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면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가
조앤 치티스터 지음·한정은 옮김 | 판미동 | 298쪽 | 1만3000원
폴란드 태생의 에디는 여든여덟 살까지 아침마다 골프를 쳤고 오후에는 젊은 친구들과 트럼프를 즐겼다. 아흔두 살에 몸속에 종양이 생겼고, 그것이 사라지기를 기도했지만 몇 달 후 결국 영면에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에디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자 비로소 깨달았다.
“에디는 우리에게 전통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폴란드의 가장 소중한 것들, 영적인 강건함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 아름다운 시, 폴란드의 풍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오페라와 독서와 예술과 대화를, 그중에서도 특히 대화를 사랑했으며, 대학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웬만한 교수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고 웬만한 과학자보다 많은 질문을 했다.”
책에는 아흔두 살의 노인 헬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여전히 옷맵시에 신경을 쓰는 멋쟁이 할머니다. 가족들 가운데 남자들은 모두 사업가인 데다 공화당 지지자들이지만, 민주당 뉴딜파(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정책을 따르는 민주당 내 좌파) 지지자인 헬렌은 집안에서 남자들과 논쟁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토론가다. 의사와 사회복지사는 그에게 “또래 친구들과 빙고게임이나 하라”고 권했지만, 헬렌은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채 이런저런 소규모 토론회와 강연을 지금도 찾아다닌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헬렌의 나이쯤 되면 어떠해야 한다고 지레짐작해버리는, 그녀보다 더 젊은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이 ‘활동적인 노인’을 찬양하려고 쓰여진 것은 아니다. 저자인 조앤 치티스터는 가톨릭 수녀다. 미국 베네딕트 여성수도자협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유엔 산하 ‘여성 주도 세계평화협회’의 공동의장으로 일하는 인물이다. 평등과 평화, 여성 문제에 관한 기고와 강연 활동을 오래 펼쳐온 저명한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앞에서 인용한 두 노인의 사례는 “왜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로울까요?”라는 어느 독자의 편지에 대한 저자의 답장 속에 등장하는 얘기다.
책에는 모두 25개의 질문이 등장한다. “왜 나의 삶은 이렇게 분주할까요?”부터 “왜 나는 내 삶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요?”까지. 저자는 그 하나하나에 매우 진지하면서도 길게, 다양한 실제적 사례까지 곁들여가면서 답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삶에 관한 위대한 의문들에 한 줄로 답한다는 것은 그 의문들의 실제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독자들의 편지에 담긴 질문들은 그런 식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했다.”
저자가 보기에 독자들이 보내온 편지들은 “인생의 오랜 질문들”이다. “몸과 마음과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면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으로 품을 수밖에 없었고, 평생을 가져가며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인류 보편의 의문과 문제들”이다.
“실제 삶 속에서 일종의 위안이나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모두가 관여해온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와는 전혀 달라 보이는 다른 문화 속의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의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에 담긴 ‘답장’들은 바로 그 탐구의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해답을 전해줄 수 있는 “다른 시대의 다른 전통”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계의 주요한 영적 전통들”인 5개의 종교야말로 그 ‘해답의 창고’라고 강조한다.
즉 “힌두교,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세계적인 분열과 위협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시대의 우주적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열쇠”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리고 그 5개의 종교는 “서로 다른 음색”을 갖고 있음에도 “영적인 삶의 기술을 알려주는, 삶의 진리들을 전해주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결국 저자가 써내려간 25개의 ‘답장’은 5개의 종교가 전해주는 ‘지혜의 말씀’으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한 두 노인의 사례는 힌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등장하는 죽음의 여신 칼리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사라지는 젊음을 애통해하지 말고 노화의 영광을 이해하라”는 결론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저자는 거기에 이렇게 덧붙인다. “(인생의 지혜를 잃은 사람들은) 활력과 불로장생을 혼동한다. 할머니들은 10대처럼 옷을 입고 할아버지들은 젊어지기 위해 보디빌딩 프로그램에 가입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 차별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갇히고 만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5개의 영적 전통 속에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와 더불어 저자가 직접 겪은 일상의 경험담, 다양한 시대와 상황 속에서의 예화가 곁들여진다.
원제는 ‘세상의 지혜로의 초대, 그것이 당신에게 의미하는 것(Welcome to the Wisdom of the World and It’s Meaning for You)’이다. 25개의 질문 중에는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수 있을까요?”라는 것도 있다. 많은 이들이 품고 있음 직한 물음이다.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이번에는 불교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불자에게, 실패는 끝이 아니며 그대로 괜찮은 일이다. 스스로 만든 구덩이에 빠져 노력조차 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전혀 파괴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넘어졌을 때 우리가 할 일은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완벽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또 그렇게 죽지도 않는다. 참회와 죄책감은 인생의 두 가지 선물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고통이 아니라 더 많은 선한 결과를 남기기로 마음먹는 것이 (해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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