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지도 ‘재편’… 강남 넘어 판교까지
젊은 부자들, 성북·평창·한남동 떠나 남으로
▲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판교 일대 고급빌라 전경.
부의 지도가 강남을 넘어 판교까지 넓혀지고 있다.
풍수 지리상 부를 불러 모은다는 명당은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등의 지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수도권 지역에 도로가 뚫리고 신도시 등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명당자리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사람들은 바로 부자들이다. 풍수에서 물은 부를 상징하는데 한강의 수량이 풍부해서 강남지역은 부를 끌어모으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재벌닷컴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자산 순위) 총수 일가 391명을 대상으로 주소 현황을 조사(올해 3월 기준)한 결과, 71명의 주소가 바뀌었는데 이 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 재벌가 사람이 새 둥지를 튼 곳은 강남구 청담동과 도곡동이다.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가 사람들의 거주가 두 배로 늘어났다.
부자 중에서도 세대별, 특히 1·2세대, 3·4세대가 선호하는 지역은 확연히 다르다. 1·2세대는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곳을 선호하지만 3·4세대는 문화시설이 모여 있는 트렌드를 선호할 수 있는 지역을 관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처럼 강남구 도곡동, 청담동은 성북동, 한남동에 이어 재벌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으로 주로 3·4세대 선호하는 지역이다. 아직 1·2세대 중에서는 성북동, 한남동에 거주하는 재벌가도 많지만 점차 남쪽으로 이주하는 추세다.
이밖에 강남권 외에도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지역이 판교신도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5월 신접살림을 차린 곳으로도 유명한 서판교는 E1, GS그룹, 대한제분, 삼성전자 등의 CEO나 고위 임원들이 대거 보금자리로 터를 잡았다.
이 일대는 교통 여건이 뛰어난데다 용적률과 인구밀도가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산과 하천을 끼고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으면서도 도심까지 15~20분이면 이동할 수 있어 주거여건이 우수하다. 고급 호텔과 백화점도 지구 내에 PF 방식으로 개발되는 등 뛰어난 미래가치와 편리한 생활여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부촌으로서의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
강남권 고급 주택 분양률도 ‘고고’
강남과 판교가 풍수 지리상 명당자리로 꼽히는 점도 재벌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 CEO는 집안뿐 아니라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풍수를 꼼꼼히 따져가며 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강남은 한강을 끼고 있어 돈이 모이는 자리로 알려졌으며, 판교 일대도 금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명당인 ‘금반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판교 내에 고급빌라인 ‘운중 아펠바움’과 80억원대 초고가 단독주택 ‘산운 아펠바움’을 분양 중인 SK D&D 관계자는 “운중 아펠바움을 계약한 한 CEO의 경우 계약 전 배산임수의 입지, 금계포란, 전차후관 등 풍수에 대한 입지를 꼼꼼히 따지고 몇 번을 오가며 계약을 결정했다”며 “심지어 지관까지 동원하여 집을 보러 온 때도 있다”고 말했다.
운중동 ‘산운 아펠바움’ 역시 최고 80억원 대의 초고가 주택임에도 70%가 넘는 높은 계약률을 자랑한다. 완공 후에나 서서히 팔린다던 고급주택시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산운 아펠바움’이 있는 운중동 일대는 ‘선인독서형’ 명당으로 큰 인재와 부자가 끊임없이 배출되는 지역이라고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전했다.
상지 청담 카일룸Ⅲ, 삼성 헤렌하우스, 논현 아펠바움 2차 등 2009년부터 올해까지 강남에 입주하는 고급 빌라도 80~90% 대의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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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부는 럭셔리 주택 시장] 거주자 80% 기업 CEO…강남 근거리 뜬다
‘도심’ 벗어나 ‘자연’서 살다 타운하우스
2월 10일 찾아간 경기도 분당구 판교 운중동의 고급 타운하우스 주택가. 산비탈 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자 금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나지막하게 솟은 뒷산을 끼고 널찍하게 둘러쳐진 담벼락 안으로 고급 단독주택들이 나란히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테라스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2012년 말 입주 당시 분양가만 해도 85억여 원. 국내 최고가 타운하우스인 판교 산운 아펠바움의 풍경이다. 이 타운하우스의 현재 시세는 40억 원에서 70억 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단지 내에서 가장 큰 주택은 공급면적만 661m²를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인데도 판교 일대 타운하우스 중에서도 문의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은 그 옆이 공터지만 머지않아 고급 타운하우스가 건설될 부지”라며 “이곳 서판교 일대가 고급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어서 앞으로 투자 가치도 높은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서판교 일대 투자가치 높다
그렇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초고가 타운하우스는 어디일까. 현재 산운 아펠바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타운하우스는 평창동 오보에힐스. 20억 원에서 30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3위는 24억에서 28억 원의 판교 운중 아펠바움. 18억 원에서 25억 원까지 거래가가 형성돼 있는 분당 율동공원 라폴리움(4위), 16억 원에서 21억 원 가격의 용인 힐스테이트(5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용인 테라스하우스, 용인 솔레뉴파크, 일산 오르비제 빌리지 등이 15억 원에서 19억 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워낙 초고가인 만큼 타운하우스에 거주할 수 있는 수요층 역시 한정적이다. 산운 아펠바움을 대표적으로 살펴보자면 강남과 분당의 주상복합에 거주하던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 산운 아펠바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를 맡고 있는 SK D&D가 2012년 계약자를 포함한 관심 고객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장경철 한국창업정보원 이사는 “연령대로는 40~50대가 88%를 차지했다”며 “직업별로는 80% 이상이 기업 CEO가 많았고, 기타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 임원이 18%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역시 “산운 아펠바움의 경우 배상면 국순당 회장과 같이 주로 중견그룹의 회장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근의 운중 아펠바움, 월든힐스 같은 경우 정부 고위직 관리도 있고, 인근에 판교테크노밸리가 있어서 IT 업계 CEO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타운하우스는 실제 입주 과정 역시 까다롭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로 기존 거주자들의 친분에 의해 소개를 받은 실수요자에 한해서만 일주일에 두 번 SK본사 직원과 함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고 전했다.
풍수지리 적용 단지 인기
이렇듯 기업 CEO들에게 타운하우스가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환경적인 자연과 도심을 벗어난 여유로운 삶, 여기에 독립적이고 안전한 사생활 보호 시스템까지.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타운하우스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타운하우스의 위치나 시설만 살펴봐도 수요층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율동공원 라폴리움은 불곡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운중 아펠바움의 뒤편에는 청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산자락을 끼고 자리를 잡은 데다 최첨단 보안시설이 구비돼 출입관리 또한 엄격하다. 율동공원 라폴리움은 보안카드(RF카드) 등 최첨단 시스템과 단지 보안을 위한 영상저장 시스템(CCTV)이 장착돼 있다. 산운 아펠바움 역시 첨단 장비를 활용해 단지 내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철저히 통제하며, 철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각 세대로 진입하는 도로도 독립성을 유지하게끔 설계돼 있다.
고급주택 전문 컨설팅업체 럭스리알토의 김성학 이사는 “부유층들의 경우 ‘창문을 활짝 여는 집에 살고 싶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한 타운하우스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도심과 멀리 떨어진 위치 또한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초고가 타운하우스의 경우 도심에서 떨어져 외곽에 위치한 듯 보이지만,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적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도심 접근성 또한 높은 편이다.
건물 외관의 예술적인 디자인이나 풍수지리도 CEO들이 타운하우스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운중 아펠바움과 평창동 오보에힐스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고, 산운 아펠바움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인 짐 올슨이 설계했다. 또 산운과 운중 아펠바움의 경우는 첫 마케팅 단계부터 풍수지리 전문가를 대동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타운하우스는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도 내부에서는 테라스를 강조한 개방적 구조를 띠고 있다”며 “외부에 노출될 걱정 없이 그들만의 친밀한 유대감을 쌓기에 적합한 것도 기업의 CEO들이 타운하우스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전망
투자 원칙 1호는 ‘도로 접근성’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부동산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타운하우스지만, 산운 아펠바움처럼 초고가 타운하우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장경철 이사는 “분당 지역보다 아래에 위치한 경우는 최초 분양가와 비교해 거래 가격이 반 토막이 나고 있지만, 최고급 타운하우스는 미분양도 별로 없고 대기 수요도 많은 편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타운하우스이지만 이처럼 분위기가 다른 것은, 최근 타운하우스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타운하우스의 트렌드는 산운 아펠바움처럼 상위 0.1% VVIP를 겨냥한 고급화로 가거나 혹은 규모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뺀 실속형으로 나눠지는 추세. 따라서 어중간한 중소형대는 피하고 실속형이나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사이에 가장 각광받는 주거 형태가 고급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인데 한국의 경우 2만 달러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특히 고급 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타운하우스 투자를 고려한다면 도심 접근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곳이 서판교 지역이다. 타운하우스의 주요 수요층은 강남 지역을 생활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강남 지역까지 2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장 이사는 “분당 아래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초고가 타운하우스들의 명단만 보더라도 강남까지 20~30분 내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는 곳들이다”라고 공통점을 짚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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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 서판교에 살어리랏다
기업가·전문직 몰려 고급주택 건설 붐… 신흥부촌 되나
서판교가 신흥부촌으로 뜨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서판교 산자락으로 이사했고, GS그룹, 한불화장품, 대한제분, 삼성전자 등의 CEO와 고위 임원 또한 속속 둥지를 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기업 ‘약발’은 중견기업의 CEO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도 퍼져 서판교 일대는 고급 단독주택 건설 붐이 일고 있다. 80억원짜리 타운하우스도 등장했다. 2월 9일 고급 주택 건설이 한창인 서판교를 찾았다.
서판교에 들어선 고급 타운하우스 모습. 호텔급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최고 80억원짜리 타운하우스도 등장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집 땅값 100억
“이곳은 사진 촬영하면 안 됩니다.”
높은 담벼락과 그보다 더 키 큰 나무들, 10m 간격으로 설치된 CCTV와 굳게 닫힌 대문 사이로 보이는 초호화 저택.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본 듯한 광경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경비요원이 부리나케 뛰어나오는 것을 보니 취재가 아니라면 괜한 시비가 두려워 근접하기도 힘들 듯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남서울CC 입구 전원마을에 자리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집.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중순 이곳으로 이사했다. 짐이 많아 이틀에 걸쳐 이사를 했다는 것이 이웃들의 이야기다.
정 부회장의 주택은 약 3300㎡(1000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세워졌다. 건물 외관이 화려하고 웅장해 골목 입구에서부터 단연 눈에 띈다. 지하 1층이라지만 평지와 높이가 같은데, 이곳을 통해서만 건물에 들어갈 수 있을 듯 보였다. 1층에는 대형 홀과 거실과 주방, 2층에는 방과 욕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집터가 워낙 높고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대저택은 땅값만 무려 1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서 판교 부동산업계의 얘기다.
장을 보고 온 듯한 이웃 주민은 “지난해 가을쯤 마무리공사를 할 때는 가끔 정용진 부회장을 보았는데 정작 이사를 한 후엔 들고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경비업체나 일하는 사람들의 출입은 잦은 것 같은데 외부 손님은 아직까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산책 중이던 또 다른 주민은 “이웃한 집들보다 터가 높고 게다가 담장까지 높이 쳐 놓아서 집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알 길이 있나”라며 “공사 당시 소음이 많았지만 신세계에서 선물도 주고, 또 이 양반이 와서 우리 동네가 부자동네가 된다는데 나쁠 것도 없고 해서 다 배려를 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플루티스트 한모씨와 결혼설이 불거진 이후 판교 저택을 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결혼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이번에 이사한 서판교 집이 신혼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이야기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중순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좁고 불편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한남동 본가 자투리땅에 지은 주택이 방이 적은 데다 자녀들이 크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당초 성북동이나 이태원 등지에 집을 고르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정 부회장이 서판교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 집에서 남서울CC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게스트하우스가 나오고 이어 고급스러운 저택들이 등장한다. 서판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의 드넓은 대지 위에 지어진,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의 집’들이다.
그러나 이 전원주택촌의 진입도로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이곳은 사유지로 외지인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게 경비초소 직원의 말이다. 도로가 사유지? 그러나 이곳 도로 1㎞는 사유지라는 설명이다. 1㎞ 건너편에도 이 같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한 후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80억대 타운하우스, 20억대 전원주택
이곳엔 약 20여 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같이 담은 높고, 차고엔 수억원대의 고급 외제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대지 면적은 약 200~300평 정도. 이 전원주택촌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임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이정희 대한제분 사장 등과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은행 전 총재, 삼성전자 사장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판교 일대에 단독주택을 상당수 건축했다는 한 건설업자는 “남서울CC 뒤편 전원주택 단지엔 모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이 살고 있다”며 “서로 친분이 있어 터를 장만한 후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기업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재벌가 1번지는 서울 성북동이나 한남동이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 포화상태에 처해 더 이상 주택 신축이 불가한 곳”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보다 넓은 대지 위에 집을 짓기를 원하는 재벌들이 판교 일대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부촌 지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서판교 남서울CC 위 전원주택 단지. 기업 CEO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엔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쳐있어 외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대기업 CEO들이 이주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판교 일대엔 고급 주택 건설 붐까지 일고 있다. 이 지역 한림공인중개사무소의 김형태 소장은 “서판교 일대 단독주택 수요자 가운데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많다”며 “성북동과는 또 다른 유형의 고급 주거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에 따르면 서판교 일대 단독주택 필지는 모두 14개 블록에 1300개 정도. 이 중 70평대가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80평대다. 현재 전체 필지의 18%에 해당하는 약 230필지에서 신축 중에 있으며, 특히 80평대 단독필지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곳에는 외국에서 볼 수 있던 전원풍의 주택, 세련된 느낌의 일복식 목조주택,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주택 등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주택들이 가득하다. 최근엔 두 필지를 묶어 150~160평 대지에 신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김 소장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007년 6월 하순쯤 서판교 일대 원주민들에게 단독주택 필지가 분양된 이후 이미 70%가 외지인의 소유로 넘어갔다”며 “매입자의 65% 정도는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경기 분당의 서현동, 정자동이 주소지”라고 말했다. “특히 필지가 넓은 5블록의 경우 매입자가 대부분 40대 이상이지만 젊은 매입자도 예상 외로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곳에 필지를 마련한 매입자들의 성향을 보면 기존에 살고 있는 주택의 매매 여부와 상관없이 필지의 위치가 좋으면 바로 매입하는 식이라고. 김 소장은 올 봄부터 본격적으로 단독주택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판교 가운데서도 금토산공원 앞 단독주택 단지가 대표적인 신흥 부촌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특히 2개 필지를 합쳐 집을 짓는 건축주도 있어 일부 단독주택의 경우 분양 당시 땅값으로만 따져도 20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지하 1층~지상 2층, 대지 면적 231㎡(70평), 건평 293㎡(89평) 단독주택이 25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금토산공원 주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고급 테라스형 연립인 ‘월든힐스’를 건립해 분양했고, 248채 규모의 연립형 타운하우스인 현대 힐스테이트가 입주를 완료했다. SK건설도 고급 타운하우스 ‘판교산운 아펠바움’ 34가구를 분양하고 있다. 월든힐스의 경우 최고 688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용적률·인구밀도 낮고 자연환경 쾌적
이 중 최고급 타운하우스는 단연 SK건설의 ‘판교산운 아펠바움’으로, 가장 큰 310㎡(93.7평)형 주택의 분양 가격은 80억원이다. 아펠바움 단지 안에는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연습장, 가족영화관, 연회장, 기사 대기실 등의 호텔급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된다. SK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 기업의 CEO, 유명 생활용품업체 회장이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룹 CEO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서판교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교통과 환경 등 입지 여건이 좋은 데다 용적률, 녹지율과 인구밀도 또한 낮은 편이어서 ‘상류층’이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이 지역에 타운하우스를 분양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서판교는 용인~서울고속도로를 이용해 10분이면 강남에 도착할 수 있어 고급 타운하우스의 최적지로 꼽힌다”며 “특히 서판교 일대는 동판교 절반 수준의 인구밀도로 개발되어 주거 쾌적성이 뛰어난 데다 금토산, 청계산, 운중천 등이 있어 자연환경도 매우 좋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판교신도시는 녹지율이 37.3%에 달한다. 분당(28.9%)·일산(22.5%) 등 1기 신도시는 물론 동탄(25.2%) 등 2기 신도시보다도 높다. 게다가 서판교(경부고속도로가 기준)는 동판교에 비해 용적률, 인구밀도 등이 낮게 설계됐다. 서판교의 인구 밀도는 동판교(ha당 105명)보다 훨씬 낮은 ha당 69.4명에 불과하다.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을 나타내는 평균 용적률의 경우도 서판교 지역이 148%, 동판교 지역은 175%로 서판교가 낮다. 용적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동간 거리가 넓어져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뜻이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수도권에 서판교와 같은 입지여건과 주거환경을 갖춘 택지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부동산업계에서는 서판교가 신흥부촌으로 뜨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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