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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이야기

제주 대형 부동산사업 ‘싹쓸이’… 中자본의 ‘돈폭탄’

by SL. 2016. 4. 18.
2016.4.18

섬에 부는 투자 열풍

2兆 역사공원·1兆 드림타워… 외투사업 대부분이 中자본
외국소유 땅 45%·건물 73%… 중국계 국적자가 보유 ‘최대’

여행·숙박업 등 진출도 활발… “바오젠 거리 서면 중국온 듯”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일원 3985만㎡(120만 평)에 조성되고 있는 제주 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 지난 9일 현장에서는 전체 2000실 규모의 호텔 부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홍콩 란딩(藍鼎)그룹과 겐팅 싱가포르의 합작사인 람정제주개발이 총 2조4129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사업 현장이다. 

전체 4개 권역으로 나뉜 신화역사공원 중 람정제주개발은 A·R·H지구(251만9629㎡·76만여 평)에 테마파크와 호텔 및 카지노, 복합편의시설, 테마 휴양리조트 등을 조성한다. 2018년이면 완공된다.
 
제주 서귀포시 동흥·토평동 일원, 한라산을 배경으로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153만9000㎡(47만여 평)의 부지에서도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1조5000억 원(공공 1720억 원, 민간 부문 1조3480억 원)을 들여 헬스케어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역시 오는 2018년 완공 예정이다. 1조 원이 넘는 관광 부동산 리조트 개발 사업들이 제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최종 승인된 제주 노형동 드림타워 쌍둥이 빌딩도 중국계 자본 1조2000억 원이 투입되는 현재 진행형인 투자사업이다. 당초 지상 56층 높이 218m에서 지상 38층 168.99m로 규모가 축소됐지만 이곳에도 호텔과 카지노 등이 들어선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중국자본 투자현황’ 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자 사업이 21건, 8조4466억 원이며 이 중 14개 사업, 3조7965억 원이 중국 자본이라고 밝혔다. 

신화역사공원과 같이 범 중국계 화교 자본까지 합하면 19건, 8조2000억 원이 중국계 자본인 셈이다. 

외국인 소유 토지도 21.4㎢로 제주 전체 면적(1849㎢)의 1.15%에 이르며 이 중 중국인 소유 토지는 8.95㎢로 전체 외국인 토지 소유분에서 45%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과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건축, 여행사 등 중소 자영업 분야에서도 중국 자본 진출이 눈에 띈다. 

여행업체 전체 290개 업체 중 16.2%인 47개 업체가 중국계이며, 외국인 소유 건축물 2575건 중 1873건(73%)이 중국 국적 소유자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호텔을 비롯해 공동주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2010년 이후 5~6년간 급증한 것으로 제주도는 집계했다.

택시기사 김승남(56) 씨는 “중국 거리인 바오젠(寶健)거리에 나가면 넘쳐나는 중국인에 중국 간판까지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어렵다”며 “중국 관광객 300만 명 시대가 실감 난다”고 말했다. 

제주 도심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한 관계자도 “노형동에 ‘琥珀酒店(호박주점)’이라는 호텔은 사장부터 종업원까지 모두 중국인이며 최근 제주 도심에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비즈니스 호텔 대부분이 중국인이 투자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발전연구원은 최근 “중국자본의 관광개발 투자로 인해 (제주의) 건설업 및 전기·가스·중기업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동산 임대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편중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 투자 사업 분야인 숙박·관광업의 공급과잉, 건설업 등 일부 분야에서 단기적인 경기 과열, 이로 인한 고용 시장 교란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한라산 중턱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차단, 영주권 수요를 노린 분양 콘도 개발 제한, 미래 세대 중요 관광자원인 해변 지역 보존 등 중국자본의 부동산 잠식을 우려한 입장들을 2014년 취임 초기부터 밝혀 왔다. 

역설적이게도 제주 도심의 아파트는 물론 해안 펜션과 카페 등 거래 가격이 2~3배 폭등하는 시기와 일치하며, 덩달아 제주 신화역사공원이나 국제영어도시, 헬스케어 타운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관계자는 “투자자를 찾지 못한 대형 사업들이 최근 중화권 자본 유치로 활기를 띠고 있다”며 “화산섬의 특성을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중화권 자본을 지렛대로 제주의 미래 가치를 높여갈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 도심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노형동 드림타워빌딩 신축예정부지. 오는 2018년까지 38층 높이의 빌딩이 세워질 예정이다.

제주 = 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