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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세상살이이야기

인생역전!

by SL. 2012. 11. 6.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 못받아, LG서 1년 만에 방출… 현역 입대
넥센에서 주전 부상으로 기회 잡아

 

서건창, 서건창, 서건창…."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에 앞서 발표된 신인왕 개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넥센의 서건창이었다. 그는 기자단 투표 91표 중 79표를 얻어 박지훈(KIA·7표), 최성훈(LG·3표), 이지영(삼성·2표)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따돌리고 신인왕에 올랐다.

개표가 완료된 다음 서건창은 연단에 올라 구본능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고 "올해는 정말 꿈 같은 한 해였다. 아직 많이 부족한 나에게 큰 상을 주신 것은 더 발전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며 "내년에도 올해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서건창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2008년 야구 명문 광주일고를 졸업한 그는 작은 체구 때문에 프로구단에 외면당했다. 나름 빠른 발과 날카로운 배팅을 가졌다고 자부하던 그에겐 충격이었다. 대학 입학 제의마저 뿌리친 그는 바로 앞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신고 선수' 신분으로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1경기 1타수 무안타라는 1군 기록을 남긴 채 1년 만에 방출됐다. 프로 신분으로 군에서도 방망이를 쥘 수 있는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낙방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이쯤 되면 대부분 야구 인생은 끝이었다. 그러나 서건창은 "군에 입대해서 방망이 대신 삽, 야구공 대신 돌을 쥐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느꼈다"고 했다. 마침 제9구단 NC 창단 소식이 들려 왔다. 하지만 운명은 그에게 NC 대신 넥센을 점지했다. NC보다 빨랐던 넥센의 입단 테스트에 혹시나 하고 지원을 했고, 박흥식 타격 코치의 눈에 들었다. 서건창은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뛰었다.

백업 요원으로 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주전 2루수인 김민성이 개막 이틀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서 운 좋게 기회를 잡았다. 세 번의 실패를 맛본 그는 그라운드에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266, 39도루(2위) 70득점(8위)으로 넥센의 '뛰는 야구'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어렵고 힘들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고 했다.

서건창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릴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할 법도 하지만 그는 "아직도 아버지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서건창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야구 글러브를 선물 받고 함께 캐치볼을 하면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고 어려운 집안을 어머니 혼자 이끌어가는 동안 서건창은 "내가 야구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이 어렸을 때부터 간절했다"며 "그래서 철이 일찍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건창은 "LG 방출 후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머니께서 내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셨다"며 "이제부터 열심히 효도하겠다"고 했다. 이날 트로피와 함께 상금 300만원을 받은 그는 "무조건 어머니께 다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