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쫓는 불나방…증시 작전세력 25시
호재성 정보 접근 가능한 극소수 회사 임직원·대리인 등 결탁 내부자 거래가 대부분
해외자원 개발·북핵 등 거짓정보 입맛대로 유통…멋모르고 쫓아온 ‘개미’들만 울려
# “북에서 총알 하나만 넘어와도 국내 증시가 출렁이지. 우리도 한번 해볼까!” 지난해 12월 강남의 한 룸살롱. 작전세력 중 한 명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올 초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들은 바로 작전 모의에 들어갔고 지난 1월 부산의 한 PC방에서 실행에 옮겼다. 메신저를 이용해 증권사 관계자와 애널리스트 203명에게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폭발해 고농도 방사능이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이후 주가지수가 급변동하는 과정에서 ‘ELW(주식워런트증권)풋’과 ‘ELW콜’ 상품을 매매해 돈을 벌어들였다.이들이 실행에서 차익 실현까지 걸린 시간이 단 9분이었다.
# “코스닥 W사의 주가흐름이 이상하다.” 지난해부터 인수ㆍ합병 추진과 대선 유력 후보와 연관 지어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리던 기업이었다. W사를 지켜보던 금융감독원은 계좌 조회ㆍ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을 통해 시세조종 입증자료를 포착,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W사 인근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일반 사무실로 위장된 현장에서 W사의 시세조작 혐의에 대한 상당한 추가 입증자료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W사 임원 2명을 비롯한 6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W사는 검찰에 적발된 2명의 임원을 퇴사 처리했으며, 이번 일은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주식투자는 다른 어떤 재테크보다도 많은 준비와 노력,그리고 주의가 필요하다. 주식시장 자체가 갖고 있는 변동성은 물론 준비 안 된 개인투자자를 노리는 다양한 사냥꾼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바로 작전세력이 그들이다.
수년 동안 아껴가며 모은 돈, 혹은 평생을 일하고 받은 퇴직금을 날리고, 때로는 그 이상의 돈을 잃어 개인 파산은 물론 가정 파탄,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주식투자의 실패 사례 뒤에는 작전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관성화돼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암적 존재인 작전세력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 책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피상적인 소개에 그치거나 그들의 모습을 화려하게 포장해 금융 신지식인 등 잘못된 이미지를 주는 경우도 많다. 작전을 경계하고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자칫 두둔하고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작전은 정보의 불균형과 막대한 자금을 이용한 불공정한 게임이다. 절대 미화돼서는 안 되는 속임수일 뿐이다.
많은 투자자는 작전에 당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지만 작전세력은 방법과 수단을 계속 진화시키며 또 다른 사기를 준비한다. 보물선을 찾는다는 발표에서부터 해외자원 개발 착수 뉴스, 영변 핵시설 폭발, 최근 정치테마주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기상천외하다.
작전세력 구성원 역시 고액자산가에서 사채업자, 금융전문가, 기업 임원, 전ㆍ현직 증권맨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작전세력에 몸담고 있는 전직 증권맨 이재영(36ㆍ가명) 씨는 “모든 주식 작전의 대전제는 해당 기업 대주주나 경영진의 참여와 용인”이라며 “W사처럼 시세조종 현장에 회사 임원이 가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펼쳐지는 상당 부분의 작전은 내부자 거래에서 비롯된다. 내부자 거래는 회사 임직원과 주요 주주, 회계법인 같은 대리인과 작전세력이 결탁,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뒷돈을 챙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망 기업과의 인수ㆍ합병을 비롯해 신기술 발명, 신제품 출시, 신사업 진출 같은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내부자 거래 유형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자 거래 처벌을 강화해 오고 있지만 내부자 거래 세력들이 얻는 이득에 비해 그 처벌 강도가 약해 도처에 그리고 암암리에 내부자 거래에 의한 작전이 자행된다. 금융당국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식거래를 감시하지만 구조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은 대부분 작전이 끝난 뒤에야 밝혀지는 일이 많다”며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혐의가 있는 업체를 내부 조사만 할 게 아니라 공시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알리는 등 작전세력으로부터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는 보다 치밀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틱떼기<10원·20원씩 높여 주문> ·상한가굳히기<대규모 지속 매수주문> 세력없이 나홀로…신종작전이 판친다
뛰는 놈 그위에 나는 놈 / SNS 등 이용기법 눈부신 진화 /
소액 단타·고액 상한가 시세조종 / 개미들 따라붙으면 치고빠지기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초단기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전업투자자 A 씨와 B 씨를 검찰에 고발 및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들은 일단 한 계좌에서 현재가나 직전가 대비 1호가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먼저 사들였다. 주로 주가 변동이 심한 정치 테마주 등이 대상이 됐다. 그리고는 다른 계좌에서 1초당 수차례의 1주 또는 10주씩 수백회의 시장가 또는 상한가 매매주문을 제출하고 혼자서 주식을 사고파는 가장매매를 했다. 이른바 ‘틱떼기’ 수법이다. 늘어난 거래량에 일반투자자가 달라붙어 주가가 오르자 이들은 미리 사둔 주식 전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냈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4개 종목에 대해 12만3873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내서 1억5000만원 가량의 부당 이득을 냈으며, B씨 역시 ‘틱떼기’로 12개 종목에서 3억55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증시 ‘작전’도 그 기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작전세력 구세대가 ‘뛰는 놈’이었다면 최근의 작전세력은 그야말로 ‘나는 놈’이다.
작전 구세대는 돈을 대는 ‘쩐주’와 기획자, 작전을 지휘하는 ‘주포’, 그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는 ‘사이드포’ 등 최소 5명 이상이 모여 작전을 실행했다.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작전’에서 나왔던 방식처럼 말이다.
작전의 기법은 날로 진화한다. 낚이는 개미들의 수준은 높아졌고 당국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종작전이 판을 치는 것이다. |
그러나 이젠 나홀로, 또는 2~3명의 소수 인원이 며칠간 소규모로 치고 빠진다. 업그레이드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메신저, SNS 등을 활용해 작전의 몸집은 작아졌고, 속도는 빨라졌다.
신종 작전수법인 ‘틱떼기’와 ‘상한가 굳히기’ 등도 이런 흐름속에서 가능했다.
틱이란 호가 하나 단위를 말한다. 틱떼기는 주식의 가격을 틱인 10원, 20원씩 높여 주문해 거래량을 늘리는 수법이다. 주식을 주문할 때 현재가보다 10원 높여 주문하든, 100원을 높여하든 거래량은 똑같이 1회다. 작전세력은 이를 이용했다. 한번에 100원을 올리지 않고, 10원씩 높여 10번의 주문으로 거래가 활발히 되는 것처럼 꾸민 후 일반투자자가 따라오면 치고 빠진다. HTS에서 특정 주식의 매매를 단축키로 입력한 후 반복해 두드리기만 하면 1분에도 수백회의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짧은 시간 소규모 주문을 반복 제출해 시세를 상승시켜 다른 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라며 “이런 방식을 새로운 투자기법으로 오인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한가 굳히기 역시 대규모 주문량으로 일반투자자를 현혹한다. 우선 당시 매도물량의 2~3배에 달하는 규모의 상한가 매수 주문을 내 물량을 거둬들인 뒤 지속적으로 상한가 주문을 제출해 장이 끝날 때까지 매수세가 강하게 보이도록 한다. 다음날 일반투자자가 추종매수에 나서게 되면 작전 세력은 전량 매도하고 차익을 챙긴다. 특히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정치테마주의 경우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 많이 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아닌 선물ㆍ옵션도 작전의 대상이다. 증권사에서 선물옵션 운용역으로 근무했던 한 트레이더는 가장매매 주문을 분할해 반복 제출하는 방식으로 코스피200 선물 3개 종목과 코스피200 옵션 16개 종목의 시세를 움직여 8억원이 넘는 이득을 봤다. 수십초에서 수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포지션 구축→가장매매→포지션 청산’의 과정을 반복했다. 이 트레이더 역시 지난 8월 말 검찰에 고발됐다.
물론 전통적인 작전수법인 허위 호재나 악재를 퍼뜨리는 ‘재료매매’도 여전하다. 차이점이라면 그 재료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해졌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접근력도 뒤지지 않게 되면서 웬만한 재료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선후보와의 사진 조작은 물론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처럼 거의 테러범죄 수준의 작전으로 코스피지수 자체를 출렁이게 한다
법정관리 신청 전날 수상한 상한가
‘소문은 누가 흘린 걸까.’
최근 이상급등이 나타난 종목에 대주주의 지분 처분이 잇따르면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거품’이 사라지기 전 ‘지분 폭탄’을 던졌다는 점에서 시세 조종세력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도 나온다. 위법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의혹을 살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장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만 살펴봐도 그렇다. 지난달 26일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1차 부도가 알려지면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웅진홀딩스는 바로 전날 주가가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기관 매수세가 두드러졌고, 이에 개인투자자도 함께 올라탔다.
법정관리 직전의 수상한 상한가에 내부자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웅진홀딩스는 평소 거래량의 7배가 넘는 물량이 터졌다.
웅진그룹을 담당하는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이날 시장엔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로부터 빌린 530억원을 갚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당초 만기보다 사흘 앞서 갚으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웅진홀딩스의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는 착시 투자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험을 인지한 특정 세력이 자신의 물량을 빼기 위해 인위적인 개입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열사 부도를 앞둔 회사가 또다른 계열사로부터 빌린 돈을 미리 갚았다고 소문이 난 것이 석연찮다는 설명이다.
윤석금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 씨가 법정관리 신청 바로 전날 자신이 보유한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00여주 전량을 장내매도로 팔아치운 것도 의문을 더한다. 폭락이 예상되는 하루 전 내부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웅진 건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8일 국감자료를 통해 “웅진 오너가(家) 및 임원진이 웅진코웨이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매각한 행위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종목 시세와 맞물려 주주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되는 것은 웅진뿐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주가의 거품이 걷히기 전 정확히 타이밍을 맞춰 매도한 ‘투자 스킬’이 대단한 대주주는 또 있다.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써니전자와 미래산업은 아예 기존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대주주가 바뀌었다.
대표이사가 과거 안랩 임원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안철수 관련주로 편입된 써니전자는 최대주주 부자가 올 초부터 주가가 꾸준히 오른 틈을 타 끊임없이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최대주주가 아예 아들로 바뀌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이 지분 처분으로 얻은 차익만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시 안철수 후보의 인연으로 테마주로 분류된 미래산업은 대주주가 지분을 몽땅 털어냈다. 주당 200원대의 동전주였던 미래산업은 안철수 바람이 불면서 2245원까지 10배 이상 폭등했지만 최대주주이던 정문술 씨와 그의 부인이 고점에서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주가는 다시 500원대로 폭락했다. 주식을 팔아 이들 부부는 442억원을 챙겼다.
“수백억 자금력·첨단기술…슈퍼개미도 결코 못당해”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슈퍼개미도 결코 작전세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소형 증권사 출신으로 현재 작전세력에 가담해 있는 이재영(36ㆍ가명) 씨를 몇번의 요청 끝에 어렵사리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작전세력 이기는 주식 고수도 있냐”는 첫 질문에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물론 이긴다는 개념을 수익을 내는 여부로 따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지만 주식 고수나 개인투자자 때문에 작전이 실패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주식을 잘 알고 다년간의 경험을 갖고 있어 소위 ‘고수’ 혹은 ‘슈퍼개미’로 통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 역시 작전세력의 ‘떡고물’을 얻어먹을지언정 작전을 방해할 만한 트레이딩 기술이나 자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작전에 동원되는 자금은 어마어마하다”며 “대개의 경우 60억~100억원을 쓰지만 경우에 따라 140억~150억원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슈퍼개미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작전을 뒤엎을 일도 만무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이재영 씨는 강남의 한 부티크(소규모 사설 투자회사) 소속으로, 작전세력에서 주식 전문 트레이딩을 맡고 있다. 일명 ‘기술자’로 불린다. 이 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좋은 넥타이에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OO 강남지점 증권맨이었다. 그러던 그가 증권사를 나와 작전세력이 된 것은 영업실적 때문이었다.
작전이란 그 작전에 당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는게 기본전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음지에서 먹잇감을 찾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이들에 당해,혹은 이들을 좇다 패가망신하는 투자자들이 분명 있다. 여의도에서 만난‘ 작전맨’ 이재영(가명) 씨는 자신의 뒷모습조차도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연출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는 “강남지점이라지만 소형 증권사 직원은 영업에 한계가 있다”면서 “OO증권사 출신 대학 선배를 통해 소위 ‘작전세력’이라는 사람들을 접하게 됐고 그 세력의 계좌관리와 주식 매매를 도우면서 영업실적과 함께 돈을 조금 만지게 됐다”며 작전세력과의 첫만남을 설명했다.
돈의 맛을 한 번 본 이 씨는 증권맨의 넥타이가 너무 갑갑했다. 서너 차례 작전 주식의 매매를 맡다 보니 직접 작전세력이 돼 큰돈을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입사 4년 만에 사표를 던진 이 씨는 같이 작전을 하던 사람들로부터 강남의 한 부티크를 소개받고 취직했다. 말이 취직이지 출퇴근 개념도 없는 직장이었다. 그는 “부티크의 일은 마치 TF팀 같다”며 “기업 인수ㆍ합병 등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나면 두둑한 주머니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최근 2~3년 동안 부티크에서 비상장 펄(pearlㆍ우량 건실기업)과 상장사 셸(shellㆍ껍데기 기업)을 연결해 주가를 띄우는 작업을 했다. 그는 “부티크에서 일하는 6명이 우회상장 컨설팅과 주식 작전으로 한 해 벌어들인 돈이 웬만한 중소기업 1년 매출을 훨씬 능가한다면 믿겠습니까”라며 허세를 부렸다.
사실 허세가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코스닥기업 C사, R사, D사는 최근 3년 새 엄청난 주가급등으로 주식 차트를 보기가 끔직할 정도다. 급락 땐 ‘여럿 죽이겠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 정도다.
이 씨는 “작전세력이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메이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줄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인 뒤 “사실 일반투자자들이 깡통계좌를 찬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도 들지만 사실 이쪽 종사자들은 주식을 잘 모르면서 고수익만 좇은 개미들이 어리석어 보인다”고 훈계(?)까지 했다.
사실 그도 지난해 또다른 작전세력인 ‘설계자’와 ‘전주’에게 배신을 당해 크게 낭패를 봤다. 이 씨는 “작전세력 간에도 배신을 밥먹듯 한다”며 “금융피라미드 조직과 함께 작업하다가 쇠고랑 찰 뻔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기는 이 바닥도 마찬가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이 씨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려댔다. 대답은 한결 같았다. “20개? 우리는 30개 정도 준비 가능한데…” 나중에 들어보니 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20억, 30억원을 뜻했다. 그는 또 다른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초반 고수익 단맛에 빠져…빌린거액 날리고 직장 잃고”
인터넷 카페서 주식고수 알게돼 / 친척·친구·직장동료에 돈 끌어모아
대박의 꿈이 결국 쪽박…가족 파탄까지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15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그의 커피잔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약속시간에 착오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을 햇살이 참 행복해보입니다”며 모든 걸 체념한 듯한 말투로 자신의 참담한 처지를 풀어나갔다.
한때 남들이 부러워하던 6급 연구직 공무원 심규호(가명ㆍ41) 씨는 주식투자로 재산은 물론 직장과 가정을 잃고 신용불량자의 낙인까지 찍힌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깊은 한숨으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저 같은 사람도 신문 인터뷰 대상이 되나요?”
심 씨는 “실패 사례도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하지만 주식투자로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아이 학원비라도 벌 생각에 주식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50주로 시작한 ‘주식 생초보’ 심 씨는 곧 수백%의 수익률 종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에는 증권방송 시청과 증권정보사이트 서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심 씨는 2009년 봄, 인터넷 주식카페에서 ‘OO아빠’라는 주식 고수를 알게 됐다. 그는 “OO아빠가 알려준 코스닥 관리종목 W사로 처음 한 달 동안 120%의 수익을 올렸다”며 “주식을 매도하고 계좌에 찍힌 돈을 보고 흥분했다”고 전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코스닥 P 사, D 사, B 사 등으로 월평균 50%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OO아빠의 정보나 분석은 탁월하다 못해 ‘주식의 신’ 같았죠. 점점 그의 말을 맹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OO아빠는 전직 증권맨으로 지금은 강남의 한 부티크(소규모 사설투자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며 “강남 큰손들 돈을 관리하다 보니 고급 정보가 많았다”고 전했다. 500만원으로 시작한 심 씨의 주식 투자자금은 그 사이 4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투자자금과 함께 욕심도 늘었다. 목표는 아파트 잔금으로 바뀌었고 부모와 처가식구, 친구들과도 주식 정보를 공유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아 5억원이 넘는 자금을 주식에 몰아넣었다.
이 순간 주위의 시선을 모을 정도로 깊은 한숨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딱 한 번만 더하고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때부터 급락하는 주가 그래프처럼 그의 삶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OO아빠에게 추천받은 J 사 주식은 30%가량 오른 뒤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OO아빠는 ‘개미를 떨궈내기 위해 잠시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자원개발이 공시로 나오면 주가는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이라고 심 씨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결국 매수가보다 25%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 이후 D 사, C 사의 주식을 거치면서 주식 손해율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한 방만 터지면 그까짓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도 너무 불안했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집 담보대출과 회사 동료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OO아빠가 관리종목이던 A 사 주식을 심 씨에게 권했다. 비상장사인 바이오기업 B 사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우회상장하면 ‘황제주’로 돌변할 것이라는 달콤한 얘기와 함께.
그러나 대박의 기대는 큰 충격으로 돌아왔다. 심 씨는 “A 사 전 대표가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주가 조작과 허위 공시 등의 악재가 쏟아져 나왔다”며 “주식을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수렁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사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고 수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심 씨는 원금의 5%도 안되는 돈만을 건졌다.
심 씨는 “돈을 빌려준 직원과 말다툼하다가 회사에서 주식투자 사실을 알게 됐고 공무원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은 본가와 처가댁에 보내놓고 아내와 법적 이혼 후 식당일을 하고 있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직장을 잃은 후 자포자기하며 죽을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다시 힘을 내고 있다”면서 “주식투자를 몰랐던 그때가 그립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계획짜는 ‘설계자’ ·돈 대는 ‘전주’ …투자유인 ‘바지사장’ ·시세조종 ‘기술자’
이제 더이상 ‘작전세력’이니 ‘작전주’라는 말은 증권시장에서 새삼스럽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작전’은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되고 있다.
심지어 작전세력의 개입을 호재로 판단할 지경이다. 일부 인터넷 주식동호회 게시판에서는 대놓고 작전세력에게 주가를 급등시켜달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금융사기꾼’ 작전세력의 주포, ‘설계자’와 ‘전주’=‘작전세력’이란 ‘작전’을 통해 특정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들인 후, 일반 투자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아치워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세력으로, 일종의 금융 사기꾼 집단이다.
작전세력은 일반적으로 ‘설계자, 전주(錢主), 바지사장, 기술자’ 등으로 분업화돼 있다.
작전의 전체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설계자’는 특정 회사, 특히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름만 남아 있을 정도로 부실한 회사를 선택하고, 선택한 회사 주식을 저가에 매집하고 고가에 매도하는 과정까지의 매매계획 등을 포함한 작전 세부계획을 세운다. 특히 최근에는 부실 기업과 비상장 우량회사와의 인수ㆍ합병(M&A) 호재를 사전에 입수, 인수자ㆍ매도자와 결탁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자’는 기업은 물론 M&A와 주식흐름 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금융전문가나 기업 재무담당자, 사채업자 출신이 많은 편이다.
작전세력이 주식시장에서 세력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한 번의 작전에 60억~1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간다. 전주는 말 그대로 작전의 ‘밑천’인 자금을 담당한다고 해서 ‘쩐주’로 불린다. 주로 해당기업의 대주주 또는 사채업자, 고액 자산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작전세력에서 한때 ‘기술자’로 일했던 정모(39) 씨는 “ ‘전주’들은 작전이 실패하는 경우를 포함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투자한 돈을 손해보는 일이 없다”며 “ ‘전주(쩐주)’는 작전 전에 자신의 투자한 돈만큼의 담보를 받거나 조폭 등을 동원해 다른 작전 조직원에게서 반드시 돈을 돌려받아내는 무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전세력의 수면조직, 바지사장과 기술자=‘설계자’와 ‘전주’는 작전세력의 물밑 핵심조직으로 ‘주포’로 불린다. 반면 ‘바지사장’과 ‘기술자’는 ‘작전’의 수면 위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바지사장’은 설계자의 계획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포장업무를 담당한다. 바로 허위 공시와 호재성 뉴스 등을 시장에 흘려 작전 기업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기술자(트레이딩리더)’는 실제로 작전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전현직 증권사 영업사원이 맡게 된다. 금융당국에 의해 작전이 적발될 경우 거래내역 조회 등을 통해 ‘바지사장’과 함께 쇠고랑을 차는 경우가 많다.
‘주식 작전 베스트 비법’의 저자인 ‘모닝퍼슨(닉네임)’은 “작전세력의 실제 조직은 어수룩한 사람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도박단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며 “단지 돈을 뜯어내는 수단을 화투나 카드 대신 주식을 이용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작전세력의 본거지, 부티크·텐프로샵=암암리에 움직이는 주식 작전세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티크(Boutiqueㆍ작은 가게)’로 불리는 ‘소규모 사설 투자회사’다. ‘OO에셋’ ‘OO투자’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들 사설 투자회사는 자산운용협회 회원사와는 무관한 미등록 업체들이다.
서울 교대와 신사동, 강남 일대에 위치한 ‘부티크’들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집을 중개하듯 기업의 인수ㆍ합병 중개 업무를 주로 한다. 이들은 사채업자나 금융전문가, 증권사 출신들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인수ㆍ합병과 주식담보대출 등이 이뤄지는 만큼 정보와 자금이 한곳에 모이는 곳이 부티크다. 작전세력의 설계자는 부티크에서 기업의 인수ㆍ합병 정보를 입수하거나 ‘전주’ 등을 섭외해 1차 작전 모의를 갖는다.
‘바지사장’과 ‘기술자’가 참여하는 2차 작전 모의는 주로 강남의 텐프로샵이나 멤버십 룸살롱에서 진행된다. 영화 ‘작전’의 한 장면처럼 룸살롱에 모여 여성 종업원을 불러 놓고 고급 양주를 마시며 ‘큰 건’을 논의하는 것이다. 재력을 과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들 호화 룸살롱은 보안 유지가 탁월해 범행을 모의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 심지어 ‘작전주를 미리 알고 싶으면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현장 모의가 많이 이뤄진다.
이처럼 작전세력은 자금과 정보, 금융기술을 앞세워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 채 일반 투자자들을 그물망에 몰아넣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작전은 본질적으로 정보 불균형과 비대면 거래, 대규모 거래를 통해 세력의 결집이 용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불공정한 게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규모 작고 재료도 없는데 이유없이 ‘줄上’ …일단 의심부터 하라
단기간에 주가 이상급등 유통물량 적은데 거래량 폭발
자원·대선 호재기업 주타깃 “뭔가 있나”일부 ‘불나방 투자’
코스닥 상장 A 사의 실질 사주인 B 씨는 이 회사 대표이사인 C 씨로부터 반기 결산 결과, 완전 자본 잠식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B 씨는 이 같은 정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팔아치웠다. 이어 C 씨는 A 사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가 너무 낮아 유상증자 발행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주식투자 전문가 D 씨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했다. D 씨는 두 달에 걸쳐 허수 매수 183회, 고가 매수 58회 등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례다. 이처럼 작전은 주로 기업 규모가 작고 실적이 부실하거나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다분한 기업에서 발생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적발된 불공정거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주식시세조정 혐의로 통보된 78건 가운데 자본금 2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53건(68%)이 발생했다. 또 자기자본이 3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40건(51.3%), 당기순손실을 내거나 당기순이익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45건(57.7%)이 각각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가 8월 중 급등했던 정치테마주 9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상승률은 102.5%에 달했다. 반면 영업이익 평균은 4000만원 적자, 당기순이익 평균은 4억8000만원 적자에 불과했다.
실적이 부진한데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인다면 작전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작전주는 보통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도 평소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유통물량과 기관 비중이 작고 대주주 지분이 높은 종목도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적은 자금으로도 손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자원 개발 등 개미들이 솔깃할 만한 호재가 있는 기업들도 주가 조작에 애용된다. 작전세력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메신저ㆍ메일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최근에는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각종 공약이나 대선 캠프에 속한 인사들과 연관된 종목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한 대선 주자가 북방 횡단열차와 관련해 언급하면 과거 고속철도 사업을 했던 건설주를 띄우는 식이다.
유력 대선 주자와 같은 대학 출신이거나 대선 캠프에 속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 등도 인맥 관련 정치테마주로 엮기 좋은 대상이다.
이처럼 특정 대선 주자나 대선 공약과 연결되면서 갑자기 주가가 급등한 종목의 배후에는 작전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된 112건 가운데 37건이 정치테마주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 3건 가운데 1건꼴이다.
적발된 정치테마주 가운데에는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바른손과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작전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변할 경우 ‘투자 주의’ ‘투자 경고’ ‘투자 위험’ 등으로 지정해 경보를 울린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뭔가 있나 보다’ 하며 불나방처럼 뛰어들기도 한다. 거품이 꺼지기 전에 자신만 탈출하면 된다는 생각 탓이다.
작전세력이 털고 나갈 시점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루 이틀 사이에 시세 조작 및 이익 실현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정보에 어두운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
시감위는 “상장 기업의 주가는 결국 실제 가치로 회귀하게 돼 있다”며 “정치테마주와 같이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양산되는 종목에 추종 매매를 지양하고, 실제 사업 및 영업 실적을 신중하게 분석해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총 1000억 이상 기업 ‘먹잇감’ …간큰 작전세력 ‘공룡’ 도 노린다
지금까지 작전세력의 표적은 실적이 좋지 않고 재무 구조가 흔들리는 기업,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등 코스닥시장의 별 볼일 없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전세력의 먹잇감에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가총액 500억~1000억원 이상의 실적이 견조한 기업 가운데 세력이 붙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시총 규모가 커질수록 몇몇 작전세력의 힘만으로는 시세 조작이 힘든 만큼, 관여 세력의 숫자나 규모가 보다 조직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전주 내에서도 세력 간 손바뀜이 나타나는 것도 중대형주 작전의 특징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거래소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사실을 통보한 74건 가운데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23건, 시총 500억~1000억원 사이 기업은 20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앞서 2011년 상반기 거래소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위에 통보한 61건을 들여다보면, 전체의 59%인 36건이 시총 100억원 미만으로 코스닥시장 안에서도 굉장히 작은 이른바 동전주였다. 시총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종목 16건까지 합치면 시세조종 종목 가운데 시총 300억원 미만 종목 비중은 85%에 달했다.
최근 1년 사이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시세조종 혐의 종목들의 시총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진 것이다.
실제 일부 사례를 보면 시총 1조원이 넘는 공룡기업들도 작전세력의 예외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연간 순이익이 고작 10억~20억원 수준에 불과한 A 기업은 지난해 말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수백배를 넘나들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시총 1조원을 넘었다.
이 종목을 지켜봤던 한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는 포털사이트의 주식카페 등을 통해 세력이 달라붙어 주가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면서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평가 자체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강원랜드는 공매도에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경우다.
시총 5조원이 넘는 강원랜드는 코스피의 대형주로 분류, 셀트리온은 시총이 5조원에 육박하며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5월 “주가 급등락이 공매도 세력의 개입 탓”이라며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인 주가 방어에 나섰다. 이후 주가는 큰 폭의 변동 없이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강원랜드 측은 공매도 세력의 개입 문제와 관련해 “담당자들이 지켜보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실은 파악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총이 큰 종목의 경우 몇 개 작전세력이 오랫동안 끌고 가기 때문에 작전세력 안에서도 꾸준하게 손바뀜이 발생한다”면서 “다른 작전 종목과 달리 장중에는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시가나 종가 관여가 많은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싸이株·대선株 작전의 온상…개미들만 상투잡고 ‘지옥’ 에…
뉴스에 이름 좀 오르내리면 / 사돈의 팔촌까지 테마주로 묶어내
실적 바탕안돼 언젠가는 거품꺼져
주요 테마주 대부분 1만원 미만 소형주 / 변동성 잦고 수 배 차익 공통점
소문 내 개미 모은 후 치고 빠져 /
‘자고 나면 새 테마주가 탄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동쪽 여의도가 자조에 빠졌다. 뉴스에 이름이 오르락거리면 사돈의 팔촌까지 테마주로 묶어내는 세상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자 싸이 아버지 회사가 줄이어 상한가를 치고,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대성그룹주가 급등했다.
실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소문에 오른 테마주는 작전이 개입될 여지가 농후하다. 테마주의 태생부터 유력 인사의 움직임(정책이나 인사 등)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테마주가 주당 1만원이 되지 않은 소형주라는 것도 작전 개입의 의심을 더한다. 그만큼 변동성이 잦고 수 배의 차익을 얻기 쉬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문을 내고 시세조종에 나서 차익을 챙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
문제는 주요 테마주의 투자자 비중에 개인투자자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국내 증시 수급의 키를 쥔 기관이나 외국인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종목이 상당수다. 정보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를 이용해 차익을 얻고 빠지는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테마주는 그 이름 자체에서 작전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실적과 같은 제대로된 재료가 없기 때문에 그냥 테마로 움직일 뿐이다. 나만 ‘상투’에서 나오겠다는 생각이지만 오히려 상투잡을 확률이 더욱 크다. |
실제 싸이 아버지가 최대주주란 이유로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간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한 ‘디아이’는 16일부터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디아이는 특히 싸이의 소속사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서 디아이로 바뀔 것이란 소문에 힘입어 주가가 지난달 중순 2000원대에서 한 달도 안돼 6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이 회사의 실적은 주가 상승과는 정반대로, 변변치 않다.
지난해 디아이는 452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억원 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해 기업가치 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싸이의 소속사가 의료정밀업종인 디아이로 옮긴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한 달간 기관은 디아이에 대해 3539주 순매도를 보였다. 일별로 기관이 이 종목을 순매수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외국인 지분율도 9월 중순 3%에서 이달 들어 2% 초반대로 줄었다.
순전히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팀장은 “실적이 바탕되지 않은 종목은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고 손실을 보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대선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돼 정책이 수반돼도 해당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주자의 공약만을 믿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소문에 개인 매수세가 몰리다 보니, 외국인은 테마주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에 나서기도 한다. 이달 8일부터 5거래일간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가 활발한 종목 상위 5곳 중 4곳(대아티아이, 팜스토리, 리노스, 이지바이오)이 안철수 후보 관련 테마주였다. ▶표 참조
안 후보가 대선공약을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사들이고, 외국인은 반대로 떨어지면 차익을 얻으려 공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디아이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대차거래가 30만주 가까이 체결됐고, 차입자의 100%가까이가 외국인이었다.
테마주와 관련한 실제 작전세력의 적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전업투자자 박모(32) 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유명 증권 포털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 3인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와 관련된 풍설을 모두 5700여회 게시하고 상한가 허수 주문이나 수백 회 단주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렇게 올린 주가에서 수익을 내는 데에는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가 동원됐고 매도 차익으로 5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들은 대표이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박근혜 테마주’로 묶거나, 회사 대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 출신이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소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화려한 ‘작전의 신기술’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은 주가조작을 뜻한다. 대부분 불법이다. 주가조작의 필요충분조건은 거짓 정보와 창구 및 객장에서의 교묘한 사기성 추천, 단기투자에 목숨 거는 개미투자자, 그리고 설계부터 모금ㆍ매매까지에 이르는 조직적 세력의 구성이다.
금융시장에서의 주가조작은 영화가 심심치 않게 애용하는 소재였다. 할리우드나 한국영화나 결국은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 극 중 ‘작전’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왔다. 실제 금융시장과 주가조작 기법의 첨단화를 반영한 것이다.
‘작전세력’에 의한 조직적인 주가조작의 행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로는 박용하, 박희순 주연의 2009년 작 ‘작전’을 들 수 있다. 주식투자로 빈털터리가 됐다가 이른바 ‘작전주’를 따라가 ‘대박’을 낸 한 개미투자자가 ‘작전세력’에 납치돼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개미투자자 강현수는 작전주인 ‘대산토건’의 주식을 추격매수해 큰 수익을 올린다. 강현수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챈 작전세력 일당이 그를 데려와 감금시킨 채 주식거래에 투입시킨다. 부실건설사인 대산토건이 수질개선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는 환경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소문을 내는 한편 불법 모금된 투자금으로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이를 되팔아 거액의 수익을 챙긴다는 것이 작전 개요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검은 돈을 모은 자산관리사와 신분 및 계좌, 인터넷 회선을 바꿔가며 동시 대량 매매를 실행하는 트레이더, ‘개미’들에게 투자를 유인하는 증권사 직원, 미디어에 정보를 흘리는 스타 애널리스트 등이 작전세력을 이루는 핵심이다.
주식에서의 작전은 영화의 소재로도 심심찮게 다뤄진다. 첨단화 기법 뿐만아니라 작전 세력의 심리를 내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진은 영화 ‘작전’의 한 장면 |
루머, 부실상장사, 테마주, 통정매매(두 사람 이상이 미리 주식의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서 가격을 올리는 행위) 등 작전의 전형적인 조건과 수법이 잘 드러났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2010년 작 할리우드 영화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은 ‘공매도’를 통한 작전을 보여준다. 공매도란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행위다. 즉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미래의 일정 시점(3일 내)에 현 시세대로 물건을 넘기겠다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계약시점과 실제 매도시점의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다.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에서는 공매도에 루머를 결합시킨다. 주인공인 펀드매니저가 근무하는 증권사의 주식을 적대적인 경쟁자가 공매도하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뒤 주가가 떨어져 수익을 얻게 된다. 이때문에 주인공이 존경하던 회장이 자살을 하고 주인공은 복수에 나선다.
그 때 도움을 청하게 되는 인물이 1987년 작인 ‘월스트리트’ 1편에 나온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다. 게코는 1편에서 내부자거래를 통한 주가조작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주가조작의 기법도 변화시켰다. 공매도를 통한 작전 기법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초반부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도 공매도로 인한 피해였다.
2000년 작인 할리우드 영화 ‘보일러룸’은 루머와 ‘재료매매’를 통한 전형적인 주가조작을 통해 돈을 번 증권사 직원이 주인공이다. 내부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올리거나, 고객에게 루머를 흘려서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이 묘사된다. ‘보일러룸’은 주가조작을 가리키는 은어다.
현실 작전세력의 ‘훌륭한 교과서’
루머, 부실상장사, 테마주, 통정매매(두 사람 이상이 미리 주식의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서 가격을 올리는 행위) 등 작전의 전형적인 조건과 수법이 잘 드러났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2010년 작 할리우드 영화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은 ‘공매도’를 통한 작전을 보여준다. 공매도란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행위다. 즉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미래의 일정 시점(3일 내)에 현 시세대로 물건을 넘기겠다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계약시점과 실제 매도시점의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다.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에서는 공매도에 루머를 결합시킨다. 주인공인 펀드매니저가 근무하는 증권사의 주식을 적대적인 경쟁자가 공매도하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뒤 주가가 떨어져 수익을 얻게 된다. 이때문에 주인공이 존경하던 회장이 자살을 하고 주인공은 복수에 나선다.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해외의 처벌기준은 매우 엄하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다는 중국조차도 한번 걸리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사진은 영화 ‘월 스트리트’의 한 장면. |
그 때 도움을 청하게 되는 인물이 1987년 작인 ‘월스트리트’ 1편에 나온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다. 게코는 1편에서 내부자거래를 통한 주가조작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주가조작의 기법도 변화시켰다. 공매도를 통한 작전 기법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초반부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도 공매도로 인한 피해였다.
2000년 작인 할리우드 영화 ‘보일러룸’은 루머와 ‘재료매매’를 통한 전형적인 주가조작을 통해 돈을 번 증권사 직원이 주인공이다. 내부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올리거나, 고객에게 루머를 흘려서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이 묘사된다. ‘보일러룸’은 주가조작을 가리키는 은어다.
일부 증권 방송·사이트는 ‘작전세력 놀이터’
출연 애널리스트가 직접 작전 개입 / 홍보대행사까지 주가조작에 이용도
지난 9월 인터넷 증권방송 애널리스트 4명은 ‘모찌 계좌’로 특정 종목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인터넷 방송과 카페에서 해당 종목을 반복적으로 추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다 조사를 받았다. 모찌 계좌는 주식 거래가 금지된 애널리스트나 증권사 임직원이 타인 명의로 만든 차명 계좌를 가리킨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유상증자를 앞둔 회사 경영진과 짜고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도와 주는 대가로 거액의 사례비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모 케이블TV 증권방송에서 ‘족집게 강사’로 불렸던 전문가가 특정 종목을 매수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와 추천했다. 그는 회원들이 매수에 나서도록 유도한 뒤, 주가를 급등시켜 매집한 주식을 내다판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등락시키거나 혹은 고정시키는 ‘작전세력’이 일반투자자가 즐겨 찾는 증권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케이블TV 증권방송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동,이에 따른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일반투자자들의 ‘한 방’에 대한 욕망이 여전한 데다, 작전세력의 활동 영역 자체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9월 현재 국내 온라인에서 활동 중인 증권관련 사이트는 총 683개다. 이 중 회원수가 1000명 이상 1만명 미만인 곳은 98개로 전체 증권관련 사이트 중 가장 많은 39.2%를 차지했다. 1만명 이상 10만명 미만인 곳은 33개(13.2%),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곳도 8개(3.2%)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당국의 작전세력 색출 작업은 여러차례 이뤄졌다.
과거에도 적발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고 그 수법도 비슷했다.
2010년 2월, 모 인터넷 주식 카페 공동운영자인 A 씨와 B 씨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나 호재가 없는 4개 업체의 주식을 매집했다. 이후 둘은 카페 게시판에 ‘(외인ㆍ기관 등에 대항해) 우리 주가는 스스로 지키고 상승시키자’는 글을 올렸다. 회원들은 평소 추종하던 이들의 말을 믿고 대량으로 해당 종목을 매수했지만, A 씨와 B 씨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카페 회원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오르는 와중에,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매도하면서 시세차익을 올렸던 것. 작전에서 속칭 ‘설거지 수법’이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총 6억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2010년 7월, 한 케이블TV 증권방송 애널리스트인 C 씨는 차명계좌를 통해 D사 주식의 수급을 장악해 뒀다. 그는 이후 생방송에서 마치 D사 주식 매매거래가 성황인 것처럼 거짓으로 언급하며 9번이나 추천했다. 그는 또 국내 굴지의 모 그룹이 D사를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높다는 루머를 수차례 흘려 시세차익을 도모했다.
중소업체 홍보를 대신하는 홍보대행사도 작전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지난 2월 대기업 직원을 포함한 3명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특정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허위 호재성 기사를 유포하는 수법으로 주가조작을 감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제약사에 7억4500만원을 투자해 4일 만에 32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증권관련 사이트나 증권방송 등에서 이뤄진 주가조작 건수가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만 10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미국에도 작전있다…한국보다 건수 적지만 액수는 상상초월
내부정보로 5000만弗 수익 라자라트남 / 15억弗 규모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
보스키 체포땐 M&A시장 위축될 정도
메이도프 나스닥거래소 위원장 사기극 땐 / 드러난 피해액만 500억弗에 달해
내부정보 이용·회계부정 등이 주요 수법
“당신은 어떤 기업에 대해 에지(Edge)가 있습니까?”
헤지펀드 갤리언(Galleon)의 공동설립자 라자라트남이 직원을 채용할 때 물었던 말이라고 한다. 라자라트남이 말하는 직원의 경쟁력 ‘에지’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말하는 것이었다. 라자라트남은 내부정보를 통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그의 에지는 ‘불법’으로 지난 2009년 체포됐다.
미국도 증시 불공정거래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세 조종 제재건수를 보면 한국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거물들이 개입되는 대형 스캔들은 한국의 작전과 비교하면 액수 면에서도 상상을 초월한다.
스리랑카 태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금융계에서 일하다 1992년 펀드 운용을 시작한 라자라트남은 골드먼삭스ㆍ무디스ㆍ인텔ㆍ구글 등 굵직한 미국 기업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
그러나 그의 성공 비결은 직원들과 MBA 네트워크를 활용한 미공개 정보였다. 스캔들에 연루된 인텔 임원인 라지브 고엘과 매킨지 파트너인 아닐 쿠마르 등이 모두 와튼 스쿨 동문이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작전은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
5000만달러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그의 내부자 거래 스캔들이 나왔을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스트리트의 최고 엘리트들이 MBA 학연을 이용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데 경종(wake-up call)을 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1986년 체포된 이반 보스키도 대표적인 작전세력이었다. 기업 인수ㆍ합병(M&A) 관련 내부정보를 빼내 단기매매로 수십억달러를 움직이는 거물이던 그가 체포되자 1986년 M&A시장 전체가 위축될 정도였다.
그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높은 금리로 발행한 정크본드를 거래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돈을 빌려쓸 만한 회사를 인수한 후 사들인 회사의 현금을 빼돌려 빌린 돈을 갚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비싸게 팔아넘기는 기업 사냥을 되풀이했다.
이반 보스키는 1986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대 비즈니스 스쿨 특강에서 “탐욕은 정당하며 건전한 것이다. 여러분은 탐욕스러워질 수 있으며, 탐욕스러운 자신에 대해 만족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스키가 검찰에 협조하며 정보를 넘겨 체포된 마이클 밀켄은 1980년대 정크본드 시장을 만들어 미국 증권가의 전설적 존재가 된 인물이다. 밀켄 역시 M&A 등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에 나선 것이 문제가 돼 처벌받았다.
회계 부정으로 인한 부당이득 사례도 많다. 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은 궤를 같이한다.
에너지기업 엔론은 5년간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15억달러(1조7000억원)의 손실을 회계장부에 넣지 않고 실적을 부풀려 주주와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2001년 적발됐다.
특히 엔론 파산으로 인한 투자자 및 직원들의 피해액 규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회사 경영진과 이사들이 주가 폭락 직전 보유지분을 대량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은 1999년 초부터 파산 신청 5개월 전인 2001년 7월 사이에 모두 180만주의 엔론 주식을 1억130만달러에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흔히 말하는 작전과는 다른 행태지만 미국의 최고 금융사기로는 2008년 말 체포된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의 다단계 방식 폰지(Ponzi) 사기가 꼽힌다. 희대의 사기꾼에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투자자들이었다.
메이도프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이렇게 끌어들인 돈의 일부를 기존 투자자들에게 나줘누는 방법으로 사기를 쳤다. 그의 사기 행각은 16년 동안 이어졌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투자자가 환매를 한꺼번에 요청하면서 비로소 실체가 드러났다.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으로 드러난 피해액은 50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며, 한국의 보험사와 연기금ㆍ자산운용사 등도 9000만달러(약 100억원)가 넘는 피해를 입었다.
징역형에 손해배상까지…엄한 처벌에 목숨 걸고 작전
미국 드라마 ‘대미지’에서 악덕사업가 아서 프로비셔는 주가 조작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작전’을 벌였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심지어 증권 등 자본시장의 역사가 일천한 중국에서도 시세 조종은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함께 부과한다.
▶미국, 민ㆍ형사 ‘포괄적 처벌규정’의 역사만 78년=증권거래법이 1934년에 제정된 만큼 미국의 작전 처벌규정은 엄격하면서도 복합적이다. 이 법 10조는 “누구든지 증권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해 시세 조종 또는 사기적 수단을 행사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른바 ‘포괄적 사기금지 조항’이다.
따라서 미국 주식시장에서 작전을 꾀하다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로 최고 징역 10년ㆍ100만달러(약 11억원)의 벌금이 부과될 뿐 아니라 행정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그 액수가 손해액의 3배에 달한다.
아울러 증권거래법 제정과 함께 설치된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조사 및 제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민사제재금, 부당이득 반환명령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독일, 이미 130년 전 ‘작전은 범죄’로 규정=독일은 128년 전인 1884년 증권거래법을 제정했다. 이 법 88조는 ‘시세 조종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당시 법령은 주가 조작에 대한 처벌을 형사상으로만 국한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통일독일은 작전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20세기 후반부터 대대적인 법령 정비에 나섰다. 2002년 연방 차원에서 제정된 4차 자본시장육성법으로 시세 조종 행위의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해졌으며, 이때 생긴 연방금융감독청에는 미국처럼 주가 조작 행위를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으로 함께 제재하는 수단이 부여됐다.
▶중국, 美 시스템 도입…처벌 엄해=중국은 1978년 개혁ㆍ개방이 시작된 이래 1990년이 돼서야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세워졌을 정도로 주식시장의 역사가 짧다. 그러나 이미 1993년 중국 정부는 미국의 법제를 도입, ‘주식 발행과 거래관리잠정조례’를 만들고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어 1998년 중국 정부는 증권법을 제정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시세 조종을 규제한 데 이어, 2005년 개정 증권법에서 거래가격과 물량도 규제 대상으로 삼아 범위가 확대됐다.
작전행위로 인한 처벌도 형사처벌과 민사상 과태료가 함께 부과되도록 정했다. 형법의 경우 ‘금융관리질서파괴죄’를 적용해 시세 조종의 경우 최장 징역 10년이 부과된다. 행정적 제재로는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해 최고 300만위안(약 5억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이처럼 작전을 하다 적발된 사람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다. 드라마 ‘대미지’의 작전 사업가 프로비셔도 결국은 가차없는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몇달간 추적 힘들게 잡았는데…처벌은 솜방망이 일쑤
문제라고 모두가 인식하는데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증시 불공정 거래 얘기다.
주가 조작이 날로 치밀하고 교묘해지면서 적발 자체도 어려운 데다, 적발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도덕적, 윤리적인 잣대만 잠시 눈감아버린다면 주가조작으로 ‘한탕’을 하겠다는 세력들이 판을 벌리기 쉬운 곳이 바로 한국 주식시장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불공정거래 사건으로 조사, 처리한 건수는 134건이다. 2008년 183건, 2009년 199건, 2010년 201건, 2011년 209건 등으로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사건 중 중대한 위법사항이 발견돼 검찰에 넘긴 것은 전체의 90%가 넘는 112건에 달한다.
통상적인 불공정거래 적발 절차는 이렇다. 한국거래소 심리와 금감원 조사로 혐의가 포착되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된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 작전세력이 법의 심판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아주 빨라야 30일, 길면 몇 달이 걸린다. 특히 최근처럼 작전세력이 초단기 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음을 감안하면 작전을 몇 번은 하고 빠져나갈 시간을 주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신속한 처리를 위해 증선위원장 조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치권을 행사하면 조사위 심의나 증선위 의결을 생략하고 바로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 금융위 측은 “조치권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행사할 것”이라며 “우선 올해까지 조사에 착수한 사건에 한해 한시적으로 행사한 뒤 필요할 경우 연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
주폭(株暴)인 작전 세력 척결뿐만 아니라 작전 세력이 터를 잡지 못하도록 주폭 예방에도 힘을 쓰겠습니다.”
올해 치러질 대통령선거 등을 앞두고 작전 세력이 기승을 부리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들을 뿌리뽑기 위해 연일 칼을 빼들고 있다.
지난 3월 시감위는 거래정지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장경보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불건전 매매양태가 나타날 경우 투자경고ㆍ위험 종목으로 조기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시장감시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5일간 주가가 60% 이상 상승할 경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는데, 이번 조치로 특정 위탁자에 의해 최고가 매수주문이 과다하게 반복되는 경우 5일간 45% 이상 상승해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다.
김도형<사진> 시장감시위원장은 “과거에는 작전 세력이 4거래일째 주가를 55% 올렸으면 ‘내일은 경고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예측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주가뿐만 아니라 관여도까지 보기 때문에 작전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작전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작전 세력을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위원장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감시 인력이 적어 작전 세력 적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껏 적발해 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데다 ▷처벌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으며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작전 세력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를 잡아낼 시감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 코스닥, 선물거래소가 통합하기 전 시장감시를 담당하는 직원 수는 모두 175명이었지만 통합 이후 124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118명 수준”이라며 “반면 통합 당시에 비해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는 50~10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현재 시감위의 심리(정밀조사) 요원은 24명으로 1인당 평균 22건을 처리한다. 미국의 SEC 조사인원은 1148명에 달하는 데다 한 해 제재 건수가 806건으로 1인당 평균 0.7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인원 확충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이버 공간에서 불공정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사이버시장감시반 인원을 대폭 늘리고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잡아들인 작전 세력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대법원이 양형 기준을 개정함에 따라 처벌은 예전에 비해 엄해질 것으로 김 위원장은 예상했다. 하지만 작전 규모가 비교적 작고 법적 요건에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도 고민거리다.
김 위원장은 “불공정거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 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면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재판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행정 제재를 통해 적시에 작전 세력에 경고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불공정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소송비용 문제 등으로 피해자 구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복잡해 전문가에 의뢰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거래소에 매매 데이터 기록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손해액 산정을 거래소에서 해주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작전에 휩쓸리지 않게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량주 중심 ‘가치투자’ 하라
작전세력은 보통 3일가량 작전 대상 종목을 사전 매집한 뒤 포털이나 주식정보 공유 사이트에 거짓 호재성 정보를 유포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투자자의 관심이 모였다고 생각되면 시가나 종가 관여 등의 방법으로 본격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선다. 개미들이 이에 동참해 주가가 오르면 보통 2~5거래일 정도 상한가를 만든 다음, 투자금을 빼내고 차익을 챙긴다.
작전세력이 아닌 일부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이 같은 세력에 휘둘려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한두 번 정도 작전주에 투자해 ‘재미’를 보고 ‘한탕주의’에 빠졌다가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에 있어서 짧은 기간 한 번에 많은 수익을 노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런 행운이 계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보다는 저평가 우량주 중심으로 분명한 목표 수익률을 정한 뒤,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 분석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투자자라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와 공시 정보, 뉴스 등을 검토해 자기 나름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다만 대다수 아마추어 투자자의 종목분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펀드매니저들이 발로 뛰면서 발굴한 가치주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치주 스타일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24.14%로 전체 33개 펀드 유형 가운데 6번째로 수익률이 높다.
가치주펀드의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성과는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과 비교하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치주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5.10%보다 9.04%포인트나 앞선다. 최근 2년 수익률(가치주펀드 7.43%, 국내 주식형펀드 1.15%), 최근 1년 수익률(가치주펀드 9.43%, 국내 주식형펀드 6.08%) 등을 비교해도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우월하다.
특히 요즘처럼 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의 위기감이 살아있는 반면 글로벌 정책 모멘텀의 약발이 미미한 장에서 가치주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펀드정보포털 펀드누리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순자산 1000억원 이상 33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9월 평균 수익률이 8.3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5.43%), 3위의 신영자산운용(5.37%) 등 수익률 상위 3개사가 모두 가치주 투자로 정평이 난 운용사들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과 중국 지도부 교체,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중소형 가치주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가치주 펀드에 대한 투자가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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