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푸어'는 영원한 '푸어'
20대부터 시작된 '대출인생'에 눈물짓는 청춘들
#우성훈씨(30·가명)는 지난해 5월 결혼했다. 달마다 전세대출금으로 150만원이 들어간다. 우씨는 전세대출금 거치기간을 거치지 않고 원리금 상환을 선택했다.
최대 6년까지 원금상환을 연장할 수 있지만 학자금 대출 때 여러 일을 넘나들었지만 좀체 줄지 않는 원금 부담이 지긋지긋했고,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니 힘겹더라도 전세대출을 빨리 갚는 쪽을 선택했다. 우씨는 대학시절에도 학자금 대출로 2000여만원 가량을 빌렸다. 결혼이 다가오면서 부모님이 남은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그래도 부모님에게 결혼 당시 4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여기에 집을 구하기 위해 신한은행에서 4% 이율로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8000만원을 빌렸다. 경기도 성남시의 17평 복도식 주공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계약 1년 전까지는 900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전세가가 결혼 직전 1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내년 5월이면 다시 전세 재계약이 돌아온다.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집주인은 재계약시 수 천만원을 다시 올리자고 할 게 뻔하다. 월급 대부분을 대출이자로 갚는 판에 2세는 엄두도 못낸다.
우씨는 "아내가 나보다 나이가 3살 많아 애를 빨리 갖고 싶은데 당장 전세대출을 갚다보니 아이 가질 엄두가 안 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2년차 직장인 김태훈씨(29)는 올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설렘 반 걱정 반이다. 대학생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을 아직 상환하지 못했는데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또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직장이 서울이라 인근 주택들을 알아봤지만 49.6m²(15평)대 주택 전세가격이 1억5000만원대로 자력으로 구하기엔 만만치 않다"며 "시중은행을 통해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시절 등록금 및 학비 등을 목적으로 1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아직까지달마다 이자만 15만원씩 납부하고 있다"며 "대출 만기가 3년 후에 돌아오는데 결혼 자금을 대출받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해질 것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는 '캠퍼스푸어'와 '허니문푸어'를 거쳐 '렌트푸어'까지 대출인생에 허덕이고 있다. 렌트푸어(Rent Poor)는 오르는 전월세 값을 감당하는 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느라 여유없이 사는 인생족을 일컫는다.
김씨는 "한번 '렌트푸어'가 되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며 "결혼과 더불어 빚을 내 전세집을 구한다 하더라도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계약을 위해 빚을 다시 내며 눈물짓는 '대출인생'을 면하기 좀처럼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26일 부동산 정보제공 사이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09년 3월~2012년 3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 총액은 총 185조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133조원 증가했다.
서울은 74조1000억원이 늘었다. 이밖에 경기도 41조4000억원, 인천 4조1000억원, 신도시는 14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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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아파트 제공 |
이영진 부동산 정보사이트 내집마련정보사 부장은 "집으로 돈을 벌기 힘든 경제상황이 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도 렌트푸어들에게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공주택 비율이 5%도 되지 않고, 민간임대주택이 대부분이라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렌트푸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를 늦추거나 세입자들과 장기계약을 맺는 집주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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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결혼·가난한 집주인
정부는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젊은층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겨울이다. 그래서 결혼 적령기에 맞춰 결혼을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이 남자는 8078만 원, 여자는 2936만 원이라고 한다. 2009년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신혼부부 38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1억 7542만 원으로 나왔다. 1억 1000만 원이든 1억 7000만 원이든 직장생활이 길지 않은 예비 신혼부부가 자력으로 마련하기에는 큰돈이다.
결국 결혼을 하려면 누군가의 힘을 빌리거나 어느 정도 돈이 모일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방법 밖에 없다. 부모가 지원해 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엔 대출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 허니문푸어(honey poor), 신혼의 단꿈이 빚 위에서 영글어가는 것이다.
결혼하고 살다보면 집에 대한 욕심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과거 대출 끌어다가 일단 사기만 하면 집값이 올랐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꾸준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이제는 그 욕심이 부메랑이 돼 대출이자 갚느라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1070만 5000가구 중 108만 4000가구, 즉 열 집에 한 집꼴로 하우스푸어라고 분석했다. 하우스푸어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246만 원인데 그중에서 102만 원을 대출원리금으로 내고 있다고 한다.
◇ 자녀교육 ‘올인’하다가 빚지고
경쟁적인 사교육비 지출로 빚을 지는 가계도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매년 자녀 한 명을 양육하고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조사하고 있는데, 2010년에는 이 비용이 총 2억 7514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이사하는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교육열기가 높은 지역은 주거비용이 비싸다. 이른바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구의 평균 전세가격은 1224만 원으로 금천구와 도봉구의 2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집값만 비싸겠는가. 유명 학원에 보내려면 부모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도 모자라 또 빚을 내 에듀푸어(edu poor)가 돼야 한다. 맹모삼천지교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가르치고 졸업시켜 짝을 맺어주고 나면 부모에게는 빚만 남아 실버푸어(silver poor)로 전락해 본인들의 안락한 노후를 꿈꾸기는 어렵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에 달해 OECD 평균 13.3%를 3배 이상 웃돌 정도로 심각하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주택정책과 교육정책과 노후복지정책 등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어느 천 년에 될지 알 수 없는 일, 각자 ‘푸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무리한 대출을 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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