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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10개월6일만에 14좌 모두 올라

by SL. 2013. 5. 21.

해발 0m 출발, 카약 156㎞→자전거 893㎞→도보 162㎞… 그리고 8848m 정상

2013.05.21 03:01

[김창호 대장, 8000m 넘는 히말라야 14좌 국내 첫 無산소 등정 성공]

6년 전, 정상 공략 앞두고 산악 후배 둘 추락死 소식에 시신 수습 위해 철수
"맨 꼭대기에 선 순간 먼저 간 그들 생각에 눈물"
'From 0 to 8848' 개념 도입… 해발 0m부터 정상 도전 "인간 힘만으로 해보고 싶었다"

6년 전인 2007년 5월 16일, 산악인 김창호(金昌浩·44·몽벨 자문위원) 대장은 해발 7950m의 에베레스트 마지막 캠프에 있었다. 이 지점은 해수면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산소로 통상 '죽음의 지대'라고 하는 곳이다. 김 대장은 기자와 함께 정상 공략을 앞두고 있었다.

어느 순간 무전기에서 긴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원정대의 사고 소식이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등반하다가 해발 7900m 캠프에서 취침 중이던 박영석 원정대원 중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이 추락사했다는 얘기였다. 두 대원을 운구하고 사고를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도움 요청이 들어왔다.

 


	오희준(왼쪽 작은 사진)·이현조(오른쪽) 대원과 김창호 대장이 사고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다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는 모습.
김 대장은 지난 2007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뒀다가 또 다른 원정대의 후배 오희준(왼쪽 작은 사진)·이현조(오른쪽) 대원의 추락사 소식을 듣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철수했다. 김 대장이 사고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다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는 모습. /월간산 제공

 

김창호 대장은 잠시 망설였다.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정상(8848m) 눈앞에서 철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추슬렀다. 추락사한 오희준 대원은 가셔브룸1봉(8068m)·가셔브룸2봉(8035m·파키스탄)을 함께 등반했고, 이현조 대원은 낭가파르바트(8125m)를 횡단 등반하며 함께 수많은 사선(死線)을 돌파한 동료였다. 두 후배를 만년설 속에 남길 순 없었다. 김 대장과 우리 팀은 시신 수습을 위해 눈물의 철수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13년 5월 20일 김 대장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그냥 세계 최고봉 등정이 아니었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고봉을 인공 산소 도움 없이 모두 오르는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05년 여름 낭가파르바트 무산소 등정을 시작으로 8년여 만에 이룬 성과였다.

김 대장은 5월 19일 오후 에베레스트 마지막 캠프(7950m)를 출발한 지 13시간 만에 서성호(33), 석상명(55) 대원 등과 함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기자는 마지막 캠프까지 동행해 이들의 등정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 산악계에는 고 박영석, 엄홍길, 한왕용, 오은선(칸첸중가 등정 논란), 김재수 등 14좌 완등자가 5명 있지만, 무산소로 14개 고봉을 모두 오른 사람은 김창호 대장이 처음이다. 산악인들은 "해발 8000m 지점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호흡이 30번 필요한 극한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무산소 등정을 고집한 것은 "순전히 인간의 힘만으로 정상에 서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김 대장은 말했다. 무산소 14봉 등정은 세계적으로도 김 대장을 포함해 17명에 불과하다.

 


	김창호 대장 'From 0 to 8848' 에베레스트 등정 루트
김창호 대장은 정상에 서는 순간 6년 전 이곳에서 잃어버린 후배들 생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김 대장은 "6년 전 숨진 후배들과 함께 올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호 대장은 이번 원정에서 'From 0 To 8848' 개념을 도입했다. 해수면 기준 0m에서 시작해 지구 최정상 에베레스트에 오른다는 의미다. 김창호 원정대는 인도 벵골만에서 원정을 시작해 갠지스강을 따라 닷새 동안 카약을 타고 콜카타까지 156㎞를 거슬러 올랐고, 인도와 네팔 평원을 가로질러 히말라야 산맥의 바깥 기점인 툼링타르에 이르기까지 893㎞를 자전거로 이동한 다음 약 162㎞도보 카라반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접근해 무산소로 등정길에 나섰다.

1988년 서울시립대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등산에 입문한 김 대장은 학창 시절인 1993년 그레이트 트랑고타워, 1996년 가셔브룸4봉을 등반하면서 히말라야의 대자연에 흠뻑 빠졌다. 2000년 이후 2008년에 이르기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1700여일 동안 빙하와 고봉을 탐사하며 고산 등정의 꿈을 키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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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8848m 에베레스트 등정… 7년10개월6일만에 14좌 모두 올라
무산소 기준 기존기록 13개월 앞당겨

지난해 10월 네팔 히말라야 미등정봉 힘중(해발 7140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뒤 환호하고 있는 김창호 대장. 김 대장은 이 등정으로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 아시아 수상자가 됐다.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간 김 대장은 세계 최단 기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자가 됐다. 몽벨 제공

 

산악인 김창호 대장(44·몽벨 자문위원)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의 세계 최단 기간 완등에 성공했다. 특히 산소통을 이용하지 않은 무산소 등정으로도 세계 최단 기간에 14좌를 완등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대한산악연맹은 김 대장이 네팔 현지 시간으로 19일 오후 8시경 해발 8050m의 캠프4를 출발해 13시간 만인 20일 오전 9시경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48m) 등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대장은 2005년 7월 14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5m)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7년 10개월 6일 만에 14좌를 모두 올랐다. 이는 폴란드의 예지 쿠쿠치카가 세운 14좌 최단 기간 완등 기록인 7년 11개월 14일을 1개월 8일 앞당긴 기록이다.

무산소 14좌 완등 기준으로 보면 기존 기록을 1년 1개월 11일 앞당겼다. 무산소 14좌 완등자 중에서는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우룹코가 8년 11개월 17일로 최단 기간 기록을 갖고 있었다.

 

김창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14좌를 완등한 31명 중 10년 이내에 기록을 달성한 사람은 6명뿐이다. 그중 한국인이 3명(박영석 한왕용 김창호)이다. 한편 무산소로 14좌를 완등한 이는 김창호를 포함해 14명뿐이다. 8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산소가 일반 대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산소 등정은 극도의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세계 최초로 14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이는 이탈리아의 전설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다. 아시아에서는 우룹코가 처음으로 무산소 14좌 등정에 성공했다. 대한산악연맹 배경미 국제교류 이사는 “올해는 1953년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해에 김창호의 무산소 14좌 최단 기간 등정기록이 나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히말라야의 빙하지역과 거벽을 탐험해 온 김 대장은 험한 코스를 마다하지 않고 모험적 등반을 시도하는 ‘알피니즘’을 추구해왔다.

김 대장은 인도 북부 바닷가에서 카약과 자전거를 타고 1160km를 이동한 다음 150km를 걸어서 4월 말 해발 6400m 지역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카약을 타고 가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장거리 자전거 여행으로 극심한 엉덩이 통증을 겪기도 했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에는 7000m 이상 지역을 오가면서 고소 적응을 하고 날씨를 살피며 등정 시점을 기다려왔다.

해발 0m에서 지구 최고봉까지 모터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순수한 인간의 힘으로 오른 것도 이번 기록이 지닌 의미다. 김 대장 일행은 29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