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고속도로가 효자네!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사는 이현석(가명·38) 씨. 여의도 A증권회사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씨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려 있다.
골프회원권 갈아타기로 단박에 1억원 이상 거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 그가 골프회원권을 갈아타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2월, 직장동료들과 골프를 즐기는 그는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면 인근 골프회원권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솔깃했다.
경춘고속도로 춘천IC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골프회원권 갈아타기 단박에 1억원 떼돈
당시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는 캐슬렉스(하남시 소재)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던 그는 당장에 투자처 물색에 나섰다.
그러다가 발견한 골프장이 바로 엘리시안강촌. 일단 주변 회원권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던 데다 소재지가 강원도라서 조세감례 특례 적용까지 받고 있던 것.
당시 7500만원 하던 캐슬렉스 회원권을 팔아치우고 1억1000만원에 강촌 골프회원권으로 갈아탔다. 그의 판단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고속도로가 뚫린 현재(7월22일) 강촌 회원권가격은 2억2500만원. 자그마치 1억원 훌쩍 넘는 돈이 순식간에 그의 주머니에 들어온 셈이다.
고속도로 길을 따라 투자로 큰 재미를 본 이 씨는 또다시 회원권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그가 주목하는 곳은 제2영동고속도로.
하반기 착공 예정인 이 고속도로 인근에도 눈여겨볼 골프장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여주권을 중심으로 블루헤런, 신라, 스카이밸리 등 몇 개 골프장 회원권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회원권이 저평가 되어 있는 데다 값이 2억원 미만으로 현재 보유 중인 강촌 회원권을 팔고 투자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
여기에 서울~포천 고속도로도 투자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역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단다.
이렇듯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경춘고속도로 인근 골프장들의 회원권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기존 경기 동북부지역 골프장은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주말 골퍼의 기피대상이었다. 오죽하면 주말 오후에는 두당 1만원씩 요금을 깎아줬을 정도.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번 개통으로 시속 100㎞ 이하로 달리는 모범운전자도 40분이면 춘천에 도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주말 골퍼에게는 ‘골프 고속도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린피 혜택 춘천 인근 골프장 1시간이면 넉넉
경춘고속도로는 돈만 벌어주는 게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도 아껴준다. 평소 대학동창들과 주말골프를 즐기는 중견기업 사장 박정성(가명·55) 씨는 지난 19일 경춘고속도로의 위력을 실감했다.
라데나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어 춘천 인근 골프장을 자주 찾는 그는 이날도 친구 5명과 함께 라데나로 주말골프를 가기로 했다.
이들이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모이는 시간은 대략 오전 6시. 오전 9시 티오프를 감안하면 2~3시간 여유를 갖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새로 뚫린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오전 7시에 모여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한 친구가 7시30분에 도착하는 바람에 걱정스런 마음이 덜컥 들었다.
과연 오전 9시 티오프가 가능하겠냐는 것. 만약 팀 전체가 티오프로 늦으면 최소 3개월간 예약정지라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금세 ‘기우’로 판명 났다. 경춘고속도로가 딱 1시간 만에 이들을 라데나골프장으로 옮겨다 놓은 것이다.
지각은커녕 김치찌개 한 그릇씩 비우고 필드에 나섰다. 이쯤되니 앞으로 강원도지역 골프장을 자주 애용하자는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천장 뚫린 땅값…덕소리 인근 평당 최고 100만원↑
주변 땅값도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거래는 고사하고 외부 사람 발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린벨트지역에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최대 수혜지역은 어딜까? 춘천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춘천까지는 5400원이라는 요금을 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남양주시 와부읍이 최대 수혜지역이다.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미사대교가 뚫리면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단박에 강남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
요금은 단돈 1600원. 특히 최근에는 하남 미사지구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하남지역 창고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부읍으로 몰려들고 있다.
아직은 토지를 수용하기 전이지만 선점해야 효과가 크다는 점을 아는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경쟁적으로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그린벨트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는 게 요즘의 특징. 투자자가 쏠리다 보니 땅값은 자연스레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덕소리 도곡리 일대 대로변에 있는 창고부지의 경우 올 초 평당 150만원 정도가 시세였지만 지금은 2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6개월 만에 25% 이상 호가가 급등한 셈. 특히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창고부지는 같은 기간 100만원 정도 오른 250만원대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그린벨트가 풀리며 토지보상 중인 양정역 주변 땅도 가격이 천정부지. 양정역이 경춘고속도로와 연계되어 교통호재가 바로 작용하고 있다.
도로를 접하지 않아 30만원가량 하던 맹지가 현재는 평당 100만원을 주지 않고는 구경도 못한다. 도로를 접한 경우 2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30억원 들고 땅 사러 돌아다니는 큰손도
단기간 급등했지만 외부에서 땅을 사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외부인이 땅을 사기 힘든 데도 개의치 않는다.
이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겨두고 가등기까지 해두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는 것.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억 원대 땅을 사기 위해 찾는 투자자는 부지기수.
하지만 땅 주인들이 워낙 호가를 높여 불러 양평이나 마석 쪽으로 들어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수십억 원을 들고 땅을 사겠다는 큰손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또 가평군 설악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도로변에 있는 전답의 경우 평당 70만~100만원 선. 고속도로 개통 후 평당 5만~10만원가량 호가가 상승했다. 춘천시 고속도로 주변의 토지도 주목받고 있다.
고속도로 인근 석사동 계획관리지역 내 전원주택용지는 평당 40만원 선으로 개통 전에 비해 10만원가량 상승했다.
전답도 10만~20만원가량 올라 평당 30만~40만 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 근화동 춘천부동산뱅크 공인 대표는 “최근 고속도로 개통 후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서울지역 사람들이 전원주택이나 창고부지 등을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양주 아파트 인기 짱…남춘천도 크게 올라
고속도로가 뚫렸는데 아파트값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특히 소외받았던 남양주 아파트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도곡리 두산위브 53평형의 경우 올 초 5억원 하던 매물이 현재 6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고속도로 호재로 단박에 1억원이라는 돈이 더해진 것.
낮은 층수 34평형도 5000만원가량 오른 가격(3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이곳은 역시 미사대교가 집값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남양주시 창현지구는 급매물이 이미 빠지는 것을 확인한 집주인들이 대거 매물을 거두고 있다. 와부읍은 땅값뿐 아니라 집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와부읍 주공1단지 79㎡의 경우 고속도로 개통 전에 비해 2000만원가량 오른 2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춘천시 아파트값은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어차피 거래하려면 호가로 거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가격이 이미 올랐다고 봐야 한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판단이다.
일단 경춘고속도로 춘천IC 인근에 있는 석사동 대우아파트의 경우 109㎡ 1억2000만~1억5000만원가량으로 호가가 1000만원가량 상승한 상태다.
이 동네 중소형 아파트들은 대부분 호가가 300~500만원가량 오른 상태. 춘천의 랜드마크 아파트로는 석사동 현진에버빌의 경우 최근 고속도로 개통 후 매물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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