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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생각해보면

2012대통령선거-경제민주화 쟁점

by SL. 2012. 10. 23.

=안철수캠프==========================================================

장하성 “사라진 재벌의 자리, 남은 재벌이 채워 창업 성공신화가 없다”

 

(1) 경제민주화 - 무소속 안철수 캠프 장하성 정책 총괄

장하성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 정책총괄(59·고려대 교수)은 ‘재벌 해체’ 얘기에 대해 “해체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다. 누구도 해체를 주장한 적이 없는데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주주자본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것에 대해서도 “왜곡하고 있다”며 부인했다. 장 교수가 작정하고 인터뷰를 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장기간 은둔에서 벗어난 계기는 안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서울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장 교수로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정치 필두로 금융·노동법 등
재벌 말고도 개혁 대상 많다


▲ 도둑질 시킨 사람에게 원죄
총수 일가 반칙 처벌은 당연


장하성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 정책총괄은 지난 16일 서울 인사동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재벌 해체는 누구도 주장하지 않는다. 기득권 세력이 ‘재벌 없어지면 국민 다 죽는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이번 대선을 앞두고 모두들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다.

“나도 놀랐다.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소액주주 운동과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등을 추진했을 때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빨갱이 아니냐’는 등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그런데 16년 만에 좌파 우파를 가릴 것 없이 국가적 아젠다(의제)로 세팅됐다. 국가가 발전하고 성장하면 국민이 보람을 느끼고 성장의 결실을 함께 맛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부각됐다. 경제민주화는 더불어 잘사는 것, 정의로운 것, 따뜻한 공동체, 이런 것이다.”

- 국가가 발전하고 있음에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2000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2001년에는 1만1000달러였다. 개인 평균으로 보면 2배 정도 잘살게 된 셈이다. 그러나 격차가 심해지니 보통 사람들은 그 ‘2배’를 느끼지 못한다.”

- 기득권에서 더 많이 가져가기 때문인가.

“기업도 보면 재벌이 더 공고해졌다. 단순히 매출이 늘고, 계열사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창업
하려는 사람이 재벌이 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다. 골목상권에까지 재벌이 뛰어들고 있다. 규모의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이슈다.”

- 기존 틀을 깨는 핵심이 재벌개혁인가.

“재벌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 금융개혁도 필요하고 노동법, 산업구조, 세제 등 개혁의 대상이 많다. 사실 거대한 과제라 한꺼번에 다 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시도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민들은 이 구조로는 안되겠다고 여기고 있다. 정치개혁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 재벌개혁은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제대로 못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16개인가 재벌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재벌이 사라진 틈을 새로운 기업이 커서 메꾸거나 새로운 창업자의 성공신화로 메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라진 재벌’이 비운 공간을 살아남은 재벌들이 채우면서 재벌이 더 커져버렸다. 한국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성공신화가 없다. 창업 성공신화가 없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 주주의 이익을 옹호하는 주주자본주의 운동을 했는데….

“주주도 아닌 사람이 대주주로 행세하는 걸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일부) 주주가 하는 여러 가지 나쁜 행태를 바로잡고자 했다. 대안만 있다면 주주 다 없애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주주자본주의라는 건 사실 모호한 단어다. 소액주주 운동할 때 10주 가지고 했다. 그 권리로 이건희 삼성 회장 상대로 소송을 냈고, 8년 반을 대법원까지 가 혼자 싸웠다. 하지만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한 사람들이 대안 내놓는 걸 못 봤다. (나에게 주주자본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오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 왜곡하는 것이다.”

- 안 후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얘기했다.

“이해관계자는 여럿인데 주주와 채권자, 노동자, 소비자, 공급자, 그리고 정부가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는 누가 주인이 되느냐부터 정해야 한다. 주주가 나쁜 사람이라면 빼면 된다. 쉽게 말해서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를 만들자고 한다면 대찬성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자본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의 문제다. 주주를 제외했으니 돈을 빌려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데 그럼 채권자본주의가 된다. 채권자본주의에서는 돈 빌려준 측에서 ‘돈 갚아’ 하면 회사가 끝나고 만다. 그래서
노동조합
, 협동조합이 좋은 제도라고 본다.”

- 재벌개혁 얘기가 나오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을 해체하자는 거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해체라는 단어 자체가 난센스다. 재벌 해체를 주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해를 하게 만들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이다. 이거(재벌) 없어지면 니들(국민) 다 죽는 거다 이런 식이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한국도 망한다. 삼성전자 지켜야 한다. 현대차도 잘돼야 한다. 미국 같은 메이저 마켓에 한국 기업이 뛰어들어서 성공한 사례는 사실 현대차 하나뿐이다.”

- 재벌의 문제점은….

“왜 재벌 그룹마다 호텔을 갖고 있나. 어떤 호텔은 객실 사용률이 100%를 넘는다. 계열사가 도와주는 게 뻔하다. 재벌마다 백화점도 갖고 있다.
꽃배달 서비스 회사를 은밀하게 갖고 있는 재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자기 그룹에서 화환 보내고 조화
보내는 것만으로도 장사가 되는데 굳이 남 줄 이유가 없다. 그런 걸 하지 말라는 걸 재벌 해체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의도가 뭔지 의심스럽다.”

-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해달라.

“동네 부잣집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자. 소작인도 있고, 정미소와 쌀가게도 갖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근데 동네 이발소, 구멍가게, 버스도 전부 부잣집 소유다. 거기까지도 봐줄 수 있다. 그런데 파출소장은 그 집안 조카고, 면장은 사촌, 신문사 사장은 사돈이라고 하자. 그 집안으로 보면 효율성이 아주 높지만 그 동네는 뭐가 되나. 우리 사회에서 재벌 구조가 갖는 힘이 경제·산업 쪽에만 그친다면 문제 풀기가 오히려 쉽다. 하지만 지금 정치·사회·법조·문화·교육 어느 한 곳 안 들어간 데가 없다. (재벌이)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게 안 후보나 나의 생각이다.”

- 재벌지배가 더 심해지면 어떻게 되나.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질 것이다. 결국 부잣집은 더 잘살게 될 테고, 그 밑에 소작농이나 동네 사람들은 부잣집에서 얻어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잣집 사람 이외에는 생전 자기 가게도 가져보지 못하고 도전하지도 못하는 위험한 구조로 가는 거다.”

- 기업은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경제학 교과서의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말은 틀렸다. 개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할 의무가 당연히 있다. 기업도 당연히 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개가 돈 번다고 정승이 될 수 있나. 돈은 벌 때부터 정당하게 벌어야 한다.”

- 재벌 총수 일가의 반칙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과징금이나 벌금과 같은 경제적 제재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실형을 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보통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할 때 자주 드는 예가 미국의 엔론 분식회계이다. 세계적인 분식이라고 하는데 2003년 드러났던 SK와 분식 규모가 비슷하다. 엔론 관계자는 20년 넘게 실형을 받았는데, SK 최태원 회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시장경제
질서는 둘째로 치더라도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거다.”

- 한국은 경제사범에 대해 처벌이 관대한 편인가.

“(미국에서) 마이클 밀켄은 금융천재로 꼽힌다. 밀켄이 내부자 거래를 했다가 구속돼 종신형을 받았고, 벌금으로 거래금액의 10배가 부과됐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정직하고 착한 게 아니라 법질서를 제대로 세웠기 때문에 법을 잘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내부자 거래 하나로 종신형을 받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구조는 정의롭지 못하다. 경제민주화 개념 중 하나로 정의로운 경제를 말한 것은 그런 차원이다. 물건을 훔쳐도 몇 개월 (징역형) 살아야 하는데 불특정 대상의 국민을 상대로 한 범죄자를 왜 그렇게 가볍게 처벌하나.”

-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법적 근거가 있나.

“최근 (공정위
조사
에서)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빵집을 도와주라는 총수 일가의 메모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중요한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커튼 뒤에 앉아 지시한 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판례가 있다. 기업도 책임이 있지만 그 책임을 총수 일가에 묻는 것을 왜 못하나. 살인교사는 살인한 행위를 한 사람만 처벌하는 게 아니라 시킨 사람도 처벌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다. ‘너 도둑질해’라고 시킨 사람에게 원죄가 있다.”

- 재벌권력이 성장한 것은 관료집단의 비호와 결탁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초기엔 정치권이 재벌을 비호했다. 불과 10년 전 현금 100억원을 트럭에 실어 키를 넘겨주는, 전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은
50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을 그 지경으로 만들 정도로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는 표면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관료들은 그 구조 속에 스며들어 있지 않다. 심지어 판사조차도 그만두고 나서 법무법인
에 가거나 기업 법률고문으로 가겠다며 자기 앞길을 생각하면서 일한다.”

- 개혁 대상이 너무 많다.

“김앤장 같은 경우도 개혁 대상이다. 원고와 피고 양쪽을 다 대리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법정의가 설 수 있나. 김앤장을 먹여살리는 건 다 재벌이다. 재벌이 다 사건을 거기에 준다. 소액주주나 일반 시민을 위해서 사건 수임해주는 법무법인이 있나. 과거 정경유착이라고 했던 것이 지금 관경유착으로 바뀐 건 그런 배경이다. 어떻게 금융감독원에 있다 나오면 금융기관 감사로 가나.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나. 그래서
저축은행
사태가 난 것 아닌가.”

- 각 정권이 관료집단을 멀리했다가도 결국 실패했는데….

“다른 시각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관료체제로 시작했고, 관료의 포로가 됐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관료체제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멀리했다. 관료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능력과 경험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 장하성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재벌 저격수’로 유명하다. 1990년대 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13시간 반 동안 ‘혈투’를 벌인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 펀드의 고문을 맡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공격하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장 교수에 대해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자’라고 했으나 본인은 “일부 주주들의 나쁜 행태를 바로잡고자 소액주주운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이정우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편, 결국은 내 자식의 취직 문제인 것” 

 

이정우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경북대 연구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현재의 재벌 소유지배 구조로는 새로운 대기업이 출현하기 어려워 새 일자리도 생겨날 수 없다”면서 “재벌 지배구조 개혁은 결국 내 자식의 취직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 이상훈 선임기자

ㆍ(1) 경제민주화 - 민주당 문재인 캠프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이정우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위원장(62·경북대 교수)은 10년 전 이맘때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노 후보가 당선되자 청와대에 들어가 정책실장으로 2년5개월을 일했다. 당시에도 재벌개혁은 중요한 과제였지만 참여정부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구호도 ‘시장개혁’으로 순화했다. 이 위원장은 “재벌의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 상생의 경제체제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북대 국제경상관 연구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참여정부 때 실패한 개혁

국민지지 있을 때 해내야


▲ 복지 재원 마련 ‘증세’로 돌파

‘가장 우수한’ 종부세 살려야


- 경제민주화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양극화 때문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람들이 몸부림치다가 발견한 해법이 경제민주화이다. 양극화는 이명박 정부가 각종 재벌 규제를 풀면서 지난 5년간 더욱 악화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화, 불평등은 늘 있었는데 재벌이 영세자영업자의 밥그릇까지 침범한 것은 처음이다. 바다에서 놀아야 하는 고래가 강을 넘어서 시내까지 들어와 작은 물고기가 전혀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이명박 정부를 낳은 것이 참여정부이다. 참여정부 경제가 성공했다면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이야기하겠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아니고 이전 정부에서 정책을 펼친 경제 관료들의 실패다.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인수받았을 때 이미 경제 거품이 심했다. 거품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경기가 좋고, 성장률도 높은데 그게 동시에 다 꺼진 시기가 참여정부이다. 그렇지만 참여정부는 과거 역대 정부가 했던 식으로 임시방편적이고 도식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내가 욕을 먹더라도 뒤에 오는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나쁘고 저성장이 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5년간 평균 4.3% 성장했다. 거품이 꺼진 상태에서 인위적 경기 부양 없이 그 정도 했다면 선방한 것이다.”

- 경제 관료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경제 관료들은 양면성이 있다. 누구보다도 유능하고 헌신적이다. 보고서도 딱 부러지게 잘 만든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밤 늦게까지 일한다. 다만 부족한 것이 개혁성이다. 본능적으로 사고가 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조바심을 낸다. 그나마 과장까지는 개혁적인 생각을 갖기도 하는데 국장 이상 가면 개혁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은퇴하면 재벌회사나 로펌 등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안락한 자리가 보장돼 있는데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개혁을 하려 하겠는가. 관료를 뛰어넘지 않고는 개혁이나 경제민주화가 될 수 없다. 최종 판단까지 관료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결정은 민간 출신의 개혁적 인사가 해야 한다.”

- 참여정부 때는 왜 재벌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나.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 (참여정부가) 선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제력 집중 추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현상 유지 정도에 그쳤다. 악화시킨 것은 아닌데 개선시키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다. 그런 실패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선 후보가 ‘두 번 실패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전에는 사실 재벌개혁이 어려웠다. 국민의 지원을 등에 업어야 가능한데 그렇지 못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달랐고. 오죽하면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걸지 못하고 ‘시장개혁’이라고 했겠는가. 이제는 다르다.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걸 수 있다. 재벌의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는 형국이니까 그 지지를 바탕으로 재벌개혁을 해내야 한다.”

- 문재인 후보의 재벌개혁 관련 공약은 대부분 지난 총선 전에 발표된 것들이다.

“그렇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 민주당 당론을 그대로 수용했다. 국민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좀 더 다듬고 외국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지만 핵심 내용은 이미 당에서 만들었다.”

-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금지 등은 일반인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따져보면 국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의 재벌 소유지배 구조는 총수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많은 기업을 거느릴 수 있게 돼 있다. 총수가 황제경영을 하며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자기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편법적으로 재산을 상속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한 새로운 대기업이 출현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모두 패배한다. 대기업이 새로 생겨나지 않으니 대학생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 청년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대기업이 많이 생겨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주는 것인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재벌체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재벌 지배구조 개혁은 결국 내 자식의 취직문제와 직결돼 있다.”

- 안철수 후보 측과 공약이 많이 겹치는 것 같다.

“우리는 출총제가 있는데 안 후보 측은 없고, 우리는 계열분리명령제를 넣지 않았는데 안 후보 측은 포함시킨 것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별 차이가 없다.”

- 복지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문 후보의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의 덫에 빠지기 전에 먼저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 비중이 50%에 이르면 복지국가이다. 노무현 정부는 직전 20%였던 복지예산을 28%로 올렸다. 이명박 정부가 이를 받아서 36% 정도로 올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도 28%이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지출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4대강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에 과잉 지출된 부분을 줄여야 한다. 다음으로 각종 조세감면을 정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감면은 대기업 부자들에게 많이 간다. 역진적이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그 액수가 연간 30조원이다. 불요불급한 것은 폐지하거나 감축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해도 복지재원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증세해야 한다. 후보들이 이제는 증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증세를 하게 된다면 어떤 세금을 늘려야 하나.

“며칠 전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부가가치세 이야기를 꺼냈는데 부가가치세는 장단점이 있다. 비교적 조세저항을 덜 받으며 세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비율로 세금을 내게 돼 분배를 불공평·불평등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그보다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늘리는 것이 낫다. 종부세는 부부합산이라는 부분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오해를 받고 있는 세금인데 알고 보면 가장 우수한 세금이다. 위헌 요인을 제거하고 다시 확대하면 세수를 늘려가면서 부동산 투기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세금을 늘린다면 부가가치세보다는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 맞다. 직접세니까 조세 저항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면승부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다. 한국은 소득세가 외국에 비해 너무 낮다. 소득액 대비 소득세 비율이 4%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대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수입 총 규모가 45조원쯤 되니까 잠재적으로 45조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분배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4대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협력적 성장, 생태적 성장 등이다. 그중 제일은 포용적 성장이다. 포용적 성장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성장이다. 서민 중산층 노동자의 소득이 늘게 해 이들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수요를 창출, 경기도 활성화하고 성장도 촉진하자는 것이다. 보수파가 이야기하는 ‘낙수 효과’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인정받은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룰라는 집권 후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복지 정책을 밀어붙였다. 밑에서부터의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 현안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 계획인가.

“연착륙을 유도하되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다만 너무 심한 비인간적, 탈법적인 그런 것은 막아야 한다. 최소한의 주거권은 보장해야 한다. 개인 회생 절차 기간도 5년은 너무 길기 때문에 3년 정도로 줄이는 것이 맞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스스로 벌어가며 빚을 갚고 재기하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집값 하락은 어떻게 봐야 하나.

“아직도 거품이 있다. 지금처럼 서서히 더 떨어지게 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전세금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불가피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매매 가격과 전세의 괴리가 너무 컸다. 투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이 매매 가격의 점진적 하락과 전세 가격의 상승이라고 생각한다.”

- 일자리 부문은 문재인 후보가 직접 담당하겠다고 했는데.

“일자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서로 얽혀 있다. 앞서 언급한 4대 성장을 통해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일자리 나누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일자리 나누기는 기존 노동자와 새 노동자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가 돼야 한다.”

- 과거 참여정부 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한·미 FTA에는 독소조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걸 놔두고 경제민주화를 하는 것은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 이정우는

소득분배론을 전공한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 특히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거쳐 청와대 초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장관급) 등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분배주의자’로 ‘시장주의자’인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대척점에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 포럼’의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인 “노조 힘 강했던 87년부터 92년까지 ‘분배’가 가장 잘 이뤄졌다”

 

(1) 경제민주화 -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72)을 지난 18일 서울 부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빚자, 잠적·침묵으로 맞서다가 당무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 위원장은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1960~70년대부터 들었다. 이만큼 경제를 키워놓고도 나누지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라는 말로 당내 성장론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끝없는 탐욕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동체를 병들게 했다”며 “이를 방치하다간 언젠가 폭발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골목상권까지 진입한 재벌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공약으로 제시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순환출자 금지 등에는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재벌 개혁’이나 ‘재벌 해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그는 “외부의 힘으로 재벌을 개혁하거나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사실 재벌 개혁은 헛소리
재벌 스스로 바뀌게 해야

▲ 비정규직 노조 권리 막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잘못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부암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면서 “끝없는 탐욕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동체를 병들게 했다”며 “이를 방치하다간 언젠가 폭발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훈 선임기자

- 지금 시점에서 왜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떠올랐다고 보는가.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동란 이후 25년간 경제가 압축성장했다. 이후 25년간 정치민주화가 이뤄졌다. 압축성장에서 발생한 경제사회 모순을 정치민주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 그러니 제도권 정당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멋지게 무소속 후보(박원순)에게 떨어져 날아가버린 것이다. 결국 국민이 생존에 위협을 느껴서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를 키울 생각만 하면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이 1·2·3차 경제개발에 성공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분이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하면서도 마지막 운명을 아름답지 못하게 마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당시 노사 문제가 심각해 해소해야 한다고 했으나 파이가 작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1979년에 사회가 터져버린 것 아닌가. 대통령이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시대 변화가 이뤄지면 사람이 변한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경제만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다. 사회구조도 바뀌고 사람의 의식 수준도 바뀐다. 정치집단은 변하는 국민의식을 따라가야 한다. ”

- 지금 상황이 1979년 말과 비슷한가.

“비슷하다고 본다.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면 국민 45% 이상이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여긴다. 60%는 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3~4%대라도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일반 국민은 이를 소득 증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고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그러다가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이르게 됐다.”

-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해달라.

“처음부터 ‘기업 프렌들리하겠다’는 것은 일반 서민들의 삶에 관심없다는 이야기다.”

- 하지만 국민들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은 뭔소리인지 모르고 속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민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생활이 어려워졌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하니 그렇게 투표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충족이 안되니까 지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대중 정부 때는 사실 경제질서를 재조정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하려고 재벌 위주의 정책으로 가버렸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재벌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으로 커지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이 전체 재벌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1985년부터 재벌이 벌써부터 권력에서 자유롭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그 세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확대됐다. 모르는 사이에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노무현 정부도 글로벌 시대에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로 기울어버렸다.”

-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공약을 내세웠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효과가 없다. 순환출자도 신규 출자만 금지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경제현실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일거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정치하는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책임이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도 하면서 우리 경제가 큰 손상을 받지 않고 같이 가는 그런 정책을 내야 한다. 그런 데서 (박근혜 후보는) 차별성을 찾으려고 한다. 박 후보가 기분대로 ‘재벌 해체 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사실 재벌 개혁 하겠다는 것도 헛소리다. 재벌은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없다.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가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놓고 (재벌이) 그것을 지키지 않을 때 처벌하면 된다. 그러면 재벌들이 적응할 것 아닌가.”

- 어떤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같은 정책이 실제로 실천 가능한 것이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감독하는 기구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기구들이 작동을 제대로 못한다. 지금 재벌들의 내부자 거래 액수가 173조원에 이른다. 자기들끼리 내부자 거래를 하니깐 불공정거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참여 기회가 없는 것이다. 내부자 거래는 자기들에게 유리하지만 외부의 고용창출 가능성이 없다. 이를 감독하는 기구가 공정위인데 공정위가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검찰에 고발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공정위 기능이 살아난다. 밖에서 고발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공정위에 심각한 도전이 생길 수밖에 없다.”

-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분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의미인가.

“우리나라에서 분배가 제일 잘된 시기는 통계상 1987년에서 1992년이다. 그때 분배도 잘 이뤄지고 경제도 연 7~8% 성장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노동조합의 힘이 세져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사 관계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에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서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킨다고 해서 외주 업체가 늘어나고 비정규직, 하도급이 많이 생겼다. 이런 데서 노·노 갈등이 생겼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려면 노동시장과 관련한 전반적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 굉장히 어렵고 효과도 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 없다. 나라 장래를 생각하고 제대로 된 자유시장경제를 갖추면서 사회 갈등을 해소하려면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행 노동법과 노동조합법 등의 기본적인 개념을 고쳐야 한다. 기업에 노조가 있다. 그런데 노조 가입자는 전부 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숫자가 간단치 않지만 노조는 비정규직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깎아내려야 정규직의 권익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런 구조와 체제에서는 비정규직·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노사 협상 창구는 단일화해서 정규직 노조와만 협의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적당한 시점에 공약으로 내놓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복지 확충도 대선의 주요 이슈이다. 현 상태에서 복지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 모 라디오에 출연해 복지재원 이야기를 하길래 ‘일단 현재 예산과 세입 범위 내에서 복지를 하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복지 재원이 더 필요하면 세원을 더 건드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증세하려 한다고 기사가 나왔다. 복지를 늘리지 않아서 사회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무조건 해야 한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은 재정위기 긴급명령을 내렸다. 국회가 확정한 예산을 다 뒤집었다. 사회 상황이 긴박하다고 하면 그런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 되는 사람이 판단해서 할 일이지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 누군가 용기 있게 증세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감세만 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21%에서 19%대로 갔다. 그랬다고 경제가 효율적으로 잘됐나, 아니면 투자나 고용이 잘됐나. 일부 대기업 이윤만 증대됐다. 그러니 소득분배가 더 악화됐다. 요즘 유럽 선진국 같은 곳은 선거전에서 솔직히 증세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소심한 사람들이 모인 (한국의) 정치집단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 복지는 본질적으로 재정이 한계다. 재정능력이 없으면 복지는 늘어날 수 없다. 복지는 인간 생존을 보장해주는 것이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없다. 지속적인 재원조달이 가능해야 이뤄질 수 있다. 일단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원을 어떻게 잘 배분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예산 구조상 어디에서 재원이 나오는지, 그것으로도 절박한 복지 수요가 충당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세입 쪽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게 순서다. 소위 경제질서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마당이니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세입과 세출구조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증세 논의는 내년도에 하는 것이 정상이다.”

- 복지 확대 정책에 대해 경제 관료들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모피아’로 대표되는 경제관료들이 있는 한 경제정책의 방향은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재벌에 손해가는 것은 안 하려고 해서 문제다. 하지만 관료는 자동차의 엔진 같은 것이다. 새 운전사가 가속페달을 밟았는데도 엔진이 돌아가지 않고 저항하면 그땐 뽑힐 수밖에 없다. 관료는 주인을 새로 섬겨야 하기 때문에 확고한 영혼을 갖고 있으면 생활을 못한다.”

▲ 김종인은

비례대표만으로 4선을 한 국회의원 출신이다. 11·12대는 민정당, 14대는 민자당, 17대는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서강대 교수로 제4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참여했다. 1987년 개헌 때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이다. 1963년 가인이 ‘국민의 당’ 대표최고위원으로 야당 통합을 이끌 때 조부를 직접 보좌한 덕분에 정치감각도 매우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