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8
집값은 인구밀도와 소득수준에 비례…고령화 더 심한 선진국도 건재
‘앞으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한국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당연히 주택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 하락을 점칠 수 있다. 그러면 인구 감소가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 알아보자.
인구 감소론을 굳게 믿는 사람 중에는 지금부터 국내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2010년 4988만 명이었던 인구는 2014년 5076만 명으로 1.8% 정도 증가했다. 한 해 평균 32만 명 정도의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김포시 규모의 도시가 새로 생긴다고 비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인구 증가 추세는 2030년에 5216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40년에 5109만 명으로, 10년간 107만 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2040년의 인구도 지금의 인구보다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향후 30년간 현재 인구보다 인구 감소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인구 감소가 정말로 집값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30년 후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인구 감소는 30년 후 이야기
더구나 한국은 국토 면적에 비해 현재도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우선 인구밀도를 살펴보자.
섬나라와 같이 작은 국가를 제외하고 면적이 1만㎢(한국의 수도권 정도 면적) 이상인 나라는 세계에 169개국이 있다. 그중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방글라데시로, ㎢당 1155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은 대만(649명)과 레바논(566명)에 이어 492명으로 세계에서 넷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다. 인구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네덜란드는 세계 6위권인데, 네덜란드를 여행한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체감 인구밀도는 한국보다 훨씬 낮게 느껴진다. 수치만으로는 한국과 인구밀도 차이가 크지 않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 인구밀도 차이가 큰 이유는 실제로 쓸 수 있는 땅의 면적 차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네덜란드는 통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지만 평야 지대에 자리해 쓸 수 있는 땅이 대부분인 반면 한국은 70%가 산이기 때문에 체감상으로는 한국의 인구밀도가 3배 정도 더 높게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수도권이라는 좁은 땅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살고 있다. 한국 수도권의 면적이 1만1817㎢ 정도인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2192명으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방글라데시의 두 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땅값, 그중에서도 수도권의 땅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밀집된 주거지이기 때문이다.
인구밀도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소득수준도 중요하다. 아무리 인구밀도가 높아도 소득수준이나 자산이 낮으면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땅값이나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 방글라데시의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높아도 국민소득이 한국의 15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집값이 쌀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미국 집값과 한국 집값을 비교하기도 한다.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의 집값이 얼마인데, 국민소득이 낮은 한국의 집값은 거품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미국의 평균 집값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24만8400달러 정도다. 2억7324만 원 정도다.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 집값이 2억6417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 나라 집값이 거의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한국의 집값이 국민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구밀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집값이 비싼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인구밀도가 ㎢당 32.5명으로 한국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 한 칸에 한국에선 150명이 끼어서 출근한다면 미국에선 달랑 열 명이 지하철 한 칸을 차지하고 간다고 보면 된다. 이런 나라의 집값이 비쌀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인구밀도’와 ‘국민소득’이라는 두 가지 요소, 다시 말해 ‘어떤 지역에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사는가’에 따라 그 지역의 땅값과 집값 수준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땅값과 그 위에 지어지는 주택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인구 10% 줄어도 인구밀도 세계 10위
문제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미래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인가’다. 지금은 인구밀도가 높아 집값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인구가 줄어들면 따라서 인구밀도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2050년의 인구가 지금보다 10% 줄어든다고 해도 인구밀도는 ㎢당 448명으로 세계에서 10위 안에 드는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2050년에 한국보다 인구밀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9개 국가는 방글라데시·부룬디·르완다·대만·엘살바도로·이스라엘·인도·아이티·레바논이다. 그중에서 경제력을 갖춘 나라는 대만과 이스라엘 정도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먼 미래에도 한국보다 땅값이 비싼 나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범위를 수도권으로 한정해 보면 그때도 한국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방글라데시보다 높을 수 있다.
결국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은 높은 인구밀도와 높은 소득으로 인해 땅값 수준이나 집값 수준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좁은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가 짊어질 운명일 수도 있다.
인구문제를 거론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꼭 언급되는 것이 있다. 한국이 고령사회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고령사회가 되면 생산 가능 인력이 줄어들어 경제의 활력이 감소되고 이는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일본을 예를 들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유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1%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모나코·일본·독일·이탈리아 등 4개국뿐이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49개국이다. 한국은 아직 고령사회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2020년께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61위에 불과하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라면 한국에 앞서 우리보다 비율이 높은 60개국이 위기를 먼저 맞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G7 국가를 포함해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는 모든 나라가 한국보다 고령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제가 잘나가고 있는 독일은 한국보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4% 포인트나 높다. 결국 고령사회라는 것은 선진국이 되면서 국민의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 서비스가 향상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현상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일 따름이다. 한국보다 고령자의 비율이 낮은 나라는 북한·방글라데시·짐바브웨와 같은 열악한 나라뿐이다. 물론 한국의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빠른 것은 문제지만 2013년에 비해 2014년의 고령화 비율 증가 속도가 한국과 같거나 더 높아진 나라는 총 28개국이나 된다. 결국 고령사회를 맞아 사회제도 등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령사회 진입을 국가 위기로 보는 시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인구가 줄고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지금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들이 그런 문제를 헤쳐 나왔고 현재도 짊어지고 가고 있는 만큼 이를 경제 위기로 연결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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