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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세상살이이야기

권리금 `0` 과천상가 멘붕

by SL. 2012. 11. 22.

과천 음식점 주인들 `망연자실`…공무원들이

 

권리금 `0` 과천상가 멘붕
새 부처 입주시기 한두달 미뤄지면 버틸수있는 식당 얼마나 되겠나

 

 

이한석 씨(가명ㆍ69)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정부과천청사 인근 상가에서 20년 넘게 복요리 전문점을 운영해온 과천 `터줏대감`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바로 옆 상가에 분점을 하나 더 낼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냈다. 손님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공무원으로 점심 때는 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씨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최근 5000만원 넘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옆 상가에 위치한 분점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지자 손님이 확 줄어든 데다 다음달부터 공무원들이 대거 세종시로 떠날 것으로 예상돼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단골손님을 따라 세종시에 가게를 내려 했지만 상가 분양가가 너무 비싸 마음을 접었다"며 "주변에 있는 코오롱 등 회사원들이라도 와 줘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데 뜻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앙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준강남급으로 불리던 과천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과천 상권은 1982년 정부 부처가 과천에 둥지를 틀면서 별양동과 중앙동 일대에 형성됐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등 다수 부처가 다음달 7일부터 세종시로 대거 이전하면서 4000~5000명의 든든한 단골손님을 잃게 됐다. 3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과천시지부와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과천 상권의 음식점은 모두 460곳.

메인 상권인 별양동에서는 320여 곳이 영업 중인데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휴ㆍ폐업한 음식점은 30곳(9.4%)으로 집계됐다.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없다 보니 사실상 권리금이 `0(제로)`인 점포다.

별양동 일대 D공인 관계자는 "실면적 66㎡ 안팎 기준 권리금은 점포당 평균 5000만~60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2000만원~3000만원까지 급락했고 권리금이 아예 사라진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가 주인이 월세를 내려준다고 해도 장사가 안 될 게 불 보듯 뻔해 상담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 상권 임대료도 2010년 3분기 1㎡당 2만8100원이었지만 꾸준히 내려가 지난 3분기 2만3700원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과천청사 5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14개 기관이 곧 입주할 것이기 때문에 `공동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천청사에 이주해올 새 입주 기관들의 입주 시기는 리모델링 등으로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것. 통상 지역 상권은 2~3개월만 공동화 현상이 지속돼도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적자를 버티지 못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당초 과천청사를 리모델링하려던 것을 보강 공사 수준으로 최소화했기 때문에 부처들의 입주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며 "입주 부처와 기관들마다 사정이 있어 입주 시기를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과천시청에서는 공무원발 공동화 현상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청사 구내식당 휴무제와 상가 마일리지 포인트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인근 상인들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과천 상권은 어차피 휴일에는 문을 닫다시피하는 평일 장사인데 새 부처가 올 때까지 한 달이라도 장사가 안 되면 여기에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유령 상권이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복어 전문 음식점을 경영하는 박 모씨도 "공무원 손님을 상대로 한 송년회 특수도 옛말이 됐다"며 "회사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1만원 미만의 점심 특선 등 저렴한 신메뉴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