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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생각해보면

존경받는 틱낫한 스님

by SL. 2013. 5. 3.

"인간은 감정보다 큰 존재 고통은 그저 지나가는 것"

2013.05.02

 

세계적 치유자`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 내한
"힐링은 화를 내려놓고 남의 말을 듣는데서 시작"
"행복은 돈과 명성 아닌 연민과 이해에서 오죠"

 

 

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갈색 승복을 입은 자그마한 구도자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취재진 카메라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세계적 치유자인 틱낫한 스님(87)이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불교적 방식으로 (한국 방문)소감을 말할까요? 그 말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경청하는 시간을 갖자는 말입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회견장에 감도는 딱딱한 긴장감이 금세 누그러졌다. 구순을 앞둔 고령에도 그는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찾은 것은 1995년과 200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태국에 이어 한국을 찾은 그는 나지막한 영어로 남북 대치 상황과 청년실업, 자살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과 불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 안에 화나 두려움이 있다면 그런 상태에서는 대화나 화해를 기대하기가 어렵지요. 일단 화를 가라앉혀야 합니다. 그 뒤에야 대화나 소통이 가능하죠."

 

그다음에 그가 제시한 것은 경청이다. "상대방 고통을 들을 때 이해와 연민이 생깁니다.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날 때 치유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그렇다면 군사 대치 상황이 계속되는 남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남한이 주도권을 갖고 경청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남한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이를 지혜로운 사람들이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죠. 남한 사회도 지역 갈등과 빈부 갈등으로 최상의 건강 상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먼저 남한 문제에 대해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되면 치유 능력이 생기고 이를 대북 문제에 똑같이 대입시켜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부부 갈등, 청년실업, 자살 문제도 근본적인 처방은 똑같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어요. 직업이 있으면 행복한가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나요. 현대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정신적 측면도 포함돼야 합니다. 사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이어 "행복은 돈과 명성, 권력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해와 연민, 형제애에서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사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다고 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이다. 우리는 그 감정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인데 왜 어떤 감정 때문에 우리 자신을 죽여야 하냐"고 되물었다.

틱낫한 스님은 1980년대 초 베트남 정부 탄압을 피해 프랑스에서 40년간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에 수행 공동체인 `플럼빌리지`를 만들어 전 세계 젊은이들 고통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회견장에서 스님은 턱을 손으로 괴거나 시종일관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에게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