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7 03:05
5세대 이동통신 경쟁 스타트
중국·유럽 등 각국 기술 개발 연구에 박차 - 정해진 표준 기술 없어 기업간 경쟁 치열… 삼성, LTE보다 20배 빠른 5G 장비 개발… LG도 초고대역 주파수 기술 연구 매진
세상을 바꿀 '꿈의 이동통신' 기술 - 5G 통신기술 성공과 영상 기술 뒷받침 땐 영화 스타워즈처럼 3D 영상통화는 물론 촉감·냄새·감정까지 전송하는 시대 열려
5세대 이동통신 기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기업 간 경쟁의 막이 올랐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란 현재 최신 기술인 4세대 이동통신(Long Term Evolution)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통신기술로 알려져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산·학·연이 참여하는 5세대 이동통신 포럼(5G 포럼) 창립행사를 가졌다. 통신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와 통신장비 제조업체(삼성·LG전자·에릭슨LG)는 물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이 포럼에 참여했다. '5G 포럼'은 5세대 통신기술의 중장기 기술혁신 전략을 세우고, 서비스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5세대 통신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 ▲ 그래픽=이철원 기자
국가 간 5세대 통신기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사실 올 연초다. 통신 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곳은 국제연합(UN) 산하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ITU는 올 1월 각국 대표단과 함께 5세대 통신에 어떤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것인가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각국 정부가 바빠졌다. 중국은 지난 2월 정부 주도로 'IMT-2020(5G) 프로모션그룹'을 결성했다. 유럽연합(EU)도 2월 5세대 통신기술 연구에 올해 5000만유로(약 72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국가·기업이 5세대 이동통신을 향해 뛰기 시작했지만 사실 5세대 이동통신은 아직 그 실체가 없다. SK텔레콤 최진성 기술원장은 "5세대에 어떤 주파수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4세대보다 얼마나 빨라야 5세대인지 정의도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술보다 1000배 빠르다는 것도 추정에 불과하다. 5G포럼 김동기 프로젝트매니저(PM)는 "기술이 발달해 해마다 통신속도가 약 2배씩 빨라진다"며 "4세대 기술 구현에 10년이 걸렸기 때문에 5세대에도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그 사이 통신 속도가 약 1000배 빨라질 것이란 가정하에 나온 추정 속도"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백지상태다. 지금부터 기술을 만들어 표준을 삼자고 제안해야 한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초고대역 주파수(28㎓·키워드)를 사용해 초대용량(1Gbps 이상·초당 1기가비트 이상) 정보를 송수신하는 5세대 통신용 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사용하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LTE)의 전송 속도는 75Mbps(초당 메가비트)다. 현재 사용하는 기술보다 약 20배 정도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송한 것이다. 빠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1000배 빠르다는 5세대 통신 기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를 인정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표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주파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장비는 28㎓ 주파수를 이용한다. 반면 현재 사용하는 통신 기술은 3㎓ 이하의 저대역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문제는 3㎓ 이하 대역은 사용 가능한 주파수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통신사와 방송사가 저대역 주파수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초고대역 주파수는 통신에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대역 주파수는 유연하다. 건물을 만나면 건물을 돌아간다. 반면 고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만나면 튕겨나가 버린다. 그래서 저대역 주파수는 전파의 도달 거리가 길고, 고대역 주파수는 짧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6㎓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술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린 것이다.
주파수는 비싼 자원이다. 통신사들은 서로 필요한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주파수 경매에서 저대역 주파수 일부(10㎒) 사용권을 낙찰받기 위해 9950억원을 쓰기도 했다. 또 지금 쓰는 저대역 주파수는 대부분 임자가 있다. 반면 28㎓ 대역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28㎓ 대역 주파수는 싼 가격에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기 PM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을 ITU에 소개하고 표준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5세대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전자는 2년 전부터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5세대 통신 연구조직을 만들고 초고대역 주파수 사용 기술과 5세대 통신용 안테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3~4년 후면 삼성·LG전자를 포함한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5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써야 한다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다.
어떤 기술이 5세대 통신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4세대 기술처럼 이전 사용하던 3세대(WCDMA) 기술의 진화형일 수도 있다. LTE(Long Term Evolution)란 단어 자체가 3세대 기술에서 서서히 발전한 새로운 기술이란 뜻이다. 또는 한층 진보한 무선인터넷(WiFi) 기술도 후보다. 혹은 지금까지 없던 독자적인 형태의 기술일 수도 있다.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은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경쟁과 타협을 거쳐 표준 기술 지위를 얻는다. 특정 기업·국가의 기술이 표준이 되면 해당 기업·국가는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란 이야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3·4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처음 이동전화가 등장했을 땐 꿈에 불과했던 영상통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5세대 기술을 이용하면 3차원 입체영상 통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이 말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볼 수 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정옥현 교수는 "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촉감·냄새 나아가 감정·생각까지 전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통신 기술이 아니라 통신 기술과 결합할 주변 기술이다. 예를 들어 가전업계에선 홀로그램TV가 등장하는 시기를 2020년쯤으로 보고 있다. 홀로그램을 구현할 데이터를 전송할 기술은 홀로그램을 구현할 영상기술이 있어야 빛이 난다. 만약 5세대 통신 기술이 등장해도 홀로그램을 구현할 기술이 없다면 홀로그램을 이용한 3D 영상 통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5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할 시기에 다른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가가 5세대 서비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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