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지게차 자격증이 노후보험" 중장비에 빠진 중·장년
2012.07.01 17:12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지게차와 굴착기 같은 중장비 운전 자격증 시험에 몰리고 있다. 중장비 1대만 갖추면 어렵지 않게 창업할 수 있다는 점, 학력이나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직업 특성,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연 5000만원짜리 지게차 1대만 보유하고 있으면 월 400만~500만원 수준의 소득이 보장될까. 현장의 목소리는 '은퇴 세대'의 희망사항과 사뭇 달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발표한 국가기술자격 취득 통계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자격증 취득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자격증을 따는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50대는 총 2만6310명으로, 2007년(1만5246명)에 비해 73%나 늘었다. 이런 추세는 60대 이상에서 더욱 눈에 띈다. 작년에 자격증을 취득한 60대 이상은 총 3103명이다. 전체 자격증 취득자 수(63만4061명)의 0.5%밖에 되지 않지만, 2007년(1369명)에 비하면 127%나 늘어난 수치다. 젊은 층에서는 '자격증 열풍'이 실종된 지 오래다. 19세 이하 자격증 취득자 수는 5년 전의 절반 수준이고, 20대도 38%나 줄어들었다. 젊은 층에서 자격증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자격증에 주던 가점(加點) 비율이 떨어진 데다 고급 자격증의 경우 응시 요건이 강화되는 추세 역시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장년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격증은 역시 한식조리기능사다. 국가기술자격이 시행된 이후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누적 취득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50대 1위, 60대 2위 종목이 한식조리기능사였다. 한식조리기능사는 '가장 손쉬운 창업'이면서 '가장 어려운 창업'이기도 한 음식점 창업에 따른 수요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영업자는 조리사 자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식조리기능사에 이어 지게차운전기능사가 50대에서 2위, 60대 이상에서 3위를 차지했다. 50대가 취득한 자격증 3위는 굴착기운전기능사였다. 60대 1위 자격증은 조경기능사였다. 총 556종목이나 되는 국가기술자격 가운데 지게차와 굴착기, 조경 자격증이 어떻게 중·장년층의 최고 인기자격증이 됐을까.
우선 지게차와 굴착기는 '기사 따로, 장비 따로'가 아니라 보통 기사가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천만원부터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여서 젊은 층은 자격증을 따봐야 장비를 쉽게 구입하지 못한다는 면이 있다.
지게차는 주로 건설현장이나 물류창고, 야적장, 공장 등에서 필요로 한다. 무거운 자재를 차에 싣거나 내리는 상하차(上下車)와 이동 작업을 주로 한다. 지게차는 대형마트나 공장 등이 상시 보유하는 자가용과 기사와 함께 임대하는 용도의 영업용, 그리고 관용 세 가지로 나뉜다. 현재 등록된 전국 지게차는 약 13만여대로, 이 가운데 영업용은 2만3000대가량에 불과하다. 이 중 대다수가 지게차를 1대 소유한 기사 겸 임대업자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지게차 신차 가격은 크기에 따라 4500만~5400만원 수준이다. 지게차 임대업은 신고제라서 창업이 쉬운 편이다.
중장비 학원인 두산 직업전문학교에 따르면 지게차 자격증을 취득하면 경력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으며, 경력이 쌓이면 일당 10만원 또는 월급 200만원 수준의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게차 업계 설명은 달랐다. 강성조 전국 지게차연합회 회장은 "지게차는 일당으로 받는 다른 중장비와 달리 시간당으로 임대료를 받는다"며 "임대료가 1시간에 5만원 수준인데 회원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하루 평균 2~4시간가량 작업해 한 달 매출이 500만원 미만인 사업자가 70% 선"이라고 말했다. 지게차에 드는 기름 값과 유지비용을 빼면 실제 수익은 매출의 절반인 250만원 선이라는 것이 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에 협회에서 현장조사를 해본 결과 자가용 지게차의 경우 면허를 따지 않고 아무나 지게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게차 자격증을 딴다 해도 수요가 부족해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운전하기 쉬울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중장비 관련 사고 가운데 지게차 사고가 크레인에 이어 2위일 만큼 위험하고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장비라는 설명이다.
굴착기는 지게차보다 장비 가격도 비싸고 임대료도 높다. 가장 작은 굴착기는 3000만원짜리도 있으나 수십t에 이르는 대형 굴착기는 1억5000만원짜리도 있다. 굴착기 임대료는 소형이 더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캐터필러가 아니라 타이어 달린 소형 굴착기의 경우 기사 포함 하루 임대료는 48만원(기름 값 포함) 수준이며, 8시간 작업에 기름 값이 4만~5만원가량 든다. 대형 굴착기는 기름 값을 임대업자가 부담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며, 하루 임대료는 35만~40만원이다. 대형 굴착기의 경우 8시간 작업에 드는 기름 값만 40만원에 달한다. 굴착기 없이 기사로만 일할 경우 하루 일당은 16만~18만원 선이다. 월급을 받을 경우 최하 300만원 이상의 고정 급여가 보장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굴착기는 건설현장 먼지 속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장점 때문에 중·장년층의 인기 자격증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초보 기사'가 일거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중장비대여업체 동석중기 석동군 대표는 "최소 6~7개월간 조수로 일해봐야 혼자 굴착기를 조작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안전을 이유로 조수를 태우지 못하게 한다"며 "현장에서는 항상 경력 기사를 원하고 조수는 태울 수 없으니 자격증 따는 사람은 많은데 기사는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굴착기는 오전 8시 작업 시작이 기본이지만 대부분 기사는 꼭두새벽에 움직인다. 소형 굴착기는 직접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최고 시속이 35㎞에 불과하다. 여의도 광장 북단 정도의 낮은 언덕만 만나도 시속 3~4㎞로 속력이 뚝 떨어져, 차량 통행이 적은 새벽에 움직여야 한다. 석 대표는 "일당이 높다는 이유로 굴착기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지만 일감 구하기 쉽지 않고 너무 고돼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따는 조경기능사 자격증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취직에 유리하다. 조경이 아파트 단지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뽑을 때 조경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한다는 설명이다. 남영기술학원 유순주 원장은 "60대들은 다른 자격증과 달리 조경 공부를 하면서 쉽게 흥미를 느낀다"며 "골프장이나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조경을 중요시하는 대형 건물들이 늘면서 취업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인기 자격증 가운데 실기시험 합격률이 83%로 가장 높은 것도 조경기능사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이명재 자격관리팀장은 "지게차나 굴착기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장비인 데다가 국가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도 있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서 인기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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