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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연속 세계 최고 공항상

by SL. 2012. 5. 26.

7년연속 세계 최고 공항상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만난 건 24일 오후 싱가포르에서였다. 공항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최고공항상(국제공항협의회 주관)을 받기 직전이었다. 노타이 차림의 정장을 입은 이 사장에게 7연패 소감을 물으니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공항 관련 기관이 합심한 결과"라면서 3만5000여 명의 공항 관계자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 CEO를 뒤로하고 2008년 9월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해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글로벌 기업 경영 마인드가 고스란히 인천공항에 전수됐다. 내부혁신 슬림 10% 목표를 정해 정원 11%를 줄이고 조직 20%를 슬림화했다. 또 비용예산 10%를 절감하고 공기업 최초로 대졸 신입 사원 초임을 삭감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과감히 시도했다. 영업ㆍ마케팅 기능을 강화해 조직을 성과와 성장 중심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1년 개항 이후 12%에 머물던 인천공항 환승률은 2009년 18.5%로 급등하고 화물환적률도 45%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공항 환승객이 566만명을 기록해 일본 나리타공항을 앞서기도 했다. 최초 임기 3년을 마치고 연장 임기 1년 만료를 4개월 앞둔 그는 다른 공항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세계최고공항상(월드베스트)을 네 번이나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시상식이 열린 싱가포르는 인천공항과 매년 선두를 다투는 창이공항이 있고, 글로벌 CEO로 10년 가까이 거주한 곳이기도 해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싱가포르 마이스(MICE)산업의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는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이틀을 묵었다는 이 사장은 "마리나베이샌즈는 카지노,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복합적으로 연계해 개발한 4조원대 대형 사업으로 지금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사업은 국가적으로 심각성을 갖고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사장 임기가 4개월여 남았다. 4년간 인천공항을 이끈 소감은.

▶취임할 때 철밥통, 부정부패 온상이라고 비난받는 공기업 대신 존경받는 공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존경받는 기업 요건 5가지(윤리경영, 성장, 성과창출, 인재육성, 사회적 책임)를 시행했다.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성장하지 않은면 죽은 기업과 마찬가지다. 개인이든 세금이든 투자를 하면 리턴(수익)이 있어야 한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등을 도입해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우수한 재원이 입사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올해 `존경받는 기업 10`에 랭크됐다. 공기업이 톱10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잘했든 못했든 존경받는 기업이 됐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올해 받은 노사문화 대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취임 당시 노조는 위원장이 4연임이었다. 노조 10단과 노조 0단이 만나 단결 투쟁을 벗고 화합 상생의 옷을 입어 노사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인천공항 노사는 누가 옳은지 구분하지 말고 오로지 무엇이 옳은지만 판단하고자 했다.

-취임 기간 유럽ㆍ미주공항과 달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공항은 자체가 서비스산업이다. 서비스는 무너지면 한꺼번에 무너지는 속성이 있다. 지금 공항은 타고 내리는 정거장 개념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는 작은 사회이자 커뮤니티 공간이다. 아직도 유럽이나 미주지역 일부에서는 공항을 정거장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유럽 등 주요 공항에서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자주 온다.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등과의 제휴도 리딩 공항인 인천공항을 배우기 위한 움직임이다. 우리는 공항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항공수익을 줄이고도 계속 성장하는 모델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이다. 사람들이 공항에서 편하게 먹고 마시고 사고 즐기는 비항공수익을 늘리는 방식이다. 늘어나는 비항공수익을 공항에 재투자하면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도 늘고 공항이용객도 더 늘어 항공과 공항산업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있지만 관광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우리나라 관문인 공항 사장으로서 관광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공항과 연관지어 얘기해 보면 예측 가능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5억달러 이상 투자하면 카지노를 허가하겠다고 했으면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확신을 주지 못하면 예측가능성이 희박해 투자를 할 수 없다. 캠핀스키가 5조원을 투자해 개발하겠다고 했던 영종도 용유무의 개발사업은 보상을 노린 불법 건물 등이 많아 현재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 정부에서 개발한다고 하면 땅에 씨앗 뿌리고 나무를 심는다. 국민의식이 달라져야겠지만 그것이 힘들면 정부에서 규제장치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큰 시각을 가지고 정부가 드라이브해야 한다. 인천공항도 IBC(국제업무지역)-1 지역에 파라다이스그룹이, IBC-2 지역에 일본 오카다 홀딩스가 3조원 가까이 투자하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같은 연계 복합시설이 생길 것이다. 카지노 허가에 대해 우려가 있는데 중독 규제 장치가 제대로 돼 있으면 문제가 없다. 카지노란 낮에 콘퍼런스 등에 일로 참석했다가 저녁에 잠시 1~2시간 즐기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강원랜드는 도박할 사람만 몰아넣는 구조여서 문제가 있다. 카지노가 개장하더라도 내국인 입장은 셀프컨트롤 문화가 없어 아직은 시기상조다. 대신 인천공항에는 항공거리 3시간 미만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 60곳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의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등이 추진하는 카지노산업이 자리를 잡기 전에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

-물류산업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물류는 국가경쟁력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에어카고 핸들링 규모는 250만t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만 처리하기 때문에 수출입 물량의 4분의 1을 인천공항이 담당하고 있다. 주파수인식시스템(RFID)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최첨단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홍콩,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등과의 제휴로 인천공항을 물류허브로 키우고 싶다. 특히 20%에 육박하는 물류비용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류단지도 확대해 제2 터미널이 만들어지는 2017년이면 현 450만t이 580만t으로 늘어나 세계 1위 수준이 된다. 단순 창고 기능에서 벗어나 어셈블리(조립) 등도 가능하도록 기능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네덜란드 공항은 화훼 물류에 특화된 장점을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특수한 분야가 약하다. 의료ㆍ화학 용품 등 특수 분야 물류를 개발하려고 한다.

-민간기업 CEO와 공기업 CEO의 차이가 있다면.

▶기업을 경영하는 측면에서 요체는 같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차이는 비중을 어디에 더 두느냐의 문제다. 민간 기업은 매출, 이익 실현에 더 비중을 둔다. 공기업도 그렇게 하되 이익을 공공성 높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위기 때 종업원 수를 줄이지 않는 조건으로 공항 입점업체의 임차료를 10% 인하한 적이 있다. 당시 이런 조치로 서비스가 계속 유지됐다. 이 밖에 자립형사립고(하늘고), 보육시설,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관 등을 건립해 주민 복지혜택을 늘려주고 있다. 동시에 공기업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인천공항은 은행보다 높은 신용등급(AA)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60%로 건전하다. 자본금의 10% 이상을 순이익으로 실현하고 있다.

-구상 중인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있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이다. 조직의 원리와 자연의 원리는 다를 바 없다. 성장 없는 나무는 죽은 것이다. 성과 창출, 인재육성, 사회적 책임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에 진출하려다 보니 사람이 절실해졌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 의견을 모으고, 듣고, 총합하는 능력은 나에게 있다고 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내도록 하는 회의체제와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경직된 문화에서는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려면 쓸데없는 프로토콜을 없애야 한다. 취임 초기 일이다. 취임해 사장실로 들어가니 부사장부터 임원까지 단체로 와 인사를 했다. 다음에도 반복됐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해외 출장 때도 임직원들에게 공항에 나오지 못하게 했고, 관용차 뒷좌석 옆에 비서팀장을 태웠다. 비서진과 옆에서 대화를 나누니 스케줄 조정이나 보고도 훨씬 효율적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퇴임 후 계획은.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겠다는 마음 외에는 다른 계획이 없다. 조직은 영속적이어야 한다. 사장이 바뀌었다고 기존에 설정한 방향을 과도하게 바꾸어서는 안 된다. 취임 첫 해에 5개년 경영계획을 훑어봤다. 내용이 좋아 존경받는 기업, 지속가능 기업 등 일부만을 보완했다. 그랬더니 경영평가 전문가들이 새로온 사장은 계획이 없다고 한 적도 있다. 좋은 계획을 사장이 바뀌었다고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임기가 4개월여 남았지만 보육시설 등 주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챙길 생각이다.

 

유럽 미주지역이 공항을 하나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인식해 기능적 역할에 충실하는 동안 정부, 공항 관계자 3만5000여 명과 함께 `청결, 신속, 편리, 안전` 등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인천공항을 7년 연속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에 올려놓았다. 올해 국제공항협의회(ACI)에서 세계 최고 공항상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인천공항 독주 장기화로 유럽 등 다른 대륙 견제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세계 공항 최초로 루이비통 면세점을 입점시켜 인천공항이 세계 1위 면세점 공항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루이비통은 `공항 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는다`는 106년 전통을 깨고 인천공항에 입점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인천공항 재무건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2009년 8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63%로 낮아지고 2010년부터 2년 연속 3000억원대 순이익을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