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6
5만원권 발행 5년 (下)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낮아 인플레이션 우려도 없고, 화폐 교체 비용이 오히려 경기 부양에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의 적기다." 2003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 단위 축소)의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전 총재는 당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지만 정부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박 전 총재는 "당시 정부에서 반대했던 것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이었고, 실제 외국에서도 약 0.2%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숫자 단위 변동으로 자동입출금기(ATM)부터 바꿔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데다 기기 교체 등 비용은 오히려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만약 현 정부가 이를 추진한다면 역사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우리나라의 과거 화폐개혁은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 화폐 단위에는 광복 이후의 인플레이션이 모두 들어 있는 만큼 화폐 단위에 `000`이 붙으면서 불편이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2002년 자국 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유럽연합(EU)에서 성공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박 전 총재는 "해외에서는 대미국 환율이 1000대1인 것을 우리가 보는 것 이상으로 후진적으로 본다. 리디노미네이션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며 "당장 안 해도 되는 조치고, 급할 것이 없는 개혁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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