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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세상살이이야기

민화, 상상의 나라…

by SL. 2013. 5. 28.

장수·금실·출세·부귀영화 조선 서민들의 소망을 들여다보다

 

ㆍ호림미술관 신사분관 80여점 엄선 첫 일반 공개

한국 회화 연구에서 민화는 사대부 화가의 문인화 그늘에 가려 상당히 소외됐다. 조선후기 서민들의 취향이 담긴 민화는 일제강점기 때 야나기 무네요시가 주목한 이후, 1970년대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았고 최근에는 연구가 활발하다.

성보문화재단의 호림박물관 신사분관(호림아트센터·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민화, 상상의 나라-민화여행’은 화가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 소박하고 해학적인 민화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호림박물관이 30여년간 수집한 300여점의 민화 중 화조도·산수도·인물도 등 민화 각 부문을 대표하는 80점을 엄선했다.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것들로, 수준 높은 다양한 종류의 민화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민화는 부부 금실, 건강과 장수, 다산 등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가득 서린 그림이다. 조선 초기 왕실을 중심으로 새해에 재앙을 막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린 세화가 점차 민간으로 확대된 민화는 조선 후기(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절정을 이룬다. 신분질서 해체와 중인·상인의 급성장 등 사회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민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대표적인 민화는 장수·금실·출세 등을 상징하는 꽃과 새·물고기 등을 화면에 담은 화조도다. 주로 8폭·10폭 병풍으로 제작된 화조도는 여성들의 공간에 놓였는데, 화면 내용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활짝 핀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주변에 그려진 원앙 같은 새나 잉어 같은 물고기는 모두가 한 쌍이다. 부부금실이나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다. 특히 물고기만을 그린 민화를 ‘어해도’라 부르는데 오징어와 복어가 하늘을 날고, 전복이 절벽을 타는 등 상상력이 기발하다. 호랑이 입에서 모란꽃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책거리·문자도도 익숙한 민화다. 문방도로 불리는 책거리는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등 선비들의 물건을 소재로 한다. 정조 때 왕실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랑방이나 아이가 책을 늘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돌잔치에 활용됐다. 문자도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등 유교의 덕목이 담긴 문자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나무껍질이나 가죽·천으로 붓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낸 문자도를 ‘비백서’라 부르는데 오늘날도 일부 관광지에서 그려지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화의 산수도는 금강산·단양팔경을 비롯해 중국 동정호 경치를 8장면으로 담은 소상팔경도, 주자가 제자들과 시를 읊고 강론을 펼친 무이산의 아홉 골짜기를 그린 무이구곡도 등이 대표적이다.

민화에는 유명 인물의 일화를 그려 교훈을 강조한 인물도,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으로 자손번창을 기원한 백동자도,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경직도, 한 화면에 여러 그림을 분할해 담은 백납도, 사당이 없는 곳에서도 조상을 기릴 수 있도록 족자에 사당 모습을 그린 감모여재도 등도 있다.

윤열수 가회박물관장은 “문인화만을 우리 그림으로 생각하던 시기에 민화는 떠돌이 환쟁이들의 그림이라 비하하는 무지가 있었다”며 “이번 전시는 최근 불고 있는 민화연구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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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 조선 서민들의 꿈을 화폭에 담다

호림박물관 '…민화여행' 특별전
30여년간 모은 소장품 80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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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안을 화사하게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를 지낼 때 분위기를 돋우는 데 제격인 화조도 8폭 병풍. 호림박물관 제공
조선 후기 서민들은 출세와 무병장수, 부귀영화, 사랑 등 소망을 민화(民畵)에 담아 집안 곳곳에 걸었다. 거기에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기발한 상상력, 상징성과 자유분방한 채색, 화려한 장식으로 주류 회화에서는 접하기 힘든 풍요로운 조형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이 10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특별전 '상상의 나라-민화여행'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박물관이 지난 30여년간 모은 민화 가운데 순수 전통민화로 분류할 수 있는 80여점을 엄선해 공개한다.

호림박물관은 토기나 도자기, 사경(寫經), 목가구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특별전이나 상설전시에서는 이런 유물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 품격 있는 박물관이 명품 민화도 적지 않게 보유한 사실이 처음 알려지게 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민화는 꿈의 세계, 상상의 세계를 화폭에 펼친 그림이라는 점에 주목해 전시를 기획했다"며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미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어떤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명승지나 사냥터, 화사한 꽃, 새와 동물이 뛰노는 숲 속에 온 듯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강과 바다, 책이 쌓인 사랑방으로 안내하는 작품도 있다.

전시는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뉜다. 제1부 '화폭에 자연이 들어오다'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삼아 집안을 장식하고 각종 행사에 사용한 화조(花鳥), 화훼, 영모(翎毛ㆍ새와 짐승), 어해(魚蟹ㆍ바다동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았다. 이 가운데 꽃과 새를 소재로 해서 함께 그려지는 화조도는 특히 부부가 서로 금실 좋게 지내면서 많은 자손을 낳고 행복하게 지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주로 여자들의 공간인 안방에 많이 놓여졌다.

'화폭에 책과 문제를 놓다'는 제2부에서는 책, 문방구, 각종 기물이 등장하는 책거리, 유교문자도와 백수백복도 등과 같은 문자도, 감모여재도 등이 자리를 함께 한다. '孝悌忠信禮義廉恥(효제충신예의염치)'처럼 유교 덕목을 활용한 문자도라든지, '壽(수)'와 '福(복)'자 같은 기복적 성격을 지닌 문자를 넣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당초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늘 책을 가까이 하라거나 유교 윤리적인 가르침을 따르라는 의미로 제작했던 이런 그림은 점차 민간으로 퍼지면서 기복적인 성격의 그림으로 변해갔다. 책을 가까이하고 유교적인 덕목을 따라 잘 살라는 의미에서 아이의 돌잔치에 사용되거나 사랑방에 많이 걸렸다.

마지막 코너인 '화폭에 옛 이야기를 담다'에서는 이상적인 경치를 그린 산수화와 고사인물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민화 산수도에서 애용한 소재는 소상팔경도. 금강산이나 관동팔경, 무이구곡 등을 활용한 작품도 많다. 조선 후기 산수화 전통에 바탕하고 있지만 방안을 장식할 수 있는 표현이 강조되면서 자유분방한 변형을 보여주고 있다. 인물 소재 민화로는 삼국지연의도, 구운몽도, 천세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던 곽자의의 생애를 그린 곽분양행락도, 여러 명의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의 백동자도 등이 선보인다.

'민화'는 한국 미술과 공예에 애정을 표시했던 일본의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한국 전통회화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