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천지개벽 삼성전자100조원 투자주한미군2016년 이전완료평택항‘전국 제1항’ 도전
서울과 평택을 잇는 국도 1호선. 시외버스가 경기도 오 산을 지나 평택시 경계로 접어들자 도로변 곳곳에 걸린 현수막들이 눈 에 들어왔다. 내용은 한결같았다. ‘경축, 삼성전자 본계약 체결’. 평택 시 지산동의 송탄시외버스터미널과 인근의 송북시장 어귀에도 송북 전통시장번영회,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 송북동체육진흥회 등의 단 체가 내건 같은 내용의 경축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전철 송탄역 앞에는 ‘평택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된 다’는 새누리당의 붉은색 현수막과 ‘평택시의 쾌거에 시민과 함께 희 망을 나누자’는 민주통합당의 노란색 현수막이 동시에 내걸려 있었 다. 개인택시 운전사 안영곤씨는 “평택 시내에 이렇게 현수막이 많이 내걸리긴 처음”이라며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들 모두 자기가 삼 성전자를 평택에 유치했다는 (홍보)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개인택시를 타고 찾아간 평택시 고덕면 일대는 논밭과 야트막 한 야산이 펼쳐져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 풍광의 이 고덕면 일대에는 오는 2015년까지 삼성전자의 신수종 사업장을 비롯해 대단위 주거단 지가 들어선다. 고덕산업단지 부지조성을 담당한 경기도시공사 산업 단지처의 한 관계자는 “토지보상을 99% 완료한 상태로 첫 삽을 뜨는 일만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입주평택‘들썩’ 인구 44만명의 평택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 ‘100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반도체와 의료기기, 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다. 삼성전자와 경기도는 지난 7 월 31일 삼성전자의 고덕국제화도시 입주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12월 경기도와 삼성전자가 사전입주협약을 체결한 지 19개월 만이다. 2015년 12월까지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와 태양전지, 차세대 반도체와 같은 신수종 사업군이 포진할 고덕산업단지는 평택 고덕국제화도시 동남쪽에 있는 396만㎡(약 120만평) 땅으로, 단지 규모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사업장(약 50만평)의 2.4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국 내외 생산라인 중 최대다. 산업단지 조성과 최첨단 생산라인 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100조원에 이른다. 단지 부 지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2년 기준 우리 나라 연간 예산인 325조4000억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돈이 인구 44 만의 중소도시 평택에 쏟아부어지는 셈이다. ‘100조원’이란 투자가 몰고 올 경제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도 언론담당관실의 조병래 계장은 “인천국제공항 건설에 들어간 돈이 8 조원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마다 대단하다고 하지 않느냐”며 “100조원이면 평택에 인천공항을 10개 이상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 다. 정훈교 경기도 기업정책팀장은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만 3만 개”라고 밝혔다. 평택시 전역에 현수막이 내걸린 이유를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는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평택을 점찍었다”는 소식에 현재 평택시에는 부동산 투자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평택지역 부자들뿐 아니라 수원과 서울, 멀리는 대구와 부산에서도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말이다. 이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곳은 삼성전자가 입 주하는 고덕국제화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전철 1호선 서정리역 일대 다. 평택시 서정동 서정리역 앞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오정순씨는 “2년 전부터 수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고 했다. “삼성효과를 미리 체험해 본 수원의 자산가들이 평택으로 대거 남하해 땅과 다가구주택 을 미리 선점했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가 말하는 삼성효과는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할 때 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병철 선대 회장이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을 사업장 부지로 점찍고 흑백텔레비전 공장을 세우자 처음에는 삼성 공장의 입주 하나로 지역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다들 반신반의했 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점찍은 자리가 지금의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 시티로, 삼성전자의 급성장과 함께 수원 역시 급팽창을 거듭했다. 이 같은 삼성효과에 대한 학습 효과로 외부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 다. 평택 고덕산업단지 옆 서정리의 다가구주택과 상가는 이미 매물 이 회수되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사 오정순씨는 “평택의 중심이 이제 고덕으로 바뀐다”며 “서정리 역세권 상가는 이미 평당 3000만원까지 치솟아 평택역 앞 수준”이라고 했다.
지제역, 수서발KTX 정차
삼성전자가 움직이면서 성균관대 제3캠퍼스 입주도 재시동이 걸렸 다. 삼성이 재단운영에 참여하는 성균관대는 2007년 평택시 도일동 에 성균관대 제3캠퍼스를 유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정리역의 동쪽이다. 하지만 양해각서 체결 후 캠퍼스 조성이 지지 부진했는데, 삼성전자가 평택에 들어오기로 하면서 성균관대 제3캠 퍼스 조성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는 서정리역 남쪽의 전철 지제역 인근도 마 찬가지다. 허허벌판 위에 가건물만 몇 채 보이는 평택시 지제동 지제 역 일대는 오는 2014년 KTX 정차역으로 바뀐다. 삼성전자가 입주하 는 고덕산업단지의 동남쪽 출입구가 될 지역으로, 서울 강남구 수서 역에서 출발하는 KTX고속열차가 이곳에 정차하게 된다. 기존 경부선 과의 환승편의를 고려해 지제역에 KTX를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KTX 의 평택 정차는 경기 남부에 KTX 역사가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을 반 영한 것이다. 광명역이나 천안아산역은 경기 남부권에서 이용하기에 여러모로 불편했다. 오는 2014년 지제역에 KTX가 정차하면 수원·오 산 등지를 가는 승객은 지제역에서 경부선 전철로 환승하게 된다. 명 실상부한 철도분기점이 되는 것이다. 평택시민들은 이미 2005년 수원~천안 간 복선전철 개통으로 철로의 위력을 한 차례 실감한 적이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과 직결된 전철이 평택까지 내려오며 경기도 최남단 평택은 수도권에 본격 편입됐다. 복선전철 개통으로 TMO(국군수송지원반)를 드나드는 군장병들만 어 슬렁거리던 평택역은 2009년 선상(線上) 백화점(AK플라자)까지 갖 춘 현대식 대형 역사로 탈바꿈했다. 백화점이 들어서며 휴가·외출 나 온 장병들을 끌어당기던 평택역 앞 사창가 ‘쌈리’도 된서리를 맞는 등 평택역 일대가 몰라보게 발전했다. ‘평택3리’를 뜻하는 ‘쌈리’는 경기 남부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 사창가였다. 이 같은 학습 효과는 KTX에 대한 평택 시민들의 기대감을 더욱 키우 고 있다는 평가다. 벌써 평택시 관내 진위·송탄·서정리·지제·평택 5개 역에는 ‘서울과 평택의 거리가 26분으로 줄어든다’는 입간판까지 내 걸렸다. 평택에 삼성전자의 입주가 결정되고 ‘돈폭탄’이란 말이 공공연히 회자 될 정도로 투자가 몰리는 것은 2004년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결정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한강 이북인 동두천·의 정부에 주둔하며 ‘인계철선’ 역할을 하던 미2사단을 비롯해, 서울 용 산의 미 8군 사령부를 한강 이남인 평택으로 일괄 이전키로 한·미 양 국이 합의하면서 평택의 발전이 본격화됐다는 게 지역민들의 얘기다.
주한미군재배치가결정적 당시만 해도 2002년 미선·효순양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대형 정치 이 슈로 비화하면서 모두들 주한미군을 꺼릴 때였다. 하지만 평택은 주 한미군 재배치를 받아들여 동북아 최대 미군기지가 되는 길을 택했 다. 평택시 팽성읍에는 미 육군이 주둔하는 캠프 험프리스(K-6), 서탄 면에는 미 공군이 주둔하는 오산공군기지(K-55)가 있다. 대신 이에 대 한 보상으로 정부는 평택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를 기존의 3배 규모로 키우 는 사업이 시작됐다. 기지 확장공사가 시작되고 군막사 등을 짓는 작 업으로 평택 지역의 건설경기도 되살아났다. ‘평택의 이태원’으로 불 리는 팽성읍 안정리 일대 상권에도 다시 불이 켜졌다. 한때 주한미군 평택 이전을 둘러싸고 외부 사람들이 몰려와 무산될 위 기도 있었다. 평택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편정범씨는 “평택 사람 들은 가만히 있는데 외지 사람들이 보상비가 적다고 난리쳤고, 외지 학생들이 전철 타고 내려와서 일당 받고 데모하지 않았느냐”고 목소 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진통 덕에 평택에는 파격적 지원이 실제로 주어졌다. 고덕면이 부상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고덕면에 소위 ‘국제평화도 시’를 조성해 미군 장교와 군속들의 거주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수 립됐다. 고덕면은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와 평택시 서 탄면에 오산공군기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후 고덕국제화도시의 자 급자족을 목표로 삼성전자 유치가 추진됐고 국제도시에 직주근접형 산업단지를 추가하자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요즘에는 심지어 “평택시청과 시의회가 고덕으로 이전할 것”이란 소 문도 평택에는 파다하다. 지금의 평택시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도농복합도시 조성법에 따라 평택시와 평택군, 송탄시를 통폐합해 출 범시킨 도시. 하지만 행정 통합 후에도 각 지역 주민들 간의 지역감정 을 고려해 옛 평택시에 시청, 옛 송탄시에 시청출장소와 시의회를 각 기 따로 뒀다. 시청과 시의회가 나뉘어져 있어 행정 비효율이 여러모 로 심각했는데, 고덕국제화도시에 시청·시의회가 함께 들어가는 행정 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일단 평택시 측에서는 “과거 백지화된 얘 기”라며 시청과 시의회의 이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일대 부 동산에서는 시청과 시의회가 들어설 구체적 입지까지 거론하며 기대 를 걸고 있다.
“평택항이 인천항제칠것”
▲ 평택시 평택역 앞에 ‘삼성전자 본계약 체결’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photo 이동훈평택이 들썩이는 것은 옛 평택시와 송탄시 일 대뿐만이 아니다. 서해와 접해 있는 옛 평택군 역시 들썩이고 있다. 옛 평택군도 1995년 도농복합시 조성법에 따라 송탄시와 함께 평택시에 편입된 지역이다. 평택시라는 같은 행정구역 내에 속해 있지만 지난 8 월 7일 평택 시내에서 찾아간 옛 평택군 포승읍은 차로 30분 거리나 됐다. 옛 평택군 일대가 부상한 것은 1999년 해군 2함대가 인천항에서 평택 항으로 모항(母港)을 이전하면서다. 1999년만 해도 갯벌에 불과하던 포승읍 원정리 일대에 바다를 메워 대규모 군항을 조성했다. 이후 군 인과 군무원 가족 수천 명이 옮겨와 대규모 생활권을 형성했다. 인구 증가로 옛 포승면은 2006년 포승읍으로 승격했다. 더욱이 최근 자동차 수출 활기로 평택항은 2010년부터 자동차 수출입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30개 항만 중 자동차 처리량 1위다. 현대 차 아산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출고된 수출 차량은 평택항을 통해 나간다. 서울과 수도권에 들어오는 수입차도 평택항을 거친다. “인천항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경기 항만공사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 수출 활기로 평택항 배후에 있는 포 승읍 포승국가산업단지에도 생기가 돈다. 포승국가산단에는 동우화인켐, 금호타이어, 글로비스, 율촌화학 등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돈이 돌자 인근에는 술집, 밥집, 모텔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포승국가산단 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민성근 씨는 “포승산업단지와 해군 2함대가 있는 원정리는 길 하나 건너에 있는 단일 생활권”이라며 “아직 서울처럼 오피스텔이 있는 것은 아니 지만 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방을 보러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몰려오면서 평택 시내 개인택시들의 수입도 덩달아 올라갔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안영곤씨는 “동우화인켐 공장 증설 때 일본 기술자들을 평택 시내 호텔에서 출퇴근시키면서 왕복 5만원 씩 제법 수입이 짭짤했다”고 말했다. 평택항은 오는 12월 대선 때도 재부각될 움직임이다. 평택항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경선후보의 ‘한·중 열차페리’ 공약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한반도와 중국 산둥반도의 옌타이(煙臺)나 웨이 하이(威海)를 잇는 열차페리의 한국 측 출발점으로 평택항이 거론됐 다. 열차를 페리에 싣고 바로 철로로 연결하는 열차페리는 이미 중국 내에 서는 가동되고 있는 교통 시설이다. 산둥반도 옌타이와 랴오둥반도 다롄(大連) 간에는 2007년부터 열차페리가 운행되고 있고 하이난다 오와 레이저우반도의 잔장(湛江) 간에도 열차페리가 다닐 정도로 기 술적 어려움은 없다. 때문에 한·중 열차페리 역시 결단만 있으면 언제 든지 구체화될 수 있고, 오는 12월 대선 때 이 일대 표심을 사로잡을 공약 중 하나로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김 문수 경기지사 역시 열차페리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한· 중 열차페리는 웨이하이 부서기를 지낸 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대사 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제안하며 본격화된 것이다. 이래저래 평택항 에 시선이 쏠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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