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창고` 신라왕릉 40년 만에 발굴할까?
신라 선덕여왕(27대)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명한다. 신하들이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왕은 "낭산(狼山) 꼭대기"라고 했다고 삼국유사는 기록하고 있다. 문무왕(30대)에 이르러 당의 50만 대군을 맞아 나라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하자 명랑법사가 왕에게 "신유림(神遊林)에 사천왕사를 지으면 불력으로 외적을 물리칠 수 있다"고 아뢰었다. 경전에 사천왕사 위에 도리천이 있듯 낭산도 사천왕사가 창건된 신유림 위에 위치하게 되니 뭇사람이 놀랐다.
최치원이 쓴 숭복사 비문에는 원성왕(38대)이 "곡림(鵠林)에 장사 지내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왕즉불` 사상에 심취했던 왕이 석가모니가 곡림에서 열반한 것처럼 자신도 곡림에 묻히면 죽어서 열반할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왕은 곡사(鵠寺)가 있던 곳을 곡림으로 해석했다. 신하들이 반대하자 왕은 사비를 들여 곡사를 사들이는 대신 인근에 숭복사를 새로 지었다고 비문은 썼다.
경주는 `왕릉의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도심 대릉원 일대에만 왕릉급 무덤(왕비묘 포함) 155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봉분이 사라진 것은 제외됐다. 대릉원은 신라 도성이던 월성 북쪽에 조성됐던 신라왕실의 공동묘지다. 자비마립간(20대)이 방리(方里)를 설치해 도시계획이 정비된 뒤 묘지를 쓸 공간이 부족해져 법흥왕(23대)부터는 원거리에 묘를 만든다. 경주 외곽 왕릉급 묘지는 지금껏 확인된 것만 30기가 넘는다. 신라 분묘는 적석목곽분에서 6세기 중반 이후 석실분으로 변화한다. 적석은 목곽이 썩으면 돌이 무너져내려 도굴이 쉽지 않다.
신라 왕릉은 왕호 등을 표시한 명문을 넣지 않아 피장자가 드러난 것이 드물다. 오래전 발굴 조사가 종료된 황남대총은 유물 편년ㆍ규모를 근거로 발굴보고서에서 피장자를 서지왕(21대)으로 규정했지만 학계는 나물마립간(17대), 실성마립간(18대), 눌지마립간(19대)도 제시한다. 천마총은 발굴보고서에 지증왕(22대)으로 표기됐지만 근거가 불명확하다. 내남 망성리 고분 주인공은 민애왕으로 알려졌지만 전혀 다른 시대 당연호가 새겨진 납석제 고로가 발견됐다. 효현동 법占辣さ� 신빙성이 떨어진다. 피장자가 확실한 것은 선덕여왕 원성왕을 비롯해 무열왕(29대) 문무왕 성덕왕(33대) 헌덕왕(41대) 흥덕왕(42대) 등 7명의 묘지뿐이다. 서악동 무열왕릉은 `태종무열대왕지비`라는 비석이 있고, 동천동 헌덕왕릉, 조양동 성덕왕릉, 안강 육통리 흥덕왕릉, 양북 봉길리 문무왕릉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구체적 장소가 명시돼 있다.
왕릉 발굴은 일제에 의해 먼저 이뤄졌다. 일제는 금관총 서봉총 식니총 금령총 호우총 마총 쌍쌍총을 발굴했는데 이 중 금관총과 서봉총만 왕릉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1970년대 실시했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유물 수습이 주목적이었다. 최대 규모의 황남대총이 목표였지만 경험과 기술이 없었다. 앞서 좀 더 작은 인근 무덤을 먼저 파게 됐는데 곧 천마총이다. 사업은 1973년 4월부터 8월까지 고신라시대 유일한 미술품인 천마도 장니(국보 207호) 등 1만1500여 점의 유물이 수습됐다. 이어 1973년부터 2년여 동안 진행된 황남대총 발굴 사업에서는 금관(국보 191호) 등 무려 5만8000여 점이 쏟아졌다.
최근 왕릉의 추가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남대총 이후 40년이 경과해서다. 국가문화재의 다양화 등도 이유로 거론된다. 그러나 발굴도 훼손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강하다.
이채경 경주시 학예사는 "두 차례 발굴을 통해 무덤 구조와 유물 종류가 이미 확인된 마당에 다시 무덤을 헤집어 보물찾기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황남대총 발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이를 계기로 야인 시절 전국으로 유적 답사를 다녔던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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