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살 떨리던 바퀴벌레, 제대로 보면 돈 되네
치료약 성분으로 맹활약 심혈관 질환 예방 치료제에 바퀴벌레 성분 넣어서 시판…
농가 새 소득원으로 떠올라
해충, 박멸에서 이용으로 세계 곤충 산업 '11조 규모'… 국내 시장도 1500억대 추정,
일부는 식용·애완용 연구도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서 번식하면서 하수구나 오염된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병원균을 옮기며, 번식력이 굉장히 뛰어나 박멸하기 어렵다.'
바퀴벌레에 대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설명이다. 하지만 바퀴벌레에 대한 이런 설명은 수년 뒤 정반대로 바뀔지도 모른다. '최악의 해충'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바퀴벌레를 유용한 곤충으로 바꾸려는 연구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작년 1월 문을 연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는 새로운 농가 소득원을 창출할 목적으로 바퀴벌레를 키우며 연구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바퀴벌레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산업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연구소는 산바퀴(원산지 독일), 이질바퀴(미국), 집바퀴(일본), 자충(중국) 등 4종류를 들여와 현재 4000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다. 아직 본격 연구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말 사육실이 완공되는 대로 1만 마리 이상으로 늘린 뒤 본격적인 물질 추출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02년 한국생약학회에는 '흑바퀴가 섬유소 용해를 포함하는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실제로 이미 시판되는 의약품에 바퀴벌레 성분이 들어간 것도 있다. 한 제약사의 심혈관 질환 예방제에는 지네·전갈 등과 함께 바퀴벌레의 일종인 자충이 들어가 있다.
한의학계에선 바퀴가 피부병 치료, 뭉친 피 풀기, 면역 활성화 등의 효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중순 방영된 SBS 드라마 '신의'에선 원나라 기황후의 오라비로 나온 덕성부원군(유오성 분)이 바퀴벌레로 만든 즙을 피부에 바르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에선 "탕으로 만들어 먹거나 즙으로 만들어 바르면 젊음을 되찾는다"고 소개됐다.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최호영 교수는 "드라마처럼 바퀴를 한약재로 쓰지는 않는다"면서도 "바퀴가 면역을 활성화하고 항암 성분이 있다는 약리학적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 농업기술원 김선곤 유용곤충실장은 "아직 연구 결과를 낙관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새로운 농가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퀴벌레는 해충에 대한 접근이 '박멸' 위주에서 '이용' 위주로 바뀐 것을 보여준다. 해충일지라도 산업화할 수 있다는 곤충 산업의 단면인 셈이다. 이미 곤충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11조원 규모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2020년에는 3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곤충 시장도 1500억원대로 추정된다. 농작물 해충 방제에서부터 식용·약용·애완용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은 밀웜·굼벵이·장수풍뎅이 등에 대한 식용화를 연구 중이다. 꿀벌의 독인 봉독에서 천연 항생제, 누에고치에서 나온 단백질로 인공 고막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바퀴벌레도 '해충(害蟲)'이 아닌 '익충(益蟲)'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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