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2
세 시대의 ‘네오 사피엔스’는 계속 일하고 싶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은 최직해도 일해야 하는 새로운 인류, "네오 사피엔스"가 되고 있다
100세 시대 신인류 ‘네오 사피엔스’
과거 세대와 달리 퇴직해도 일해야
능력 발휘하고 싶지만 기회 드물어
기존 지식ㆍ학력은 별로 쓸모 없어
스스로 자기 혁신해 미래 준비하고
국가는 퇴직자 활용 기회 제공해야
과거 세대와 달리 퇴직해도 일해야
능력 발휘하고 싶지만 기회 드물어
기존 지식ㆍ학력은 별로 쓸모 없어
스스로 자기 혁신해 미래 준비하고
국가는 퇴직자 활용 기회 제공해야
1950년대 중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의 퇴직이 한창이다. 법정정년 60세 연장으로 퇴직 쓰나미가 주춤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멈춘 것은 아니다. 55년~57년생은 이미 퇴직했고, 올해는 베이비부머의 상징격인 58년 개띠들이 환갑을 맞아 줄줄이 회사 밖으로 쏟아지고 있다. 퇴직 문턱을 넘어선 이들은 100세 시대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앞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30년 이상 펼쳐지는 인생후반전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들을 ‘네오 사피엔스’라고 구분한다. 마침 ‘중장년 채용박람회’에 일본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더위가 본격화된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가는 길 내내 후텁지근하더니 행사장이 코엑스 내 외진 곳에 있어 더위를 부채질했다. 이 길을 걷는 구직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발길은 더욱 무거워졌다. 에스컬레이터를 몇 차례 갈아타고 3층 행사장에 도착하자 구직자 등록카드를 적는 구역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그곳을 지나 면접장으로 들어가봤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 기업별 부스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20대 신입사원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 평균 60대 안팎의 중장년들이 굳게 입을 다문 채 긴장한 모습으로 면접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라리 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길게 늘어선 구직 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마음이 짠하다”(김영희 무역협회 일자리센터장)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취재하기도 미안해 말을 못붙이고 있는데 구직자 한 명이 귀동냥이라도 할까 싶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는 59년생으로 20년 넘게 영어 학원을 해왔는데 학생이 줄어 잘 안 되는 바람에 몇해 전 접고 지금은 대학 강사를 하고 있다. 소득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문제는 결혼이 늦어 지금도 대학생인 두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이 불안한 강사를 접고 일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이곳을 찾았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일본에서 물류업을 하는 국제익스프레스였다. 한국인 사장이 창업해 종업원 150명에 연매출 600억원인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 나승도 사장을 통해 ^베이비부머들의 구직이 얼마나 절실한지 ^한국과 일본의 취업 여건이 얼마나 다른지를 비롯해 이 시대 중장년들이 치르고 있는 취업전쟁의 단면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몇명이나 뽑을 건가.
“약 150명이 면접 부스를 다녀갔다. 심층 면접을 거쳐 2명을 뽑을 계획이다.”
-경쟁률이 75대 1 아닌가. 그 중에 적합한 사람들이 왔나.
“너무 놀랐다. 삼성ㆍ현대ㆍLG그룹 출신 임원과 부장급 퇴직자들도 여럿 지원했다. 박사급까지 있어 놀랄만큼 고학력이고, 유능한 관리직 출신들이었다.”
-나이는 어떻게 되나.
“주로 60대였고, 70대 중후반도 응시했다. 외국계 유명 IT기업 출신의 71세 지원자도 있었는데 ‘나,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뽑아달라고 했다.”
“약 150명이 면접 부스를 다녀갔다. 심층 면접을 거쳐 2명을 뽑을 계획이다.”
-경쟁률이 75대 1 아닌가. 그 중에 적합한 사람들이 왔나.
“너무 놀랐다. 삼성ㆍ현대ㆍLG그룹 출신 임원과 부장급 퇴직자들도 여럿 지원했다. 박사급까지 있어 놀랄만큼 고학력이고, 유능한 관리직 출신들이었다.”
-나이는 어떻게 되나.
“주로 60대였고, 70대 중후반도 응시했다. 외국계 유명 IT기업 출신의 71세 지원자도 있었는데 ‘나,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뽑아달라고 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우선 “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력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다. 부스를 설치한 기업들의 팜플렛을 봤더니 ‘학력 무관’이 상당수였다. 고학력 시대에 필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이 뒷받침되는 실력이었다. 박원태 성경시스템 사장에게 중장년을 찾는 이유를 물었더니 “기술력이 축적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이도 이미 파괴되고 있었다. 해양 토목 전문기업인 은성오엔씨는 홍콩에 파견될 프로젝트 매니저를 찾고 있었는데 “나이에 따로 제한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성이 관건이라는 얘기였는데 외국어는 재취업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해외영업이 많아지면서다. 물론 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가능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과의 무역이 많은 나라 ‘톱3 국가’의 언어들이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은 1500명에 달했다. 명찰을 1000개 준비했지만 지원자들이 밀려드는 바람에 명찰이 즉석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어깨를 떨구고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 경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 직장에서 쓰던 기술과 지식은 퇴직하면 쓸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평소 사회 변화에 맞춰 기술과 지식을 업그레이드했다면 재취업 기회가 있겠지만 정년 제도에 안주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노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공황 탈출의 해법을 제시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시 “기술적 실업이 재취업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었다.
최근 내부 사정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은행이나 철도 산업도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젊고 업무능력이 있어도 지점장을 지내면 명예퇴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냥 연금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은 ‘퇴직자들의 무덤’이라는 선배들의 경험이 학습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은행에서는 기업금융 사후관리에 이들을 활용하면 현역 대비 3분의 1의 연봉을 주고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현재 400명을 채용하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 인원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한 해 600명의 퇴직자를 쏟아낸다. 이들은 지난해 도시철도협동조합을 만들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연수 이사장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이 고령화와 맞물려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후 생활을 불안하게 있다”면서 “현역 시절 익힌 기술을 활용해 철도 안전과 보수 분야에서 늘어나는 업무 수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결국 100세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은 퇴직해도 일해야 하는 새로운 인류, ‘네오 사피엔스’가 되고 있다. 법정정년을 채우고 퇴직해도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소일거리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한 이들이 다른 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신한은행과 도시철도협동조합 사례처럼 이들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아웃 플레이스먼트’를 비롯해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2018.07.02
지금부터 10년의 인구 변동, 한국 사회 통째로 바꾼다
년 뒤 초저출산 세대 20대 진입, 2030년엔 20대 인구 200만 줄어
대학은 신입생 모집하기 위해, 올리기만 했던 등록금 내려야 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기는 인구, 청년에서 은퇴자 위주로 변화 예상
부동산 시장 주 고객 바뀌게 돼, 인구 변동은 사회 변화의 동인,
대학은 신입생 모집하기 위해, 올리기만 했던 등록금 내려야 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기는 인구, 청년에서 은퇴자 위주로 변화 예상
부동산 시장 주 고객 바뀌게 돼, 인구 변동은 사회 변화의 동인,
이를 알아야 변화될 사회 예측해, 저출산 고령화 대비할 수 있어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고령화라는 단어가 회자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얼마나 되었는지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두 단어를 들어왔다. 실제로 언론과 정부에서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합계출산율이 1.17이 되었던 2002년부터였다. 고령화는 2000년부터인데, 이때 전체 국민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15년이 넘도록 들어 온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내 삶이나 사업이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일까?
2000년부터 고령자의 인구 비중이 지속해서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주된 인구층인 30~54세 인구는 2000년 1844만 명에서 2017년 2059만 명이 되었다. 비록 고령 인구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일하고 소비하는 인구도 커온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내 삶에 준 영향은?
2002년부터 시작된 저출산은 막대한 예산을 쓴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17년 출산율은 1.05로 이른바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매우 심각한 지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출산 세대를 연 2002년생은 이제 16세가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청소년 및 영유아 인구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력이 클 수가 없다.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15년이 넘도록 들어 온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내 삶이나 사업이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일까?
2000년부터 고령자의 인구 비중이 지속해서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주된 인구층인 30~54세 인구는 2000년 1844만 명에서 2017년 2059만 명이 되었다. 비록 고령 인구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일하고 소비하는 인구도 커온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내 삶에 준 영향은?
2002년부터 시작된 저출산은 막대한 예산을 쓴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17년 출산율은 1.05로 이른바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매우 심각한 지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저출산 세대를 연 2002년생은 이제 16세가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청소년 및 영유아 인구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력이 클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하루가 멀다고 저출산 고령화를 사회의 큰 위협이라고 설파해 온 정부와 언론의 설레발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 삶도 사업도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받은 영향은 거의 없었으니, 모든 면에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괜한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된다. 저출산 고령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구 변동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매우 다른 사회로 만들어버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인구 변동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수많은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것인데, 특히 시장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여기서 인구 변동은 비단 저출산과 고령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혼 여부, 결혼 연령, 가구원 수, 거주 지역, 평균 수명 등을 포함하는데, 이것들의 변화가 모두 인구 변동이고, 앞으로 10년 동안 대한민국에 과거와는 다른 ‘질서’를 부여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구 변동에 무관심해도 별문제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까?
시장이 쪼그라든다
2002년부터 초저출산이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연간 40만 명대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전까지 60만 명대 중반이 태어났는데 갑자기 신생아 수가 20만이 줄었다. 신생아가 시장이 되는 산부인과·기저귀·영유아용품 등의 산업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40만 명대의 신생아 수는 15년 동안 지속하였고, 시장은 이제 겨우 적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적응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작년부터 신생아 수는 30만 명대가 되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20만 명대로 또 축소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4년 뒤인 2022년부터 초저출산 세대인 2002년생이 20대가 된다.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사회와 경제에 주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20세는 다르다. 이때부터 생산과 소비의 한 축으로 등장한다. 2022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초저출산 세대가 20대 인구에 새롭게 진입한다. 2018년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 20대는 약 655만 명으로 추산된다. 7년 뒤인 2025년에 이들은 약 550만 명으로 지금보다 100만 명이 줄어든다. 다시 5년 뒤인 2030년까지 100만 명이 줄어 455만 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대 인구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 주자가 대학 시장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매년 관행적으로 물가인상분 혹은 그보다 높게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대 인구가 5년마다 100만 명씩 줄어들면 대학 시장에서 수요는 급감한다.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과거의 관행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대학 시장에서 벌어지게 된다. 바로 신입생 모집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내리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한다
인구 변동은 있던 시장의 축소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 낸다.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결혼은 했고, 부부는 맞벌이한다. 자녀는 1명 혹은 2명이 있고, 집에 방이 최소 3개는 있어야 한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고 집에는 사 온 것들을 저장할 수 있도록 큰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다. 김치냉장고는 말이 김치냉장고지 실은 제2의 냉장 저장고다. 자녀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집은 소유를 선호한다. 가처분 소득에서 3분의 1이나 4분의 1을 들여 자녀 사교육을 시킨다.
그럼 역시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인데 만일 아직 미혼이라면 어떤 삶을 살까? 집에는 방 1~2개면 충분하다. 장은 굳이 대형마트에 갈 필요가 없이 동네 슈퍼나 간단한 것은 편의점이 더 편하다. 혼자이기 때문에 집을 반드시 소유할 필요가 없다. 장도 잘 안 보고 집 소유도 큰 관심이 없으니 가전제품은 클 필요가 없다. 김치냉장고는 당연히 필요 없다. 혼자 버니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겠지만 쓸 사람도 적어 소비 지출액도 적다. 교육비 지출은 당연히 없다.
만일 전체 40대 인구에서 이런 미혼이 약 3~4% 정도라면 시장에서 그리 큰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약 20% 정도이면서 앞으로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면? 절대로 시장은 이 미혼 인구 집단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결혼한 40대 중년의 삶을 전형적으로 여겨왔다. 위에 적시된 삶의 모습은 관행이었고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관행이 통하지 않는 미혼 중년들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거주하는 40~44세 중년들 가운데 남자는 26%, 여자는 18%가 미혼이었다.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신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앞으로 신인류는 빠르게 성장할 예정이다.
시장의 주 고객이 바뀐다
지난 10여년간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용인·남양주·화성 등 경기도의 신도시들이 크게 성장하였다. 신도시는 조성만 되면 다 성공한다는 관행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경기도 신도시 성장은 서울로부터의 젊은 인구 이주에 기인하였다. 서울시의 높은 주거 비용과 생활비는 신혼부부와 자녀를 출산한 부부들을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신도시로 밀어냈다.
그런데 질문을 한 번 해보자. 서울에 있는 청년들이 만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은 해도 무자녀라면 과연 경기도 신도시로 이사를 할까? 지금까지 서울에는 청년들이 매우 많았고, 좀 늦더라도 대부분은 결혼했고 자녀도 최소한 1명씩은 낳았다. 하지만 이제 서울의 청년은 결혼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녀를 낳는 사람도 급감했다. 2010년 약 7만건이던 결혼이 2017년 5만3800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출산도 약 9만3300명에서 6만5300명으로 줄었다.
한편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가구에서 가구주가 50대인 경우가 22.3%나 되었다.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구 집단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올해부터 10년간 은퇴한다. 자녀들도 독립할 만큼 성장하여 부부만 사는 집이 늘어난다. 은퇴로 소득이 줄고 부부만 사는데 꼭 서울 거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멀리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경기도의 신도시가 구미에 당긴다. 지금 사는 집을 조금 줄여 가면 사업이나 생활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된다. 저출산 고령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구 변동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매우 다른 사회로 만들어버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인구 변동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수많은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것인데, 특히 시장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여기서 인구 변동은 비단 저출산과 고령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혼 여부, 결혼 연령, 가구원 수, 거주 지역, 평균 수명 등을 포함하는데, 이것들의 변화가 모두 인구 변동이고, 앞으로 10년 동안 대한민국에 과거와는 다른 ‘질서’를 부여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구 변동에 무관심해도 별문제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까?
시장이 쪼그라든다
2002년부터 초저출산이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연간 40만 명대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전까지 60만 명대 중반이 태어났는데 갑자기 신생아 수가 20만이 줄었다. 신생아가 시장이 되는 산부인과·기저귀·영유아용품 등의 산업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40만 명대의 신생아 수는 15년 동안 지속하였고, 시장은 이제 겨우 적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적응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작년부터 신생아 수는 30만 명대가 되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20만 명대로 또 축소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4년 뒤인 2022년부터 초저출산 세대인 2002년생이 20대가 된다.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사회와 경제에 주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20세는 다르다. 이때부터 생산과 소비의 한 축으로 등장한다. 2022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초저출산 세대가 20대 인구에 새롭게 진입한다. 2018년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 20대는 약 655만 명으로 추산된다. 7년 뒤인 2025년에 이들은 약 550만 명으로 지금보다 100만 명이 줄어든다. 다시 5년 뒤인 2030년까지 100만 명이 줄어 455만 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대 인구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 주자가 대학 시장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매년 관행적으로 물가인상분 혹은 그보다 높게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대 인구가 5년마다 100만 명씩 줄어들면 대학 시장에서 수요는 급감한다.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과거의 관행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대학 시장에서 벌어지게 된다. 바로 신입생 모집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내리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한다
인구 변동은 있던 시장의 축소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 낸다.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결혼은 했고, 부부는 맞벌이한다. 자녀는 1명 혹은 2명이 있고, 집에 방이 최소 3개는 있어야 한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고 집에는 사 온 것들을 저장할 수 있도록 큰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다. 김치냉장고는 말이 김치냉장고지 실은 제2의 냉장 저장고다. 자녀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집은 소유를 선호한다. 가처분 소득에서 3분의 1이나 4분의 1을 들여 자녀 사교육을 시킨다.
그럼 역시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인데 만일 아직 미혼이라면 어떤 삶을 살까? 집에는 방 1~2개면 충분하다. 장은 굳이 대형마트에 갈 필요가 없이 동네 슈퍼나 간단한 것은 편의점이 더 편하다. 혼자이기 때문에 집을 반드시 소유할 필요가 없다. 장도 잘 안 보고 집 소유도 큰 관심이 없으니 가전제품은 클 필요가 없다. 김치냉장고는 당연히 필요 없다. 혼자 버니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겠지만 쓸 사람도 적어 소비 지출액도 적다. 교육비 지출은 당연히 없다.
만일 전체 40대 인구에서 이런 미혼이 약 3~4% 정도라면 시장에서 그리 큰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약 20% 정도이면서 앞으로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면? 절대로 시장은 이 미혼 인구 집단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결혼한 40대 중년의 삶을 전형적으로 여겨왔다. 위에 적시된 삶의 모습은 관행이었고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관행이 통하지 않는 미혼 중년들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거주하는 40~44세 중년들 가운데 남자는 26%, 여자는 18%가 미혼이었다.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신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앞으로 신인류는 빠르게 성장할 예정이다.
시장의 주 고객이 바뀐다
지난 10여년간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용인·남양주·화성 등 경기도의 신도시들이 크게 성장하였다. 신도시는 조성만 되면 다 성공한다는 관행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경기도 신도시 성장은 서울로부터의 젊은 인구 이주에 기인하였다. 서울시의 높은 주거 비용과 생활비는 신혼부부와 자녀를 출산한 부부들을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신도시로 밀어냈다.
그런데 질문을 한 번 해보자. 서울에 있는 청년들이 만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은 해도 무자녀라면 과연 경기도 신도시로 이사를 할까? 지금까지 서울에는 청년들이 매우 많았고, 좀 늦더라도 대부분은 결혼했고 자녀도 최소한 1명씩은 낳았다. 하지만 이제 서울의 청년은 결혼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녀를 낳는 사람도 급감했다. 2010년 약 7만건이던 결혼이 2017년 5만3800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출산도 약 9만3300명에서 6만5300명으로 줄었다.
한편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가구에서 가구주가 50대인 경우가 22.3%나 되었다.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구 집단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올해부터 10년간 은퇴한다. 자녀들도 독립할 만큼 성장하여 부부만 사는 집이 늘어난다. 은퇴로 소득이 줄고 부부만 사는데 꼭 서울 거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멀리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경기도의 신도시가 구미에 당긴다. 지금 사는 집을 조금 줄여 가면 사업이나 생활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에서 기회를 찾자
이처럼 서울에서 경기도 신도시로 움직이는 인구가 지금까지는 주로 청년 인구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은퇴 연령 인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30~34세 청년은 2010년 2만2800명에서 2017년 1만4600명으로 축소됐다. 2010년 55~59세는 약 7000명, 60~64세 약 5800명이 경기도로 이주했다. 2017년에는 이 숫자가 각각 8800명과 7600명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주 고객이 바뀌는 것이다.
인구 변동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과거의 관행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만들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경제가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무수히 들어왔다. 실제로 지금과 비교해서 크게 작아져 어려움을 겪을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도 있고, 주된 플레이어가 바뀌는 시장도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에는 분명히 위기보다는 기회 요소가 더 많다.
결국 인구 변동은 사회의 질적인 변화의 동인이다. 그러므로 인구 변동을 잘 이해하면 변화될 사회를 예측해 낼 수가 있다. 여기에 관행적 사고로부터 벗어난다면 숨어있던 기회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위기가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막(序幕)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이처럼 서울에서 경기도 신도시로 움직이는 인구가 지금까지는 주로 청년 인구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은퇴 연령 인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30~34세 청년은 2010년 2만2800명에서 2017년 1만4600명으로 축소됐다. 2010년 55~59세는 약 7000명, 60~64세 약 5800명이 경기도로 이주했다. 2017년에는 이 숫자가 각각 8800명과 7600명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주 고객이 바뀌는 것이다.
인구 변동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과거의 관행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만들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경제가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무수히 들어왔다. 실제로 지금과 비교해서 크게 작아져 어려움을 겪을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도 있고, 주된 플레이어가 바뀌는 시장도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에는 분명히 위기보다는 기회 요소가 더 많다.
결국 인구 변동은 사회의 질적인 변화의 동인이다. 그러므로 인구 변동을 잘 이해하면 변화될 사회를 예측해 낼 수가 있다. 여기에 관행적 사고로부터 벗어난다면 숨어있던 기회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위기가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막(序幕)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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