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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성남·판교

판교가 던진 기회와 교훈

by SL. 2014. 7. 10.

2014-06-19

 

샛강 위에 너른 판자를 얹어 다리로 사용했다는 뜻에서 '너더리'로 불리던 현재의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일대를 방문해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넘어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현재 그곳은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며 국내 대기업의 주요 정보기술(IT)사업 부문과 생명공학기술(BT).문화기술(CT) 기업 900여개가 이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이곳에 연구회 모임이 있어 식사를 위해 거리를 걷던 중 미소를 띤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게 됐다. 이들은 삼삼오오 자발적인 소통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적인 협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처럼 창의적 에너지를 내뿜는 단지를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과거 '구로공단' '테헤란 밸리'가 산업경제와 지식경제 시대의 상징이었다면 창조경제 시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산업단지는 이제 판교로 중심이동을 한 모양새로 봐도 무방하겠다.

'너더리' 판교의 변신은 어디에 기인할까.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의 성공 요인은 접근성에 기반한 입지적 요인 외에 기획에 있어 다음과 같이 정리되고 있다. 첫째, 철저한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한 서울 테헤란밸리에 있던 주요 게임기업들이 좋은 예인데, 서울 강남의 절반에 불과한 저렴한 토지공급가와 조세 혜택으로 이들의 적극적인 이전을 유도할 수 있었다. 둘째, 명확한 정체성이다. 입주 업종을 IT에 기반한 융복합 분야로 일부 제한함으로써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기업 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셋째, 배후 주거단지와 상업지구가 결합한 자족형 단지라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으로 인해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창조적 지역 문화가 창출되고 있다.

물론 판교에 아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중한 기획과 현재의 화려한 면모에 어울리지 않게 협소한

공간은 큰 문제로 대두된다. 도보로 15~20분 정도면 단지를 가로지를 수 있을 정도인 66만㎡의 면적은 향후 발전상을 논할 때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토지분양이 완료돼 당장 유력한 국내외 기업들의 추가 유치가 힘들다. 판교테크노밸리의 면적은 당초 지자체에서 제안한 330만㎡가 아닌 66만㎡로 최종 결정된 상태에서 출발했다. G-밸리로 불리는 서울 구로동의 디지털단지(198만㎡)와 삼성동의 테헤란 밸리(96만㎡)에 비해서도 무척 협소하다. 판교라는 너른 땅을 국가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활용치 않고 대부분을 아파트에 할애한 당시 중앙정부의 판단은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분명한 실책이 아니었나 싶다.

때문에 심각한 주차난 등은 차치하더라도 교육, 인력공급, 창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도 쉽지가 않다.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와 '실리콘밸리'의 경우 각각 케임브리지대와 스탠퍼드대와의 산학 연계를 통해 인력공급·창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판교에서 내내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판교테크노밸리 내 공공지원센터에 개소한 인력양성, 창업보육 시설인 '경기문화창조허브' '콘텐츠코리아 랩'의 역할이 사뭇 기대되고 있는데 건전한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앙정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한마디로 창조경제의 구상(具象)이다. 그곳에서는 창조경제가 추상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수사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첨단 산업 단지의 지속적인 구축과 연계는 창조경제 구현에 필수요소다. 이에 10년 전을 충분히 돌아보고 10년, 20년 후까지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과 과감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수반됐으면 한다.

서병문 단국대 미디어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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