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도로 하나 때문에”…견원지간 된 이웃사촌들

2014-07-02

 

서울 용산구 원효로 1동에 자리한 ‘대림 e편한 세상’ 아파트와 인근 주상복합 오피스텔 주민들. 이들은 도로 사용 문제로 1년째 지리한 법적공방을 치르고 있다. 한때 지역발전을 위해 입주자 대표끼리 머리를 맺대고 오붓한 정을 나누는 ‘이웃사촌’이었지만, 지금은 ‘불편한 이웃’이 돼버렸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견원지간 분위기도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아파트 내에 조성된 도로다.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이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도로를 이용했다. 인근 대로와 고가차도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유일한 지름길이었다.

도로 사용은 아파트 설립 당시 용산구청과 아파트 재개발조합 간에 맺은 약속이기도 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인근 오피스텔 입주민들이 이용하던 지름길이 없어지며 불편이 예상되자 구청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청은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 조건으로 ‘아파트 단지 내 도로 개방’을 내걸고 재개발 조합도 이를 받아들이며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2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고 약속대로 단지 내 도로는 누구나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파트 측이 도로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아파트 측은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려는 외부 차량에 차량번호와 소유주명, 연락처를 관리사무소에 등록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인근 오피스텔 주민들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라며 차단기 철거를 주장했다. 구청은 아파트 측에 차단기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이에 불응하자 지난해 9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를 고발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 측 역시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두 개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해왔던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오피스텔에 사는 김명주(가명) 씨는 “바로 옆 길을 두고 매일 먼 거리를 우회해 다녀야 한다”며 “자유로운 통행을 조건으로 아파트에 사업시행 인가를 내줬는데 차단기 설치를 한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실제 CJ나인파크에서 단지 내 도로를 통해 삼각지 고가차도에 진입할 경우 거리는 860ｍ, 원효로2가 교차로까지 우회해 삼각지 고가차도에 들어설 경우 거리는 1600ｍ다. 두 배 가까이 되는 길을 돌아가는 셈이다.

한편 아파트 측은 도로 개방으로 도난 사고, 쓰레기 투기, 어린이 교통 사고 위험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토로한다. 아파트 측 관계자는 “차단기 설치는 외부차량을 통과시키되 관리 정도는 하겠다는 의미다. 사유지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쪽 입주민들은 구청의 태도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한 인근 오피스텔 주민은 “원래 우리 입주민들이 이용하던 도로를 아파트 측에 판 것도, 단지 내 도로 통행을 사업 허가 조건으로 내건 것도 구청”이라며 “분쟁이 예상된 만큼 구청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측 관계자는 “구청이 사유지에 대한 소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차량 관리를 구청이 대신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유지 도로라 아무런 비용도 투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구청의 소극적 태도를 꼬집었다.

한편 본지 취재와 관련해 구청 관계자는 “현재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두 개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 금요일에 행정법원에서 3차 변론이 있었으며 현재 법원의 조정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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