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서 먹고 즐기고… 어르신들의 홍대, 종로 국일관
탑골공원? 그곳과 물이 달라"
식당·당구장·노래방 등 대부분 돈 써야 놀 수 있어… 연금·용돈 넉넉한 노인들이 많이 찾아
최고 인기장소는 콜라텍
'뽕짝' 맞춰 수백명 몸 흔들어… "사람 사귈 수 있어 일석이조"
"노인들에겐 여기가 (노는 곳) 1번지야. 교통 편하지, 주변에 갈 곳 많지."
23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20번지 국일관 드림팰리스 건물 앞에서 만난 안모(71)씨의 말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이곳을 찾는다는 안씨는 "파고다 공원이나 종묘광장공원은 근처에도 안 가. 그쪽하고 여기는 물이 달라"라고 했다. 이날 찾은 국일관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인들로 붐볐다.
언제부턴가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국일관은 '실버타운'으로 불린다. 경찰행정학원, 미용학원 등 젊은층을 위한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노년층의 출입이 잦기 때문이다. 지금의 국일관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다. 그중 1층의 이대감고깃집, 6층의 세종당구아카데미, 9층의 국일관 콜라텍과 12층의 노래방이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날 정오 이대감고깃집은 노년 손님들로 붐볐다. 손님 70여명 중 60여명이었다. 지하 1층 활어장터의 손님도 3명 중 1명꼴로 어르신들이었다.
가장 붐비는 곳은 9층의 성인 콜라텍. 하루 800~1000여명의 손님이 든다. 약 2314㎡(700평) 규모의 콜라텍은 점심 무렵부터 하나둘씩 손님이 차기 시작하더니 오후 3시쯤에는 4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60~80대였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전자 오르간의 '뽕짝' 반주를 따라 남녀가 짝을 맞춰 몸을 흔들었다. 콜라텍에 딸린 280여석 규모의 식당 겸 호프에선 "얼씨구, 지화자 좋다"를 비롯해 왁자지껄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콜라텍의 입장료는 1000원. 이곳을 찾은 이모(79)씨는 "운동도 되고 사람들도 사귈 수 있고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때 콜라텍 안 식당에서 친목 모임을 가진 노인 8명은 오후 2시가 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시간당 6000원의 할인 요금을 받는 노래방도 정오~오후 4시 사이에는 손님 대부분이 노년층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일관 건물이 처음부터 '노인들의 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1920년에 처음 문을 연 국일관은 명월관 등과 함께 손꼽히는 요정이었다. 한때 이기붕 부통령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지배인으로 있기도 했고 주먹계의 대부인 김두한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1975년 대형 화재가 나면서 '국일관 나이트클럽'으로 모습을 바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지금의 국일관 건물은 2000년 '청소년 테마 상가'를 목표로 세워졌다. 하지만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상가는 점차 노인층을 위주로 모습을 바꿨다.
6층의 세종당구아카데미도 그중 하나다. "10여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젊은층과 노년층이 반반 정도였는데 노년층이 계속 늘어 지금은 손님의 80%가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이 당구장은 애초 6층의 절반만 사용했지만 손님이 넘쳐 아예 층 전체로 가게를 확장했다. 65세 이상일 경우 10분에 1500원인 요금을 1000원으로 깎아주는 경로 할인도 도입했다.
인근 부동산에선 "2000년대 중반 인근 사행성 오락장이 경찰 단속으로 대거 문을 닫으며 점차 노년층 위주로 상권이 개편됐다"고 했다. 실제 100여m 거리엔 2500원짜리 짜장면을 파는 보화장, 2000원짜리 해장국을 파는 외갓집 등 노인층을 타깃으로 한 곳이 성업 중이다. 2차선의 국일관 바로 앞 수표로를 경계로 상권도 갈린다. 국일관 쪽으로는 노년층 위주의 보쌈골목과 기원(棋院)이 들어서 있고, 반대편엔 YBM어학원을 중심으로 젊은층 위주의 호프집, 음식점 등이 빼곡하다. 국일관 콜라텍 이관우(66) 사장은 "종로를 찾는 노인들이 죄다 공원으로 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금이나 용돈 등을 받아 여유가 있는 분들은 공원보다는 국일관 근처를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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