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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84㎡가 10억…폭주하는 광주광역시 집값, 이유는

by SL. 2018. 11. 1.



지난 10월 17일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택지지구인 광산구 수완지구. 2008년부터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올해 10년차가 된 수완지구 일대는 새 아파트로 가득차 있었다. 수완지구는 인구 7만8000명을 수용할 계획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입주 10년만에 벌써 인구가 8만명이 돼 이미 목표치를 초과했다. 지방 택지개발지구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근처에 분양한 '테라스 56 피크닉몰'. /내외주건

광주에선 수완지구와 첨단지구가 새로운 부촌(富村)으로 떠올랐다. 수완·첨단지구가 입주 10년만에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돈다. 수완지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 ‘테라스 56 피크닉몰’은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석달만에 오피스텔 입주를 마쳤다. 상가 입주율은 70% 정도다.

테라스 56 피크닉몰을 지은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광주는 다른 지방과 달리 새 아파트 수요도 많고, 신규 택지지구 선호도가 높아 분양·입주 시장이 활발하다”며 “현재 지방 도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분양과 입주 모두 비상이 걸렸지만, 광주광역시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소비자가 몰리고,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과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도 광주 집값이 화제가 됐다. 소위 ‘족집게 부동산 강사’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가 찍어 준 광주의 특정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 ‘광주의 대치동’ 봉선동, 전용 84㎡가 10억에 팔려

2018년 전국 시도별 아파트매매가격 변동률 누계. /한국감정원

수치상으로도 광주 집값의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광주의 주택매매가격변동률 누계(1월~10월 22일)는 3.60%로 1위인 서울(7.19%) 바로 뒤를 따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성구를 낀 대구(2.63%)보다도 높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광산구 수완지구 위치. /이지은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중심지 상가에 밀집해 있는 학원들. /이지은 기자

광주 집값을 견인하고 있는 동네는 비교적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남구 봉선동과 광산구 수완지구다. 두 지역은 광주 내에서도 실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우선 봉선동은 학군이 좋아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거주 비율이 높다. 호남에서 가장 큰 택지개발지구인 수완지구는 ‘광주의 판교’로 통한다. 봉선동에서 40년 정도 거주했다는 주민 김수공(65)씨는 “요즘 84㎡ 아파트가 보통 10억원에 매물이 나오는데, 이렇게 집값이 오른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84㎡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봉선동 한국아델리움3차(2014년 11월 입주) 84㎡는 지난 8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1월 5억7000만~5억92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억원 가까이 뛰었다. 올 1월 4억3000만원이던 제일풍경채엘리트(2016년 12월 입주) 84㎡는 지난 8월 8억원에 거래돼 집값이 거의 2배 올랐다.

새 단지가 빼곡히 들어찬 수완지구 집값 상승폭도 상당하다. 수완동 대방노블랜드6차(2013년 12월 입주) 84㎡는 지난 9월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3억6900만원 거래 대비 1년만에 1억7600만원 상승했다.

재건축·재개발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동구 계림7구역을 재개발해서 짓는 두산위브3차가 대표적. 지난 10월 16일 367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3만4554개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94.15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 평균인 27.9대1 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백운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김모(56)씨는 “두산위브는 광주에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 경쟁률이 폭발해 중개업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신규 아파트 부족…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집값 부추겨”

전문가들은 광주 집값이 이처럼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새 집’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광주에는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와 낡은 단독주택, 빌라촌이 많다. 광주시의 ‘20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78.9%가 노후 불량 건축물로 분류된다. 광주에 있는 집 10채 중 8채는 살기 불편할 정도로 허름한 상태다.

광주광역시 아파트 입주 물량 추이. /부동산114, 광주광역시

그동안 광주에선 새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절대 부족한 상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7~2019년 광주의 연 평균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측 수요인 1만2000가구를 밑도는 1만598가구로, 지난 10년(2007~2016년) 대비 3%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군이 좋고 전문직 종사자 거주 비율이 높아 전통 부촌으로 통하는 광주광역시 봉선동. /이지은 기자

광주 시민들의 새 아파트 수요가 강해 신규 단지 중심으로 관심이 쓸리며 집값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실제로 광주 집값 상승세를 이끈 것도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재개발 지역이다. 광주에는 그동안 면적에 관계없이 10억원 이상에 팔린 아파트가 없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봉선동의 2개 단지에서 10억원 이상 거래가 총 4건(봉선2차남양휴튼 3건, 한국아델리움1단지 1건) 신고됐다. 올해 10월 29일 기준 8개 단지(36건)로 늘었다. 모두 봉선동과 수완지구에 있는 단지들이다.

광주광역시 내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 현황. /광주광역시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광주 부동산 시장에 열기를 더한 요인으로 꼽힌다. 광주는 무등산, 병풍산 등 큼직한 산들로 둘러싸여 정비사업이 아니면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다. 광주시도 주택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급등세 둔화됐지만 집값 폭락은 없을 듯”

광주 집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부터 봉선동과 수완지구를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광주의 경우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로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어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주 집값이 어느정도 오른 뒤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논리에 따라 수급과 가격이 조정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실수요가 뚜렷한 광주의 경우 과거 외환위기 수준의 외부적 충격이 없는 이상 집값이 폭락할 일은 없을 것이고, 조정을 받아도 소폭 조정되면서 균형을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