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투자는 성장에 방해.. 투자국 업종 다양화 절실
제주도 땅이 중국에 팔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돈’이 되는 땅으로 인식돼 중국 자본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중국 뤼디그룹(綠地集團)이 제주 헬스케어타운 투자 유치 협약서(MOA)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4월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 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시 동흥동, 토평동 일대에 조성된다. 의료시설과 휴양지가 한곳에 만들어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의 핵심 사업이다. 뤼디그룹은 중국 내 기업평가 순위 87위에 올라있으며, 세계적으로도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다.
뤼디그룹은 헬스케어타운 전체 면적의 절반 규모인 77만8000㎡를 사들여 3단계에 걸쳐 숙박시설, 의료 연구개발센터, 명상원 등을 조성한다. 부지 가격은 1100억원가량이며 전체적인 추정 사업비는 1조원에 이른다. 국토부는 연내 토지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5월쯤 1단계 건축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중대지산’이 헬스케어타운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대지산은 한국의 병원 건설업체인 ‘서우’와 컨소시엄으로 45만㎡의 부지에 4670억원을 투입해 검진센터, 노인·재활 전문병원, 휴양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하고 본계약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투자 이외에도 제주도에 대한 중국인 투자가 최근 몇 년 새 봇물을 이루고 있다. 레저·부동산 업체 분마그룹은 2010년 제주시 이호동 일대에 4700억원 규모의 유원지 ‘이호랜드’를 짓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백통그룹과 흥유개발이 제주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리조트와 관광단지 개발에 나섰다. 올해는 제주중국성개발과 오삼한국이 제주도 내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같은 5개 사업의 전체 규모가 1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가 ‘중국돈’이 몰리는 것은 2008년 2월부터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관광객들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2008년 17만5000명에서 지난해 50만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올해도 지난 5월까지 28만8000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나 늘어났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데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상하이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도 가깝다.
투자가 늘어나면서 걱정거리도 생겨났다. 관광 수요를 노린 투자가 많아 리조트 형태의 휴양시설로 투자금이나 사업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투자까지 겹져 리조트 시설이 난립할 경우 자칫 자연환경 훼손이나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승훈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일이지만, 리조트 등 휴양시설만 늘어난다면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면서 “예컨대 ‘올레길’ 같은 제주 관광만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바이오나 신재생 에너지 산업, 1차산업과 연계된 식품산업 제주도의 특성에 맞는 사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최근 중국인들의 투자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투자가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2010년 이후 중국의 실제 투자 금액은 1100억원 규모로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상태다. 관광산업 특성상 사업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 스타일이 사업 진척을 더디게 하고 있다.
제주도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투자국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영방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은 “중국인들의 천편일률적인 휴양시설 투자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일본이나 동남아 등 투자 국가를 다변화하고, 투자 업종도 수산물 가공업이나 정보기술 등으로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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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인가?…“세계경제 쥐락펴락, 제주엔 기회의 땅
삼성경제연구원 김현주 팀장“향후 10년 올인”
“12개 전략프로젝트 중에서도 복합리조트·신공항 건설 주력해야” 강조
이웃 나라 중국. 한 때 중국산(Made in China)은 ‘싸구려’의 대명사가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세계의 굴뚝을 넘어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마이더스의 손’이 되고 있다. GDP규모에서 독일을 뛰어넘은 데 이어 2010년에는 일본까지 추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바야흐로 과거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하던 ‘중화(中華)’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가 왜 중국을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상공회의소와 제주도관광협회,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제주은행, 농협 제주본부, 제주도개발공사가 후원한 ‘제31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가 26일 오전 7시 제주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향후 10년의 비전’. 강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제2차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주 지역개발팀 수석연구원이 나섰다.
김 연구원은 제주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가장 큰 기회 요인으로 ‘親 중국화’를 꼽았다.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빼놓고는 제주 미래비전을 논하기가 곤란할 정도라고까지 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인구는 통계상으로 13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5억~16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대국이 연 10%씩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제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향후 30년간은 안정적 성장을 가져갈 것”이라며 중국의 무한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26일 오전 7시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31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 현승탁 제주상의 회장(오른쪽)과 김영진 관광협회장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제주의소리 |
무엇보다 중국을 두려워해야 하는 데는 위엔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에서 찾았다. “2030년쯤에는 중국의 위엔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달러는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을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이 해외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고, 씀씀이가 큰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2015년이면 1억명을 넘을 것이란 관측까지 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대한민국, 제주가 관심을 둬야 할 1순위임에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12~2021년) 때는 중국에 ‘올인’할 정도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최종 확정을 앞둔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은 중국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향후 제주의 10년 방향을 제시한 ‘비전’부터가 중국어로 제시됐다.
‘호통무계(互通無界), 호락무한(好樂無限) 제주’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교류·교역·비즈니스 등 경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통하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호통무계’ 지역이 제주여야 하고, 여가와 관광·쇼핑·생활 등을 통해 무한한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 ‘호락무한’한 곳이 제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시됐던 ‘홍가프로젝트’(홍콩+싱가포르)의 궤도 수정도 주문했다. 냉철히 말해 홍콩과 싱가포르는 현재의 제주로서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앞서 있다는 것. 오히려 마카오 정도를 경쟁상대로 삼아 실질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들 국토면적은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강한 국가(강소국)를 따라가기 위해 개발지상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제주의 최대 강점인 청정 환경이고, 도민들 역시 제주의 미래상으로 ‘관광휴양도시’를 희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환경가치를 무시한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쥐 잡으려다 장독 깨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제주의 환경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 ‘제31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 문홍익 전 제주상의 회장이 질문을 하고 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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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진이 제시한 12대 전략사업 중에서도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와 ‘신공항 건설’을 도민들의 관심을 둬야 할 1·2순위 사업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제주의 자연적인 랜드마크로는 대표적으로 한라산을 꼽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인위적인 랜드마크도 필요하다”면서 “중국관광객의 특성을 감안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시드머니 확보 차원에서 복합리조트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서도 “현 제주공항은 밀려드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과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항공을 만든 적이 있는데, 지금 더 필요한 것은 공항이다. 노선보다 시설(신공항)이 더 급하다”면서 “제주도민들이 자본을 형성하고, 공항을 만들려는 의지를 (중앙정부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주도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배타성을 극복할 줄 알며, 포용력을 발휘하면서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감시자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비전 제시와 리더십 발휘, 외부자원 활용, 정부의 지원 유도 등을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국제자유도시 취지에 부합하는 지원과 적극적인 제도개선, 권한 위임, 재정 지원을 주문했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상공회의소를 고려해서인지 기업인들에게 ‘경쟁 속 협력’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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