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내려놓다
2013.05.14
퍼거슨 "언니 잃고 상심한 아내 위해 은퇴 결심"]
- 맨유의 카리스마, 집에선 순한 양
아내 뜻따라 트로피 전시 안해… 평가전과 이사 날짜 겹치자 경기 포기하고 집안일 도와
- 결정적 순간엔… 도움 된 아내
2001년 은퇴 결심 되돌리고 박지성 역할에 대해 조언하기도13일(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 스타디움.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5000여 홈 팬은 한 사람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날 열린 맨유―스완지시티전은 27년간 맨유 지휘봉을 잡았던 '명장'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마지막으로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의 감독석에 앉는 역사적인 경기였다. 퍼거슨은 지난 8일 "팀이 가장 강할 때 떠나기로 했다"며 감독 은퇴를 선언했다. 팬들의 환호 속에 나타난 그는 어김없이 껌을 씹고 있었다.
맨유 선수들은 스승의 마지막 홈경기 승리를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후반 42분 '애제자'인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5)가 무려 5시즌 만에 골 맛을 보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퍼거슨의 맨유 통산 895번째 승리(337무 267패)였다.
◇은퇴는 아내를 위한 결정
경기 후 은퇴 기념행사에서 퍼거슨은 마이크를 잡고 맨유 구단 경영진과 의료진, 코칭스태프, 선수, 팬들에게 차례차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표한 대상은 가족이었다.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당분간 그곳에 있을 겁니다. 손자·손녀 11명을 포함한 우리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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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13일 자신의 마지막 홈경기인 스완지시티전을 끝내고“처형이 세상을 떠난 뒤 상심한 아내(캐시 퍼거슨)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작년 11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퍼거슨 동상 공개 행사에 참석한 퍼거슨 부부. /Getty Images 멀티비츠
퍼거슨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유가 자신의 건강 문제가 아닌 아내 캐시 퍼거슨(75)을 위한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그는 "처형의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은퇴를 생각했다"며 "아내는 가족의 리더였고, 세 아들을 키워내며 자신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작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캐시는 육아의 달인"이라며 "집에선 아내가 손주들에게 헤어드라이어(퍼거슨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릴 때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라고 해서 붙은 별명)를 자주 켠다"고 말했다.
194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퍼거슨은 전업 축구 선수가 되기 전 타자기 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그때 파업 현장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1966년 결혼했다. 퍼거슨 부부는 세 아들을 두었는데 둘째인 대런(41)은 다음 시즌 3부 리그 강등이 결정된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감독이며, 쌍둥이 동생인 제이슨은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집에선 아내가 감독
축구장에선 '절대 카리스마'를 뽐내는 퍼거슨도 집에선 '순한 양'으로 변신한다. 퍼거슨 감독의 집엔 우승 트로피나 메달이 전시돼 있지 않다. 아내가 "옛 영광에 취해 있는 것은 좋지 못하다"며 눈앞에서 치울 것을 명령하자 군소리 없이 따랐다. 소문난 애처가답게 2007년엔 이사 날짜와 평가전 일정이 겹치자 평가전을 포기하고 아내를 따라 집안일을 도왔다.
- 알렉스 퍼거슨(뒷줄 왼쪽에서 둘째) 맨유 감독이 13일 홈 고별전 뒤 손자·손녀 11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퍼거슨은 부인 캐시 퍼거슨과의 사이에 아들 세 명을 뒀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캐시는 결정적인 순간엔 훌륭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1년 퍼거슨이 맨유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을 때 아내는 "당신이 지금의 성과를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안다"며 결심을 되돌리게 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11년 "웨인 루니의 욕설 파문으로 FA컵 결장이 예상되자 캐시가 남편 퍼거슨에게 박지성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퍼거슨은 8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아내는 나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밝혔다.
퍼거슨 감독은 오는 20일 웨스트 브로미치와 벌일 원정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맨유 지휘봉을 잡는다. 그의 맨유 통산 1500번째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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