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역습
올 19조 내년 24조 만기 도래…가계빚 뇌관
2012.06.29
5년 전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파트를 샀던 최 모 씨(41)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끝났다며 다음달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으라는 은행 통지서를 받고부터다. 그는 "지금까지 금리 5%로 매달 이자만 125만원씩 냈는데 당장 다음달에는 15년간 분할 상환하는 원금까지 포함해 291만원을 내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일정 기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2006년부터 급증한 거치식 대출 거치기간이 올해부터 잇따라 종료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거치기간이 종료돼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올해 19조2000억원, 2013년 24조6000억원, 2014년 37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문제는 거치기간이 끝나면 연체율이 급상승한다는 것. 한국은행이 2009~2011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거치식 대출 연체 중 45.6%가 원금 상환 개시 10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원금 상환이 개시되는 거치식 대출은 과거보다 연체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2007년 하반기 이후 이뤄진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7년 하반기에 대출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집값 하락 때문에 지금 아파트를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게 됐다"며 "이들에게 원금까지 함께 갚으라고 한다면 연체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집단 대출이 가계대출 연체율을 상승시킨 주범이지만 앞으로는 거치식 대출이 쌍끌이로 연체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는 "과거에는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원금을 갚을 생각도 없이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규 대출로 갈아타게 해 사실상 거치기간을 재연장하게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은 "3~5년 거치기간이 경과한 고객들은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거치기간이 대출기간 중 3분의 1을 넘어 거치기간 연장이 어려운 고객들에 대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출을 갈아탈 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시 계산하기 때문에 원금 일부를 갚아야 하는 사례도 나온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에 LTV 60%를 적용하면 1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파트 값이 2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면 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때 신규 대출로 갈아타려면 차액인 3000만원을 갚아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 중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는 고객은 신용대출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일부 은행에서는 거치기간 자체를 연장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사안별로 따져서 1년 단위로 거치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들은 "거치기간은 연장해 주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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