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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부자들이야기

7억짜리 구름 위의 의자

by SL. 2012. 10. 12.

아파트보다 비쌉니다 7억짜리 구름 위의 의자

 

자리 하나 만드는 데 7억 투입… 첨단 항공기 대해부
문 달린 좌석에 앉으면 앞에는 32인치 개인 모니터 옆에는 불에 강한 특수 소재
터치스크린 조명까지 갖춰  아시아나·대한항공 등 최첨단 좌석 소량 특별 제작
좌석 배치도 지그재그식으로 눈치 안보고 화장실 이동

 

 

비행기 좌석이 진화하고 있다. 값싼 항공 요금을 강점으로 내세운 신생 저비용 항공사들이 국내 노선은 물론 중국과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까지 잠식하자, 기존 대형 항공사들은 좌석의 품질을 높여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일등석·비즈니스석에 이전보다 편안한 새 좌석을 도입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좌석의 첨단화'"라고 했다.

 

 


◇한 자리에 7억원짜리 항공 좌석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일등석 입구에 여닫이 문이 달린 '오즈 퍼스트 스위트'를 도입했다.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것이다. 여닫이문은 승객이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고, 신선한 실내 공기를 만들기 위한 통풍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3년간 개발한 '오즈 퍼스트 스위트'의 좌석 1개당 가격은 7억원.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1채보다 비싸다.

이 좌석에선 팔걸이에 있는 터치스크린 버튼을 누르면 조명과 등받이의 높낮이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다. 업무나 휴식을 위해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버튼을 누르면 입구 표시등에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세요)' 문구가 표시된다. 세계 최대 32인치의 기내 HD(고화질) 개인 모니터도 달려 있다.

대한항공의 초대형 여객기 A380 일등석인 '코스모 스위트'도 한 개당 가격이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좌석 길이만 2m가 넘고, 좌석 너비도 기존보다 15㎝ 넓어진 67㎝로 넉넉하게 만들어졌다. 좌석 매트도 이음새가 없어 안방에 누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최첨단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비행기 좌석이 이렇게까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일등석과 비즈니석은 디자인 개발에서 실제 제작에 이르기까지 개별 항공사의 특성과 서비스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대량 일괄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소량 특별 제작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이다.

또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압력이 가해지거나 화재가 나더라도 좌석이 변형되지 않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강도와 방염(防炎) 등 특수 기능을 갖춰야 한다. 모든 항공기 좌석은 불을 12초간 대고 있다가 뗐을 때 불이 옮아붙지 않는지를 심사하는 '12초 버티컬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여러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항공 좌석 배치도 진화

좌석 배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는 비싼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석의 최적 배치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180도 평평한 수평침대로 변신하는 비즈니스석 좌석을 놓으려면 기존의 일렬 배치는 불가능하다. 승객의 발을 앞좌석 의자 밑으로 밀어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승객이 잠들어 있는 다른 승객 위를 넘지 않고 화장실에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창조적인 배치법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석인 '오즈 쿼드라 스마티움'에 지그재그식 좌석배열을 도입했다. 덕분에 모든 승객은 옆자리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화장실을 오갈 수 있다. 기존 B777 항공기의 32개 비즈니스석을 24개로 줄여 좌석 간격도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4대의 보잉 777항공기에 오즈 쿼드라 스마티움 좌석을 설치했고, 내년까지 8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기존의 2-2-2-열 좌석을 1-2-1열로 바꾼 좌석을 선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창가에 앉은 고객이 복도로 바로 나갈 수 있게 한 구조다. 좌석도 45도 정도 옆으로 틀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객실 가운데 2인석은 A자 형태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모든 승객이 옆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좌석에 드나들 수 있는 방식이다. 델타항공은 2014년까지 모든 국제선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을 이 구조로 교체할 계획이다.

에어뉴질랜드는 승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V자 모양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서로 등을 대고 앉은 승객들은 쉽게 좌석을 드나들 수 있고, 승무원이 건네는 기내식도 바로 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승객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항공 좌석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비즈니스 중간 '제4의 좌석' 경쟁

 

항공업계에선 이코노미석(일반석) 업그레이드 경쟁도 치열하다. 해외 항공사들은 일반석-비즈니스석-일등석으로 돼 있는 기존 3단계 좌석 등급에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중간인 '프리미엄 일반석'을 도입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비즈니스석에서 일반석으로 갈아타려는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오는 12월 한국에 재취항하는 영국항공은 4종류 좌석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좌석과의 간격이 비즈니스석보다 좁지만 일반석보다는 7인치(18㎝) 넓은 '월드 트레블러 플러스' 좌석을 두기로 했다. 인천~히스로 노선 왕복 가격이 비즈니스석 330만~890만원, 일반석 63만~320만원인데, 이 좌석은 180만~390만원대를 받을 예정이다.

에어프랑스도 2010년부터 인천~파리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했다. 터키항공도 올해부터 인천~이스탄불 노선에 비슷한 '컴포트클래스'를 운용하고 있다. 일반석보다 30만원 정도 비싸다.

국내 항공사들은 기존 일반석 좌석을 신형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존 이코노미석을 뉴이코노미석으로 바꾸는 등 기존 일반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뉴이코노미석은 기존 좌석보다 뒷면이 얇아 다리를 더 뻗을 수 있고, 바닥 쿠션이 두툼해 앉기에 편하다. 좌석별 오디오비디오(AVOD) 시스템도 갖췄다. 대한항공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9대 항공기 좌석을 개조했다. 총 3600억원을 들였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27대의 비행기 좌석도 개조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석 명당은 어디

조용히 날고 싶다면 날개는 피하라
맛있게 날고 싶다면 앞을 사수하라

보통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일등석은 5배, 비즈니스석은 2~2.5배 비싸다. 일반인들은 비즈니스석만 타려고 해도 '큰 결심'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코노미석이라도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명당' 자리가 따로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여행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비행기는 열차처럼 각각 구역이 있다. 이코노미석 중에 넓은 좌석을 원한다면 각 구역의 가장 앞쪽 좌석이나 비상구 쪽 좌석을 택해야 한다. 앞좌석과의 간격이 가장 넓기 때문이다. 이 좌석을 얻으려면 인터넷 발권을 통해 좌석 지정을 하거나, 남들보다 일찍 공항에 나가야 한다.

비행기 멀미가 심한 사람은 뒤쪽보다는 앞쪽을, 창 측보다는 가운데를 선택하는 게 좋다.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났을 때 동체 뒤쪽과 날개 쪽이 더 많이 흔들린다. 조용한 비행을 원한다면 날개 쪽 좌석은 피해야 한다. 비행기 엔진이 날개 쪽에 있어 소음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기내식이 중요하다면 앞쪽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보통 기내 서비스는 각 구역의 앞쪽부터 시작한다. 식사가 두 종류일 경우 수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뒤쪽에 앉은 승객은 원하는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