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2
남북 관계가 최근 냉·온탕을 오가면서 경기도 파주·연천 등 북한 접경지역의 땅이 들썩이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자 이 지역 땅값은 역대 최고치의 70%를 넘어서며 상승했다. 주민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일 정도였다. 섣부른 기대감이 투기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남북 간 총격전까지 발생하면서 이번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장밋빛 전망이 비관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남북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21일 파주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개성 21㎞’라 적힌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조용한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뭉칫돈을 들고 찾는 외지인들이 많아졌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강남부자’들이 아니다. 민통선 안에서 2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노모(61)씨는 “부자보다 서민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며 “서울뿐 아니라 평택 대구 등 전국에서 온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투자하려는 금액은 주로 5000만∼1억원. 노씨는 “도시에서 귀농하려는 사람과 통일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반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 인사들이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나타나자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에 이곳을 찾는 투자자도 늘었다. 노씨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2억원 넘는 매물을 거래하려는 손님이 1주일에 2∼3명씩 온다”며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개성공단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머물 작은 도시라도 건설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땅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은 쏙 들어갔다. 부동산 업자들은 이를 두고 “주식과 같다”고 표현했다. 남북 관계에 따라 땅값이 급등락을 거듭한다는 얘기다. 노씨는 “요새 대체로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최근 물건이 많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부동산을 찾은 한 땅주인은 “여기 땅값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하루아침에도 쑥쑥 오르는 걸 여러 번 봐온 터라 땅주인들이 선뜻 팔지 못 한다”고 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파주 군내면 땅값은 평당 최대 18만원까지 올랐다. 남북 화해무드가 지속됐고 부동산 여유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며 하락 일로를 걷다 최근엔 평당 13만∼14만원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를 품었던 주민들에게 다시 악재가 터졌다. 지난 10일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북한 측이 고사기관총(고사총)을 발사하더니 19일엔 군사분계선(MDL)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계약서에 도장 찍는 일만 남겨둔 상황에서 ‘1주일만 더 생각해 보겠다’며 돌아간 매수자도 생겼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대북 전단을 날리는 보수단체와 지역주민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보복으로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5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키로 하자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차량 등으로 현장을 직접 봉쇄하기로 했다. 충돌이 예상돼 경찰은 행사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820796&code=111311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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