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6
고속도로 40년 통행량 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사회상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매일 토해내는 교통량 데이터는 전형적인 ‘빅데이터(Big Data)’다. 하루 평균 약 380만 대가 전국 31개 노선, 319개 톨게이트(영업소)를 오가며 속도와 이동거리·교통량·교통요금·차량 종류 등의 데이터를 약 30기가바이트씩 생산한다. 전국 고속도로에 깔린 3000여 개 카메라가 생산하는 디지털 영상까지 포함하면 데이터의 양은 테라바이트(1000기가바이트)를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지역 간 교통량은 인구 규모가 클수록 늘어나고 거리가 멀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결과에 대한 분석일 뿐이다. 교통량에는 지역의 성장과 도로의 건설을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적 다양한 원인이 있다.
① PK·TK 경합과 역전…TK시대 30년, YS·DJ·노무현 정부 거치며 뒤집혀
고속도로 교통량 빅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은 정치권 부침(浮沈)의 시기와 밀접하게 영남 속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교통량이 경합과 역전의 다툼을 벌였다는 점이다. 물론 수도권 집중화라는 가장 큰 특징을 제쳐놓고 하는 얘기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후 2001년까지 30년 동안은 TK 지역의 시대였다.
이 기간 동안 PK 지역 내부 교통량이 TK를 넘어섰던 때는 교통량 기록이 있는 첫 해인 1971년과 83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30년간 자체 교통량에서 TK 지역은 총 5억8200만 대로 PK 지역(3억2900만 대)을 압도했다. PK 지역 자체 교통량은 83년부터 PK~TK 지역 간 교통량을 넘으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자체 교통량 1억3200만 대를 기록, TK 자체 교통량(7208만 대)도 추월하는 역전극을 벌인다. 이후 PK 교통량은 TK의 배 규모를 지켜오며 2011년 1억8535만 대까지 성장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한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의 가장 큰 수혜지역이 영남이며, 그중에서도 부산·경남이 으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부산대 김기혁(지리교육학) 교수는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 항만 물동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PK 지역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년간의 고속도로 교통량에는 박정희(1961~79년)-전두환(81~88년)-노태우(88~93년)로 이어진 TK정권과 이후 들어선 김영삼(93~98년)-김대중(98~2003년)-노무현(2003~2008년) 정부의 영향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② 한국 암흑기, 외환위기…석유파동 때도 안 줄던 화물차 교통량 21% 급감
고속도로 교통량 속에는 한국 사회의 아픔도 기록돼 있다. 지난 40년간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은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제1차 석유파동이 불어닥친 74년 교통량은 전해보다 7% 줄어든 720여만 대를 기록했다. 2차 석유파동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국내 경제와 사회 분위기가 모두 얼어붙었던 80년엔 2095만 대를 기록, 전해보다 1% 가까이 줄었다.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교통량이 전해(3억7500만 대)보다 13%나 줄어든 3억2800만 대를 기록했다. 특히 1, 2차 석유파동 때도 줄지 않았던 화물차 교통량마저 21%나 고꾸라졌다.
③ 경제 성장 이끈 14년 … 72~85년 고속도로, 승용차보다 화물차가 많아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현대사 속에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 기간이었음이 데이터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승용차 비중은 전체 10대 중 8대(77%)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40년 전에도 승용차(48%)는 화물차(38%)보다 많았다. 하지만 고속도로 풍경은 달랐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72~76년)이 시작된 72년부터 85년까지 14년간은 고속도로에 승용차보다 화물차가 더 많이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72년 한 해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량은 256만 대, 승용차는 이보다 적은 242만 대였다. 포항제철이 쇳물을 녹여내기 시작하고(73년) 울산·창원·여수·옥포 등지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던 즈음이다. 화물차 우세는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마이카 시대’가 불기 시작한 86년에야 그쳤다.
국토해양부 박종흠 물류정책관은 “자동차 등록현황만 보면 석유파동과 IMF 외환위기 때는 승용차가 줄었지만 화물차는 계속 증가했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가 위기 속에서도 쉼없이 땀 흘려온 산업일꾼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④ 지역 화합 고속통로 … 교류 가장 적었던 전남~경남, 2011년엔 3위로
경부(京釜) 축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로 시작한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역사는 지역 차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국으로 뻗어나간 길은 지역 간 화합으로 향하고 있다. 전국을 수도권과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8개 권역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처음엔 지역 간 교류가 가장 적었던 곳은 전남~경남이었다. 그러나 2011년엔 전남과 교통량 교류가 많은 지역으로 전남 인근인 전북·충남 다음으로 경남이 떠올랐다. 길이 영·호남의 화합을 만든 셈이다. KAIST 이원재 교수는 “길이 차별이 아니라 균형을 낳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라면 고속도로의 향후 설계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도로공사 교통량 빅데이터 분석은 ‘자료 확보-데이터베이스 작업-데이터 클리닝 -분석-기사 작성’ 등 긴 과정을 거쳤다. 이번 분석의 핵심DB는 고속도로 출발-목적지 교통량 데이터다. 하지만 도로공사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건 1998년분부터 가능했다. 도로공사가 출범한 69년부터 97년까지의 교통량 데이터는 자료실과 서고에 책자 형태로만 남아 있었다. 분석을 위해 먼저 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바로잡는 ‘데이터 클리닝’ 작업도 거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통량 기록의 기준이 달라지고, 톨게이트 집계 방식도 변했다. 데이터 분석의 한계는 소셜미디어 분석, 거주지 분석, 자동차 등록대수와 인구성장률, 수송분담률 분석 등으로 보완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615129&cloc=olink|article|default
2013.02.06
경제 싣고 달렸다 고속도로 40년 교통량 200배로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이듬해인 71년 한 해 경부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은 470여만 대였다. 40년이 지난 2011년 고속도로는 31개 노선으로 늘어났고 교통량도 한 해 9억6250만여 대로 급성장했다. 이런 고속도로 40년 세월엔 한국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KAIST 이원재(사회학) 교수팀, 국가수리과학원 권오규(통계물리학) 박사와 함께 71년부터 40년간의 고속도로 교통량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치권 부침의 시기와 맞물려 영남 속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 간 교통량 패권 다툼이 뚜렷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후 2001년까지 30년 동안 TK 지역이 PK를 압도했다. 이 기간 총 교통량은 TK 지역이 총 5억8200만 대, PK 지역이 3억2900만 대였다. 2002년에야 PK 지역이 한 해 1억3200만 대의 교통량을 기록하며 TK를 역전했다.
지난 40년간 고속도로 교통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제 고비마다 주춤하기도 했다. 제1차(74년), 제2차(80년) 석유파동 때와 외환위기(98년) 때는 전해보다 교통량이 감소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승용차가 화물차보다 많다. 그러나 72년부터 85년까지 14년간은 고속도로에 화물차가 훨씬 많이 다녔다. 경제 부흥의 발이 되어 전국을 누빈 것이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한국 사회가 주말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지도 교통량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98년부터 분석된 평일 대비 토요일 교통 차량수 비중을 보면 주5일제 도입 초기인 2004년부터 주말에 고속도로를 통해 나가는 승용차가 평일 대비 3년 연속 늘었다. 그러나 2007년 한 차례 감소한 뒤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가 2010년 11월 말 발생한 구제역을 기점으로 평일 대비 주말 나들이 차량 비율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평일 대비 주말 교통량은 최근까지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명절 교통량 분석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사회에서 고향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귀성행렬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추석 기간의 차량 한 대당 일일 평균 이동거리를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동거리는 88년 112㎞에서 89년 한 차례 115㎞로 늘어난 이후 계속 줄고 있다. 특히 95년 100㎞ 아래(84㎞)로 이동거리가 줄었으며 외환위기 때인 98년엔 58㎞까지 추락했다. 이후 2003년 68㎞까지 회복됐던 추석 이동거리는 2011년 65㎞로 떨어졌다.
국가수리과학원 권오규 박사는 “귀성 이동거리가 줄었다는 건 먼 거리 귀성을 중심으로 교통량이 줄었다는 얘기”라며 “경제위기로 생활이 궁핍해지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명절에 고향 찾는 것마저 포기한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는 지역 화합도 이끌었다. 25년 전 가장 교류가 적었던 지역은 전남~경남이었으나 2011년 전남은 인근 전북·충남 다음으로 경남과의 교통량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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