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결국 LTV 대란은 오는가?

집값 하락, 결국 LTV 대란은 오는가?

2012.06.22 19:27

 

LTV, Loan To Value ratio.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율. 통상 60%가 적용된다. 단순화하면 10억 원 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10억 원의 60%인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뜻.

 

LTV 한도인 6억 원까지 대출을 받아 10억 원 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치자. 그런데 이 아파트 값이 급락해서 8억 원이 됐다. 그리고 만기가 돌아왔다. 한꺼번에 갚을 여력은 안 된다. 만기연장을 해야 한다. 8억 원에 LTV 60%를 적용하면 4억 8천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현재 대출금 6억 원에서 4억 8천만 원을 뺀 1억 2천만 원은 만기 연장이 안 되는 것이다. 1억 2천만 원을 당장 어디서 구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LTV 초과로 만기 연장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굴곡은 있었지만 집 값이 장기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다. 끝모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 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LTV 초과 문제가 대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마다 대응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국민은행은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다음달 만기분부터 새로운 연장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LTV를 조금 초과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자동 연장해 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지는 것이다. 통상 대출 만기 연장은 한 달쯤 전에 이뤄지므로 사실상 새 기준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LTV가 80% 이상이 된 경우 담보를 재평가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LTV 70%를 초과하는 부분은 상환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아직까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면서 LTV가 80% 이상이 돼 버린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이런 새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겠다는 방침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집 값이 조만간 회복된다고 전망하면 굳이 새 기준을 들고 나올 이유가 없다. 집 값의 추가 하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은 농협. 자체적으로 대출 만기 때 심사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집 값 하락으로 LTV 초과가 발생한 경우 '조건부 연장' 대상이 된다. 이 경우 대출금의 10% 이상을 갚거나, 추가적인 채권보전 장치, 즉 추가 담보 등이 있어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LTV 초과분을 갚을 만한 사정이 안 되는 경우 신용대출로 돌리기도 한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기본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 때 5~10% 상환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LTV 초과분이 발생할 경우 초과분 만큼을 전환대출로 처리하기도 한다. 초과분을 당장 갚으라고 해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차주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은행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전환대출은 원리금 분할 상환이 원칙이다. 어쨌든 전환대출을 일부 포함해서 만기연장한 경우에도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우리은행은 아직까지는 LTV 초과분에 대해 일단 구두로 상환을 권유하지만, 여력이 없다고 하면 일단 전부 만기연장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TV 초과 현상이 얼마나 나타나는지, 집 값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괄 만기연장 방침이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집 값이 계속 하락한다 → LTV 규제를 초과하는 대출이 속출한다 → 담보가치 하락을 우려한 은행들이 만기 때 LTV 초과분만큼의 상환을 독촉한다 → 대출자들은 신용대출 등을 통해 일단 어떻게든 버틴다 → 버티다 결국 대출 낀 집을 내놓는 사람이 늘어난다 → 집 값은 더욱 하락한다.

 

이런 악순환의 세 번째 고리까지 이미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고가 아파트는 많게는 30% 안팎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일부 은행은 새로운 대출 만기연장 기준을 들고 나왔다. 쉽게 끝나지 않을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 속에 국내 경기도 급격히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는 빠르게 다음 단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최근 해외에 출장을 갔다 온 금융위원회 당국자는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엄격한 LTV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LTV 초과 대출이 어느 정도 되는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 다음 한시적인 LTV 규제 완화 등 뭔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