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6
하반기 1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서 과천 부동산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단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과천에 1조원 넘는 보상금이 풀린다. 정부부처 이전으로 큰 폭의 집값 하락을 겪었던 과천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조만간 과천 갈현·문원동 일대 과천지식정보타운 보상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 사업이 지난 2009년 조성구역 지정 이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실제 보상은 오는 10월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상 금액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과천보금자리지구 계획을 승인하면서 토지 보상금과 조성 공사비를 1조5551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공사비 5000억원을 제외하면 땅값은 1조원이 넘는다. 과천시가 조성된 후 사상 최대 토지 보상금이다.
지난 2006년 약 29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풀렸을 때 대부분 보상금은 서울 강남권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 강남 재건축을 포함한 주택 매매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번 보상금은 인근 아파트를 비롯, 토지, 상가 그리고 채권 등 금융권 단기 자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권에서 토지 보상금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보상금이 풀리더라도 과거만큼 부동산 시장 특히 재건축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이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별 공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천시장 후보자들도 과천 지식기반산업용지에 첨단 IT-미디어 기업 유치 등을 제시하면서 표심을 공략 중이다. 중요한 건 누가 과천시장에 당선된다 해도 첨단 IT-미디어 기업 유치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천이 행정도시에서 IT-미디어 집적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정부부처 이전으로 유령도시 전락?
우려와 달리 주택 수요 계속 이어져
올해 안에 관리처분 승인 단지 주목
과천은 행정구역상 매우 작은 도시지만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서만큼은 강남권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왔다. 교통여건이나 생활권역 등에서 사실상 서울에 편입돼 있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 후 지난 2011~2012년 2년 동안 과천은 매매가 하락 폭이 13.67%에 달했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은 6.83% 올랐고, 서울·수도권은 평균 2.55% 떨어졌다.
지난해 들어 하락 폭은 다소 완화됐다. 공무원들이 떠나면서 과천이 텅 빈 곳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다른 정부기관이 들어서면서 주택 수요가 이어진 덕분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과천주공 1·2·6·7-1·7-2단지 등이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 환수제)을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을 서두른 것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가진 못했다. 지난 2월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과천 부동산 시장은 다시 침묵모드로 전환했다. 원문동 과천주공2단지 52㎡(공급면적 기준)형의 호가는 5억~5억4000만원 정도이고, 래미안슈르 85㎡형 역시 5억~5억5000만원 선이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토지 시장 역시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과천 땅값은 3.3㎡당 1500만~2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토지 보상금과 함께 과천 부동산 호재로 작용할 만한 변수는 뭐가 있을까.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주택지구 내 지하철역 신설이 거론된다. 지하철역이 건립되면 기업 유치 등 지구 활성화 전략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천시는 향후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교통 수요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역사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긴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지난 2011년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주택지구 사업 계획에 포함된 역사 신설안은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인덕원역’ 3.03㎞ 사이에 지상·지하 각 1층 200m 규모로 지하철역을 건립하는 걸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해당 부지의 선로 기울기가 15%로 현행 국토부에서 규정한 역사 설치 기울기 기준(철도 건설 기준에 관한 규정)인 10%를 초과하면서 역사 신설을 위한 개량비용이 1500억원 이상 추가됐다.
과천 부동산 시장에 악재도 남아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과천 재건축 분양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다. 당장 재건축 일반 분양가 산정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LH는 국토부에 보금자리주택지구 지구계획 1차 변경 승인신청을 통해 유보지 8만7000여㎡에 1381가구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9600가구를 건립키로 했으나 아파트 소유주의 반발에 부딪치자 2011년 8월 과천시와 LH, 국토부는 4800가구로 주택 물량을 축소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이듬해 12월 승인된 지구계획에는 6217가구로 늘어났고, 1차 지구계획 변경안을 포함할 경우 7598가구가 건립된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물량이 늘어날 경우 민간 아파트 분양에 차질이 예상될 뿐 아니라 가뜩이나 하락한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갈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없이는 과천 부동산 시장이 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규모 토지 보상을 앞두고 과천 부동산 시장이 잠잠한 것은 이미 보상 기대감에 인근 지역 땅을 사들였거나 과거처럼 100% 현금으로 주지 않고 상당 부분 채권으로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보상을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투기 감시가 강화된 것도 한몫한다. 상가 보상을 받기 위해 화훼농장 등 비닐하우스 거래가 한때 인기 있었지만, 지금은 법인세 납부 내역 등 실제 영업 여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매월 0.1% 가까이 뛰던 과천시 땅값은 올해 들어 2월까지 0.09% 오르는 데 그쳤다. 토지 감정이 마무리되고 토지 소유주의 이의 신청이 끝나 토지 보상금이 나오는 하반기가 과천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는 있다.
과천 부동산 시장은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발표 이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어 재건축 호재가 있는 과천 아파트값도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조합원 기대와 달리 올해 안에 재건축 아파트의 관리처분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세난을 우려해 과천시가 재건축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기 때문. 전셋값이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2~3개 재건축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할 경우 주변 지역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다.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지난 2006~2007년 형성됐던 전고점을 뚫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투자자들은 세금 감면을 노리고 보상지 인근에 상당 부분 자금을 투자한 상황. 공공기관 부채 감축 여파로 사업 시행자의 집행액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된다면 토지 보상금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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