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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100년 뒤엔…" 충격적인 경고

by SL. 2012. 10. 5.

한글, 100년 뒤엔…" 충격적인 경고

 

"외래어·외계어·비속어 남용 100년뒤 우리말 자취 감출 수도"
■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김선철 연구관
외래어 사용 빈도 가속… 우리말 파괴도 심각 수준… 조사와 어미만 남을 수도
사라진 만주말 반면교사… 한글날 하루쯤 자성하길

 

 

 

"4일 현재 4만9,000여명의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www.malteo.net) 회원들이 수시로 다듬기 대상 단어를 올려주고 있어요.

덕분에 지금의 우리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번 한글날엔 우리말 파수꾼 대열에 합류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 이대로 2, 3세대 지나면 우리말은 ~은/는/이/가, ~을/를과 같은 조사와 ~(이)다 같은 어미만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TV 오락프로그램 등을 통한 우리말 파괴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한글날을 즈음한 이맘때 단골 뉴스다. 의례 반복되는 이야기라 무덤덤한 반응들이지만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의 김선철(46) 연구관이 체감하는 상황은 사뭇 심각하다. 김 연구관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식자층으로 갈수록 우리말 대신 외래어 사용 빈도가 높고 '있어 보이기'위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상 대화에서 영어를 섞어 쓰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10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지금의 영화나 TV드라마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 천 년 이어져온 우리말이 그렇게까지 될까 싶지만 김 연구관은 "그럴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과도한 우려 아니냐"고 하자 당장 만주족의 예를 들면서 맞받아쳤다. "만주족이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청나라의 한족을 지배했어요. 그런데 지금 만주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열 명이 채 안돼요. 미국 유럽 문화에 쏠린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말을 쓰고 있는 우리처럼 한족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만주족조차도 청나라의 문화에 빠져 들었기 때문이죠. 최근 한류가 심상치 않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정치 문화적으로 열세인 우리가 만주족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인터넷 휴대폰 등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통신 환경은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우리말 다듬기 등의 사업을 하는 공공언어지원단은 정부부처와 공기업, 신문과 방송, 인터넷 언어의 공공성 향상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 199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에서 우리말 지킴이 일을 하던 김 연구관은 2002년부터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다듬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체인지가 나들목으로, 노견이 갓길로, 톨게이트가 요금소로, 웰빙이 참살이로 바뀐 게 모두 이곳 덕택이다. 소설가, 시인, 교수, 언론인 등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격월로 열리는 말 다듬기 위원회에서 선정한 것들이다. 김 연구관은 우리말 다듬기 '인터넷 홈페이지'(위원회에서 제안한 명칭은 '누리집')에 올라오는 순화 대상 말들을 선별해 올리는 기본적인 업무도 맡고 있다.

우리말 다듬기 작업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인터넷 홈페이지' 처럼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누리집'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소통의 경제성,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일리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식으로 말이 사라지고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어 중심으로 언어의 위세가 흘러간다면 100년 뒤엔 지구상에 몇 개의 언어만 남고 다 죽을 것이라고 세계 언어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어의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어느새 우리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외래어를 지켜보고 있는 그의 어깨는 무겁다. "이번 한글날엔 우리말을 고민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은 곧 우리의 미래거든요." 566돌 한글날을 앞 둔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