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집값` 극약처방 나올 때가 바닥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양도세 중과제도까지 발표했다.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도 생소한 보유세까지 새로 생겼다. 내심 그럴듯한 아파트로 옮겨가고 싶어했던 한씨는 친구를 위로하면서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참에 목 좋은 곳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대출 좀 받아서 이사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한씨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실감하게 됐다. 집값이 내리기는커녕 되레 직전보다 더 치솟은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집값이 당연히 떨어져야 상식인데 왜 그랬을까.
◆ 세금정책, 목표와 결과간 괴리도
"부동산 투기로 번 불로소득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세금을 통한 집값 잡기` 정책을 들고 나왔다. 취임 첫해인 2003년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들에게는 양도세를 중과하는 10ㆍ29대책을 발표했다.
`부자 증세`라는 분배정책 성격이 짙었던 노무현식 부동산 세금대책은 정권 말기인 2007년 말까지도 계속 쏟아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집값은 오히려 용수철처럼 누를수록 더 튀어 올랐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6년 8ㆍ31 대책 직후부터 이듬해인 2007년 말까지 전국 집값은 오히려 10.3% 올랐다. 서울 집값은 16.9%가 뛰었고, 8ㆍ31대책의 주요 타깃이었던 강남 집값도 14.1% 올라 세금카드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집값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건 2007년 중반부터다. 그러나 이는 세금 강화 효과에 기인하기보다는 LTV(담보대출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등 소위 `금융카드`가 본격 약발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팀장은 "DTI는 지갑에 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말라는 고강도 메시지"라며 "반면 집값 상승기에 세금은 비과세를 위해 장기투자로 투자전략을 바꾸는 유인이 되었을 뿐 수요를 억제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거시경제학 선구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자신이 만든 `기대반영(expectations-augmented) 필립스곡선`이라는 학설로 설명한다. 그는 `물가상승이 의도된 정책효과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일대 <매경DB>
참여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기 위해선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수요와 공급 패턴을 어떻게 바꿀지 치밀하게 예상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세금이 늘면 매물이 증가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상식선에서 판단했다.
이런 실수는 펠프스 이론처럼 목표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2005년부터 신설돼 적용됐지만 부담수준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8ㆍ31대책에서 개인별 과세를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바꿨다. 강남 집주인들의 목을 옥죄는 수단으로 효과는 분명히 컸다. 그러나 거래세인 양도세 중과와 마찬가지로 종부세 역시 세후 수익률을 약간 낮췄을 뿐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한 해에 두어 차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로 몇 백만원이 나오는 것보다, 매달 내야 하는 대출상환금이 50만원 늘어나는 게 주택 소유자들에겐 부담이 더 컸다"며 "결론적으로 버블세븐 지역 같은 인기지역의 주택공급만 줄여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 DTIㆍLTV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집값을 잡는 데는 실패한 세금카드지만 `거래`를 늘리는 단기적인 효과는 분명 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시행했던 취득세 50% 감면기간에도 11월에 4만5000건에 그쳤던 주택거래가 취득세율 환원을 앞둔 12월에 6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2009년 2월부터 1년간 시행했던 한시적 양도세 감면 조치 때도 일부 미분양 해소에 효과가 나타났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감면조치 시행 이후 8개월간 미분양 주택이 26% 감소했다"며 "당시엔 어차피 집값이 금방 다시 오르리라는 기대감은 없었지만 수요자들은 세금혜택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해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것처럼 세금카드는 침체기에 근본적인 부양효과를 내기도 힘들다.
2005년 1월부터 시행한 3주택자 양도세 60% 중과, 2007년 1월부터 적용한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 조치는 2009년부터 모두 유예돼 기본세율로 환원됐다. MB정부 들어 `대못 규제`라는 낙인하에 무장해제를 시작했던 것이다.
정부는 주택경기기 호전될 기미가 없고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만 가자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하는 특례조치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2009년 한 해 동안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3.16%에 그쳤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세금 감면 이라는 게 한시적으로 시행되면 `반짝세일` 효과를 낸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가 바뀌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소비자들이 금방 둔감해진다"고 말했다.
2010년 한 해 집값은 또다시 -1.01% 추락했다. 올해부터 다주택자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고 다주택자라도 임대용 주택이 아닌 거주주택을 팔면 1주택자처럼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조치도 시행 중이지만 수도권 주택거래량은 사상 최저치를 매월 경신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9ㆍ10대책을 통해 취득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50% 감면하고 양도세도 미분양분은 연말까지 계약하면 5년간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국회 논의 중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종된 수도권 주택 거래를 살리기 위해 연일 공세 중이지만 거래가 단기간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진짜 정부가 거래시장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과거 집값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DTI나 LTV 규제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길게는 정권 교체 때마다, 짧게는 수년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땜질식 `세금카드`로 집값 관리에는 실패한 채 오히려 시장 변동성만 키워놨다"며 "소비자들은 아직 정부의 세금정책 시그널이 집값을 살리겠다는 건지, 그냥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인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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