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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부자들이야기

대기업그릅 부동산 투자는

by SL. 2013. 4. 8.

10대 그룹 투자목적 부동산만 13조원, 평균 수익률 6%…투기 논란도

 

 

시중은행 금리 3% 안팎, 재형저축이 4%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10대 그룹은 부동산으로 평균 6%대 수익률을 올려 눈길을 끈다.

 

 

재벌닷컴이 최근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장부가 기준으로 13조618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1년 말 기록한 12조7719억원에 비해 6.6% 늘어난 것으로, 금액으로는 8470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투자목적의 토지는 2011년 말 6조8739억원에서 지난해 7조2589억원으로 5.6%(3850억원), 건물은 5조8980억원에서 6조3599억원으로 7.8%(4619억원) 각각 늘어났다. 투자부동산 규모가 늘면서 임대수익 역시 지난 2011년 6916억원에서 지난해 8108억원으로 17%나 급증했다.

대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와 임대수익률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한편에선 대기업들이 본연의 기업활동이 아닌 '땅 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 10대 그룹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수익률은 2011년 평균 5.4%에서 지난해 평균 5.95%를 기록했다.

그룹별로 보면 투자부동산 보유액이 1조원을 넘는 회사는 삼성, 한화, GS, LG, 롯데 등 5개 그룹. 삼성그룹 소속 17개 상장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은 2011년 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2950억원으로 10% 이상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투자부동산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을 이은 그룹은 한화. 한화그룹 6개사의 투자부동산 보유액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2조4351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GS그룹(8개사)은 2011년 1조2002억원이던 투자부동산 보유액이 지난해 1조5086억원으로 늘었고, LG그룹과 롯데그룹 또한 1조3361억원, 1조349억원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수익률은 한진·LG 최고

지난해 부동산 투자 성적표가 가장 좋은 기업은 한진과 LG였다.
한진은 투자부동산 보유액 2029억원에 임대수익 240억원으로 11.8%의 수익률을 올려 10대 그룹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2011년(9%)에 비해서도 2.8%포인트 상승했다. 한진그룹에서 부동산 투자 담당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장사를 잘한 덕분이다. 서울 남대문로와 인천, 부산, 제주 등 전국 4곳에 임대사업용 한진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은 지난해 입주율이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한 98%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도 383억원으로 2011년(362억원)보다 증가했다.

정석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어도 임대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고려해운, 우리은행 등 탄탄한 입주사들의 임대 평수가 늘면서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LG도 임대수익률이 전년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8.4%를 기록했다. 여의도 트윈타워가 지난해 리모델링을 끝내고 임대수익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한 덕분이다. LG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년 3개월간 트윈타워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함에 따라 트윈타워에 입주해있던 업체들이 건물을 떠나 있어야 했다. 이에 따라 2010년 900억원에 달했던 LG의 임대수익은 2011년 636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928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 SK, 현대중공업, 롯데, 포스코 등은 투자부동산 보유액이 줄어들었다.
SK는 토지(2758억원)와 건물(1732억원)이 전년보다 11.2%, 17.4% 각각 감소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남산 그린빌딩, 구로사옥, 장안사옥 등 3개 빌딩을 매각하면서 건물이 줄어든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사가 약 3000억원에 사들인 이 빌딩들은 SK텔레콤 사무실 외에 SK해운, SK브로드밴드 등 SK 계열사에 임대를 줬기에 투자목적 건물로 분류됐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은 전략적으로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위해 투자부동산을 보유하는 기업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자동차나 철강 등 본업을 위해 부동산을 소유하되, 여유 면적에 대해서만 자산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임대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특기할 만한 투자부동산 변동사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기존 포스코센터의 임대 공간 일부를 사내 직원 근무 용도로 전환하면서 임대면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투자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대기업 보유 부동산 가치와 임대수익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본래 사업보다 '땅장사'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투자부동산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에 위배된다. 사실상 '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삼성과 한화 등 부동산 임대수익이 늘어난 그룹들은 생명보험사를 그룹 계열사로 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생명보험사들의 투자부동산은 삼성생명의 경우 4조3827억원, 한화생명은 2조453억원으로 그룹이 보유한 투자부동산의 각각 83%, 84%를 차지했다.

생보사의 경우 업의 특성상 자산운용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 채권 외에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는 방대한 영업 조직을 운용하기 위해 전국에 건물이 많이 필요한 데다 자산운용 차원에서 일정 부분 부동산 투자는 불가피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6조원)은 전체 자산(178조원)에 비하면 3.4% 수준으로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사옥 이전도 임대수익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전까지 자사 소유의 도곡동 SEI타워 외에도 삼성역 인근의 글라스타워 등 강남 일대 9개 건물에 사무실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상일동 첨단업무단지에 5800억원을 들여 새 사옥을 지으면서 세 들어 살던 직원들이 모두 옮겨왔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SEI타워에 임대를 놓은 데다 기존에 지출되던 임차료는 없어지면서 임대수익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GS는 지난해 투자부동산 중 토지는 5.3% 감소했지만 건물은 무려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백화점과 마트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경기도 안양에 짓고 있던 백화점을 지난해 3월 롯데에 30년간 임대하면서 수익률도 52.8%나 증가했다.

결국 자산운용이나 유휴 자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못 찾고 부동산 투자를 늘려 나간다는 주장이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신시장 개척에 더 전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박상문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시장 규모가 1조원 이상은 돼야 대기업이 신사업을 고려했다면 이젠 5000억원만 돼도 진출을 고려할 정도로 기준이 내려오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해외 시장 공략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 노력이 계속돼야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손쉬운 투자처만 찾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는 지적도 매섭다. 앞의 참여연대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자산을 동원해 사실상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은 당장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하면 보험사의 건전성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자산운용 건전성 차원에서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 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연말 대선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땅이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기업들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