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2
30대부터 준비해야 노후 30년이 행복”
인간수명 100세 시대, ‘노테크’ 종착지는 행복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철부지 학창시절 20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생활 30여 년을 마치고 나면 2부 인생이 시작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다. 불길처럼 타오르던 욕망과 집착도, 하늘을 찌르던 호기도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앞만보고 달려온 반 세기를 느긋하게 되돌아볼 때다. 그러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201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세이지만,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초반 정도로 그 시기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후 30년 가까운 세월을 ‘나 홀로’ 살아가야 한다. 주어진 업무나 수입, 직장동료도 없다. 오죽했으면 ‘장수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노테크가 중요한 것은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경우 정년 이후에도 최소한 30년 이상 삶이 지속된다. 이 기간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고, 재무적 또는 비재무적으로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홍 한화생명 강남FA센터장의 말이다.
재산을 모으기 위해 ‘재테크’를 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테크’를 하는 것처럼 행복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노테크가 필수다. 꼭 재산증식뿐만 아니다.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는 물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체력도 함께 받쳐줘야 한다. 노화현상이 시작되면서 건강에도 빨강신호등이 켜지고 친구도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경제적 노후준비는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후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퇴직 후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65세 부부 한달 생활비 210만 원
실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보장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히 공적연금 수급자는 30%대 수준으로, 그 금액도 노후를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 그러나 65세 부부가 노후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월 21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제활동기의 생활수준과 큰 격차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강민구 IBK기업은행 한남동PB센터 부센터장은 “OECD 선진국에서는 은퇴 후 생활비를 공적 연금으로 충당하는 비율이 60~70%나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결국 우리나라 노인들은 사회보장이 잘된 선진국 노인들보다 몇 배 더 노테크에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야 행복하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테크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까. 그 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다. 재테크의 기본은 ‘누가 종잣돈을 빨리 모으느냐’ 이다. 노테크 역시 누가 먼저 준비하고, 시작하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리효과 활용,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김기홍 센터장은 “노테크에도 복리효과는 적용된다. 비록 경제적으로 적은 금액이라도 빨리 시작하면 엄청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노년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에 대한 준비도 젊었을 때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 즉 돈을 모으는 방법이 예전보다 복잡해지고 장기전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더욱 어려워졌다. 강채민 KDB대우증권 WMC도곡 PB센터팀장은 “노테크를 일찍 준비하면 장기간에 걸친 복리효과로 필요저축금액의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절세상품은 기본적으로 장기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졸업과 취업, 결혼이 이어지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각종 생활비와 주택마련자금, 자녀교육·결혼자금 등을 마련하기도 벅차다. 이러다 보니 노후자금 준비는 자연히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PB센터 팀장은 “비록 시작단계에는 아주 적은 금액이겠지만 목적자금들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노후준비자금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생 100세 시대 ‘노테크’ PB센터 팀장 4인이 추천하는 전략
종잣돈 마련·안전투자가 노후 행복 좌우
미국에서 전문직 생활을 하던 김준환(가명) 씨 부부는 얼마 전 영구 귀국했다. 외아들인 그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친인척이 그리웠고, ‘함께 살자’는 노부모님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관련계좌를 옮기면서 ‘노테크’에 무감각한 국내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제 미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노후준비를 위해 장기 계획을 짜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긴다. 즉 현역에서 물러난 후 연금수령과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부족한 자금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 이제 막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이제 80세를 넘어섰다. 100세로 늘어날 날도 머지않았다. 예부터 100세는 사람 수명 중 최상이라는 ‘상수(上壽)’로 불린다. 그러나 100세 시대 도래가 꼭 달갑지만은 않다. 안락한 노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생 말년이 궁핍하고 외롭다면 상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금융기관 프라이빗뱅커(PB) 4인이 말하는 ‘노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가장 먼저 종잣돈 마련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3년 이상 중장기 상품 가입을 권했다. 단기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낮고 소액의 저축이라 목돈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수령 시 소비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푼돈의 한계인 셈이다.
반면 장기간 힘들게 저축해서 수령한 목돈은 그 가치도 크고, 고스란히 재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만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경우 추가수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과감히 환매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테크 달인으로 통하는 PB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30~40대 직장인 공격적 자산 운용을…
강민구 팀장은 “30~40대 직장인이라면 다소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즉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투자형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투자형 상품 비율을 높여 장기간 운용할 경우 종잣돈 마련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직접투자를 경험해봐야 자금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그러한 경력이 보다 나은 투자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강 팀장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힘들게 마련한 종잣돈은 과연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종잣돈을 만들 때는 자동적인 기간분산효과가 발생하므로 주식 등의 편입비율을 높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목돈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목돈을 운용할 때에는 주식편입비율을 30% 이내로 낮추고 채권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하다.
강채민 팀장은 주택마련이나 자녀교육 등 목적자금(50%)의 경우 적립식펀드나 정기적금을 통한 관리를 권했다. 반면 노테크에 해당되는 미래준비자금은 연금저축(30%, 55세까지 적립), 순수 보장성 보험가입(10%), CMA나 MMF(10%, 긴급비상자금) 편입을 제안했다.
마지막 10년 의료비 리스크 최대 복병
다음으로 노테크의 가장 핵심인 퇴직 후 안정적인 수익 유지 전략을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는 은퇴 후에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들을 눈여겨보고, 선택해야 한다.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ELS·DLS, 펀드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노후생활 내내 평생 지급이 보장되는 종신 지급형 연금보험도 고려할 만하다.
한편 종잣돈을 모으고, 운용하는 것 외에도 리스크 관리와 상속·증여 역시 노테크의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급증하는 노년 의료비 리스크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제 노년에 지불하는 의료비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65세 이상 연간 진료비가 10조 원에서 최근 4년 새 16조 원으로 껑충 뛰기도 했다.
김기홍 센터장은 “결국 마지막 10년의 의료비 리스크가 행복한 노후의 복병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젊었을 때 보장성 보험을 가입하거나, 노후 의료비를 위한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30~40대 직장인이 노테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맞닥뜨리게 될 리스크는 질병, 상해 등 건강상의 악화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장을 위해 소멸성 보장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는 것이 좋다.
조재영 팀장은 “다만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할 때 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을,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 등락 우려가 없는 비갱신형 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다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꼭 필요한 보험이라면 가급적 어리고 건강할 때 빨리 가입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상속·증여를 통해 자녀의 노테크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세법개정으로 올해부터 증여공제금액이 10년마다 성인자녀 5000만 원, 미성년자 2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매월 각각 41만6666원, 16만6666원씩 증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확실한 노테크는 건강유지와 일감
‘노테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건강유지와 여가시간 활용이다. 먼저 건강, 특히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 정기검진과 조기치료가 최상책이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는 치매나 파킨슨병, 뇌졸중, 당뇨합병증, 골절 외에도 우울감과 기억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채소위주의 좋은 식습관 유지와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보강,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는 노인 건강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미 망가져 버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건강’만큼 확실한 노테크도 없는 셈이다.
또한 노년에는 나만의 일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퇴직 후 30년을 놀고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년 후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 노년의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기홍 센터장은 “남들보다 일을 더 한다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지금부터 노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노테크의 승자가 되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글 김동식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13호(14.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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