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은퇴연령 72세인데, 육체노동 가능 나이 60 → 65세 바뀔까

대법원 공개변론 시작, 변경되면 보험금 배상금 소송 큰 영향

육체노동이 가능한 나이(가동연한)의 한계는 60세일까, 65세일까.

대법원은 1989년 가동연한을 60세로 판단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재판에 이 기준이 적용됐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법원이 29년 만에 기준을 바꿀지 공개적으로 따져보기로 했다.

대법원은 16일 개인택시기사 김모(55)씨가 A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11월 29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연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1년 5월 6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몰고 가다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혔다. 이 사고로 김씨는 고관절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2013년 상대방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을 계산해 1억1107여만원을 보험사가 김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실수입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벌어들였을 수입을 의미한다. 김씨는 “사고가 아니었다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도 “가동연한은 보통 60세가 될 때까지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이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연다는 것은 가동연한을 65세로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가동연한 60세’를 따르지 않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가 전국버스운송사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봤다. 재판부는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는 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조정된 점, 2011∼2016년 우리나라 평균 은퇴연령이 72세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하는 판단을 내릴 경우 일실수입을 따지는 보험금, 배상금 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동연한 60세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이 산정된 세월호 참사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최종 배상액도 더 많아질 수 있다. 다만 형이 확정된 사건은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80년대와 비교할 때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상당히 변화했다”며 “상반된 견해의 대립이 예상돼 전문가와 국민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공개변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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