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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세상살이이야기

인생은 긴 여행

by SL. 2012. 9. 14.

인생은 긴 여행… 좌절감부터 이기자

 

현대인들은 네모 안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모난 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네모난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네모난 휴대전화를 보거나 들고서 누군가와 소통하려고 애를 쓴다.

하루 일과 가운데 네모난 책상사무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점심시간이다. 적어도 점심 식사 이후로는 잠깐이지만 틈을 내어 빌딩들로 가득 찬 도심을 가로질러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도심 산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앞에 있는 차를 향해 시끄러운 경적을 연이어 눌러대는 통에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차에서 경적을 누르는 운전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길 가던 사람은 애매히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한다. 뒤에 있는 운전자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면서 경적을 울려대고, 앞에 있는 운전자는 뒤차 운전자를 외면해 버린다.

남자들의 일상은 마치 꽉 막힌 도로변에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와 분노가 잠재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남자라면 겪게 되는 힘겨움을 누구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일상이 짜증 나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낸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주지 않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고 버겁기만 하다. 참고 참아야 하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작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번이 되기 때문에 작은 일 앞에서도 참지 못하고 급기야 화를 내고 만다. 그러나 꼭 화난 사람의 모습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웃음 짓는 사람이 되니까 말이다.

사실 사람들이 “나는 행복하다” 또는 “나는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기초로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감정은 “나는 존재한다”고 말하는 존재론적인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감정은 내 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자기표현이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기 느낌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렇지 않게 느끼면 엄청난 일도 별것 아닌 일이 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기초로 내 인생을 평가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느끼는 것 때문에 불행하거나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에 스스로를 내어 맡길 때가 많다. 감정에게 자신을 무비판적으로 내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가령 나이 들어 느끼는 무력감이나 혼란스러움도 나 혼자만 깊이 느끼는 감정일 때가 많다. 또한 내 인생에 대해서 갖는 좌절감도 나 자신 스스로를 감정의 구덩이에 깊이 밀어 넣어 만들어진 감정일 때가 많다. 이제라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 자신과 일치시키지 말고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생각연습이 필요하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연약한 상태가 될수록 감정에 충실해진다. 맑은 하늘 같은 넓고 높은 마음으로 벅차오르다가도 중년의 한계 앞에서 스스로가 짜증스러워지곤 한다. 그럴 때면 사무실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버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순간들이 점점 많아진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이 들수록 무기력해지는 현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꿈꾸던 것들을 향해 점점 다가서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