피스빌딩 주인될 수 있다고?
건물 쪼개서 사고파는 `섹션오피스
2013.05.31
강남 선릉역 `금강타워`(왼쪽), 역삼역 한신 `인터밸리`(오른쪽)
은퇴를 앞두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A씨. 그러나 이리저리 둘러봐도 마땅히 투자할 데가 나오지 않았다. 그간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대표상품으로 군림했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지나치게 공급이 많아져 임차인을 꾸준히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6~7%대를 자랑하던 주거용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최근 2년 새 4~5%대로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너도나도 사들이는 오피스텔을 덜컥 샀다가 건물이 노후되는 5~10년 후엔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A씨에게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지인 B씨가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이 기회에 3억원 정도 투자금으로 강남에 어엿한 빌딩 한번 가져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B씨가 제안한 상품은 빌딩 건물의 일부를 사고파는 방식의 ’섹션 오피스’였다.
수익률도 훨씬 안정적이고 나중에 건물을 매각할 때도 주거용 건물보다 훨씬 유리해 투자성이 높다는 게 B씨의 조언이었다.
조언에 따라 테헤란로 대로변의 한 섹션 오피스 투자를 결정한 A씨는 최근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 수입에 웃음짓고 있다. A씨가 매입한 섹션 오피스는 선릉역에 인접한 전용면적 39㎡ 규모 3억2000만원짜리 사무실이다. 이곳은 현재 한 IT기업이 임차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를 155만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다. 투자 수익률은 6%대에 육박한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틈새 상품이 뜨고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섹션 오피스’다. 섹션 오피스란 오피스빌딩의 한 층을 33~192㎡가량의 단위로 분할해 분양했던 곳들을 가리킨다. 일부 구획뿐만 아니라 1~2개 층 단위로 분양된 곳도 있다.
주로 2003~2004년 즈음 유망한 분양 상품으로 이미 한 차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신인터밸리24, 금강타워와 중구 의주로 바비엥3,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 미래사랑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릴 때는 아파트 등에 비해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불황기에 접어들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장은 "최근 투자자들이 대형 법인들이 이미 입주해 있는 오피스 중 소규모 구획별 또는 1개 층 단위로 매입할 수 있는 물건을 문의하고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틈새 속 틈새’ 상품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섹션 오피스는 일단 투자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보통 빌딩들은 적게는 50억~100억원, 많게는 수백억 원대에 통째로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장벽이 높다. 적어도 50억~100억원대 자산가는 돼야 투자할 수 있어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던 것이 강남 빌딩 시장이었다. 강남 오피스 시장의 안정적인 수익률이 일반인에겐 딴 세상 이야기였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섹션 오피스는 건물의 일부 구획만을 매입하기 때문에 투자금액이 수십분의 일로 떨어진다. 3억~1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확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입을 노려볼 수 있다. 수억 원 투자로 강남 대로변 오피스 빌딩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업무용 오피스에 비해 임대가 유리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섹션형 오피스는 100% 업무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별로 화장실, 주방 등 업무에 필요 없는 설비가 아예 없다. 같은 공급면적이라도 오피스텔에 비해 더 많은 면적을 쓸 수 있는 것. 임차인 입장에서도 비슷한 임차료에 근무환경이 더 쾌적한 전용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임대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임대 방식은 다양하다. 소규모 구획에 1개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부터 은행이나 금융회사 등 대규모 사무실이 필요한 업체에 오피스 소유자들이 연합해 구획 7~8곳을 합쳐 1~2개 층을 통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 면적을 빌리는 회사일수록 규모가 크고 탄탄한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에 비해 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공급면적 66~99㎡ 규모의 섹션 오피스를 보유한 경우라면 주변 소유주들과 협의해 큰 회사에 임대하는 것이 개별 임대보다 낫다"고 조언했다.
매매 가격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로 강남역 일대 물건은 3.3㎡당 매매가가 2000만~2500만원 수준이며 그중에서도 강남대로 등 핵심 지역들은 3.3㎡당 3500만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일반 오피스텔 등에 비해 투자금이 센 편이지만 안정적인 기업 임차 수요가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 수익률은 오히려 어지간한 상품을 상회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강남 일대 일반 상가들이 4~5%대 수익률에 그치는 데 반해 섹션 오피스들은 5~7%가 대부분"이라며 "수익률은 좋은데 워낙 물건이 없다보니 괜찮은 매물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구획ㆍ층 단위로 분양된 물건들이 애초에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간만에 나온 매물이라고 충분한 분석 없이 덥석 사들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예상 매물을 미리 확보해 원활한 임대가 가능한 입지인지, 건물의 노후도는 심하지 않은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매입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결국 수익률은 투자금 대비 수익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상품이라고 해서 분양가 대비 높은 가격이나 일대 시세와 동떨어진 값에 오피스를 사들이는 경우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
규모가 큰 구획이나 층 단위 매매를 할 때는 차후 처분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산해 봐야 한다. 환금성이 떨어지게 된다. 많은 자금이 한번에 묶이는 만큼 내가 가진 자본 대비 적당한 물건을 매입해야 나중에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매물로 싸게 매각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남수 팀장은 "결국 핵심은 임차 수요가 얼마나 안정적이냐 하는 것"이라며 "주로 지하철역에 가까울수록 임대도 안정적이고 처분도 유리하기 때문에 역세권 위주로 투자를 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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