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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땅!/기획부동산

기획부동산 그들은 누구인가

by SL. 2012. 8. 10.

 

요즘은 좀 뜸한 편이지만 나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하는 ‘아줌마’들이 있다.“어디에 좋은 땅이 나왔으니 빨리 투자해라, 언제까지 월급에만 의존해 살 거냐, 애들 교육과 노후 대비를 위해 땅 투자해서 대박 터뜨려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른바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 들이다.그렇다면 기획부동산, 그들은 누구이며 왜 나쁘다고 할까?사실 기획부동산이란 말 자체는 나쁜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토지 건물 등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기획을 해서 분양하는 회사다. 보통은 넓은 토지(주로 임야)를 헐값에 사들여서 작게 쪼개 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아넘기는 회사로 인식되어 있다. 사기꾼, 투기꾼 등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이들은 자기들이 확보해 놓은 땅을 주로 텔레마케터나 영업직원들을 통해 아는 사람들에게 떠넘기거나, 인명부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인 영업활동을 펼친다. 후자를 속칭 ‘114판매’라고 한다. 규모가 있는 기획부동산들은 사세를 과시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문광고인터넷 광고를 하기도 한다.기획부동산은 먼저 지주와 작업조건을 맞춘 후 땅 판매를 시작한다. 우선 토지 매매 대금의 일부를 주고 일단 회사로 소유권을 넘겨오거나, 아니면 지주와 계약을 한 후 소유권 이전은 하지 않고 기간을 두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일정금액을정산한다  

문제는 기획부동산들이 땅을 쪼개 팔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것. 투자자에게 파는 평당 가격은 애초의 땅값에다 각종 비용과 자신들의 엄청난 이윤을 더해서 책정한다.각종 비용은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월급과 수당만 하더라도 10여가지나 된다. 현지 땅 작업자(일명 찍새), 답사담당, 판매원, 팀장, 실장, 임원(상무, 전무), 사장(총책, 문제발생시 처리), 회장(혹은 전주)이 월급 외에도 이런저런 수당을 챙긴다. 판매율 높이기 위해 현금이나 금, 자동차 등 특별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회장 마진은 이들 세계에선 아예 국가기밀(?)로 통한다.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집기비용, 그리고 답사 차량(에쿠스, 그랜저) 등은 모두 임대해 사용한다. 벌떼식 텔레마케킹을 벌이다 보니 전화사용료도 막대하다. 여기에 토지 분할 비용(속칭 ‘칼질’), 등기비용도 상당하다.이들은 사세를 과시하며 물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신문 등에 광고를 내고, 관계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며, 심지어 고급정보를 빼온다는 명목으로 정치인 후원회비도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출비용이 엄청나기에 기획부동산은 실제 땅 매입가격의 최소 3~4배, 많게는 10배 이상 폭리를 취한다. 그래서 이들은 값 싸고 규모가 큰 임야를 주로 개발한다.땅 주인과의 매매대금 정산은 중도금을 치르고 회사 앞으로 등기 이전하거나, 땅 주인이 협조적이면 모든 물건을 매각한 후 잔금을 지급한다. 기획부동산이 쪼개 판 땅의 개별 등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이처럼 그들이 작업한 땅이 거의 다 팔려야 땅 주인에게 잔금을 치를 수 있고, 그래야 소유권 이전에 따른 개별 토지분할 작업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